버클리 출신의 일본인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앨범 [Move]는 Hiromi 라는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두 명의 명연주자의 이름을 비추어보자면 '트리오 프로젝트'의 두번째 음반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히로미와 호흡을 맞춘 두 명의 연주자는 베이스를 연주하는 앤서니 잭슨과 드럼을 연주하는 사이먼 필립스다. 6현 베이스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앤서니 잭슨, 그리고 락과 재즈를 넘나들며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는 사이먼 필립스(또한 드럼강좌와 프로듀서로도 너무나 유명한)의 이름이 오히려 우에하라 히로미의 이름보다 더 묵직한 느낌을 준다.

1979년생인 히로미의 앨범 데뷔가 2003년 앨범 [Another Mind] 를 통해서였으니,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앨범 데뷔로는 10년차로 이번 앨범에서도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몰아치면서 귀를 즐겁게 해 주는 노련한 연주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한 전개와 서정적인 곡들을 좋아해서 이번 앨범에서는 일단 [Rainmaker]와 [11:49 PM] 두 곡이 가장 먼저 귀를 매혹시킨다. 테크닉 뿐 아니라 멋진 퍼포먼스로도 잘 알려진 우에하라 히로미다 보니, 이번 앨범도 일단 귀로 듣고 즐기면서도 실황 DVD 를 기대하게 된다. 이전의 이 트리오의 [Now or Never] 실황에서 히로미의 다양한 표정과 퍼포먼스를 즐겁게 본 기억과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Prepared Piano(피아노의 현 사이에 지우개나 유리구슬 등을 끼워서 독특한 음향을 만드는 기법-히로미는 톱을 올렸던 걸로 기억난다.) 기법으로 연주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와이프와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을 본 게 2010년... 벌써 3년 전이다. 그것보다 더 오랜만에 들려온 정규 4집 앨범 소식. 2010년 공연 때 이전 앨범들이 박스셋 형식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블로그에 메모해두었었는데... 아쉽게도 그 앨범을 미리 챙겨두지 못했다. 13년차 밴드의 많지 않은 정규 앨범 중 4집 앨범... 여전히 남상아씨의 보컬은 마음을 두드린다. 가끔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정차식씨나 백현진씨와 한번 콜라쥬를 해 보면 어떨까라는 건 나만의 생각... 검색을 통해 살펴보자면 백현진씨와 남상아씨가 같은 무대에 섰던 건 꽤 있었던 듯 하다만... 아쉽게 직접 보고 듣질 못했다.

스모우크 핫 커피 리필 ... 중독성 있는 후렴구는 몇 번 반복될까요? 달이 뜨지 않고 네가 뜨는 밤에 울려퍼지는 기타소리와 남상아씨의 몽환적인 흥얼거림이 매력적이다.

꿈속으로 ...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곡.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Curved Air 의 곡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 한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읊조리는 남상아의 보컬과 가사가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 "진눈깨비 흩어지는 거리를 도망치듯 멀어지는 내 뒷모습에 깊어질 수 없다는 그 거짓말 너에게 침을 뱉어지고 싶어지는 이 기분"이라는 가사가 무척 오랫동안 마음을 쓸쓸하게 때린다.

제주바람 20110807 ... 운전 중에 듣기에는 좋지 않은 곡. 그저 듣기 좋은 음악 이상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8분이 조금 넘는 곡. 조용한 방 안에서 듣자면 바람 소리, 물 소리 사이사이의 여운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보기 좋다.

쿠쿠루쿠쿠 비둘기 ... 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도 나왔던 곡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작곡가 토마스 멘데즈 소사가 멕시코를 여행하다가 그곳 원주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듣고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한 여인을 사랑했던 남자가 저 세상으로 가 버린 후에도 그 사랑을 못 잊어 연인의 창가에 날아와 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13곡이 13년차 밴드의 다양한 색깔과 생각들을 잘 보여주는 2012년 가장 돋보였던 앨범 중 하나.

소장하고 있는 19권까지 일단 다 읽었다만... 17권 즈음을 넘어서면서부터 타카하시 츠토무의 [사도]의 전개에 더 이상 몰입하기가 힘들어진다.

일단 백련대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이자 쇼타로와 켄타로 형제를 처음부터 든든하게 지켜주던 혹은 지지해주던 사메지마가 최후를 맞는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할복'이라는 방식은 아무래도 공감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레볼루션을 외치는 타카스키 신사쿠 또한 막상 자신은 살고 싶다고 하면서 사메지마의 할복을 수락하는 장면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타카하시 츠토무의 등장인물 죽이기 플래그를 용이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막말기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하더라만)

그리고, 많은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른 이미지를 쌓아놓고 있었던 사카모토 료마에 대한 묘사 부분이 기존에 접해 온 작품들과 좀 달라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역사 속 인물로 알게 있는데, 이 작품 속 료마는 카츠의 이야기처럼 루기와 결탁해서 돈과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 그 순수한 결집체처럼 그려진다. 19권 말미에 쇼타로와 검을 겨루게 되는데, 실제 료마의 검술실력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실제 료마는 타카스키 신사쿠에게 선물받은 스미스&웨슨 모델의 리볼버를 들고 다녔고, 해원대 창설 이후에는 한번도 검을 뽑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장면들의 작화 실력은 역시 간간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그저 죽어나가기 위한 전개는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25권으로 완간되었는데, 다소의 아쉬움은 츠토무의 진행작인 [지뢰진 디아블로]를 기대하며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