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자기 얘기 한 번을 안 해준 놈이랑 친구랍시고 다니다가 영문도 모르고 그놈한테 입술 뜯겨서 영생을 살아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마저 그놈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하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너는 숨기고 싶을지 몰라도 나는 되게 신경쓰인다고. 네 심장 소리. 날 원하는 거 맞지? 그 소리? 그래. 그거야 뭐, 넌 내 피를 원하니까 당연한 거겠지. 근데 왜 지금은 이렇게 애처롭게 불러? 뭐가 그렇게 고통스럽냐고. 듣고 있으면 뭐든 해주고 싶은 기분이 되어버리거든? 근데 일단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내가 알아야할 거 아냐. 사람 안절부절 못하게 하지마."
민훈이의 물음에 떨리는 입술을 연 형우. 그는 말했다.
"듣고 화내지 마."
초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고 뺑뺑이 타다가 날아가서 다쳤던 민훈. 온몸에 피가 줄줄 흐르던 그를 보면서 형우는 그 순간 바로 알았다. 이 사람이란 걸. 내 것이라는 강렬한 확신에 저도 모르게 희열을 느꼈음을. 하지만 민훈이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올라왔을 때,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다시 만난 그들. 민훈이가 뒤늦게 그날 저를 도와준 형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선 것이 어쩌면 인연의 끝이 될 수도 있었건만, 형우는 끝내 민훈이를 보내지 못했다.
그 후로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 장장 15년간의 인연을 이어왔다.
"널 잃을까 봐 15년 동안을 마음 졸였어. 혹시 나도 모르게 본심을 내비쳐서 네가 알아차리면 나를 버릴까 봐."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던,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를 끈은 두 사람의 기이한 형태로 또 한 번 엮어버려 마냥 친구만은 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근데 점점 숨길 수가 없어져서, 그게 무서웠어. 어차피 이젠 다 들리니까 소용없지만.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널 좋...."
급고백에 화는커녕 당황한 민훈이는 형우를 막고 만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어떤 마음으로 제 곁을 맴돌았는지 알게 된 만큼 그와 함께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민훈의 주변은 어지럽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형우의 가문ㅡ어릴 적 모종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형우는 가문을 뛰쳐나왔다.ㅡ과 얽힌 이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민훈이는 급변한 제 상황에 적응할 수가 없다. 더욱이 형우는 제대로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그와의 관계도 미묘하게 틀어지고, 그 틈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벌어지니.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흥미롭고 재밌다. 눈요기 또한 톡톡하니ㅡ형우가 민훈이의 피를 빠는 장면은 정말 에로틱하다.ㅡ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집어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