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란 불타오르는 듯한 세찬 감정이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아마도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가 이 ’열정’이라는 단어를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쇼팽은 거의 전곡을 너무나 많은 연주자들이 연주하였기에 어떤 음반을 골라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쇼팽의 대표주자로 루빈스타인, 폴리니, 아쉬케나지, 그리고 최근에는 윤디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쇼팽에 있어서는 최고임을 자부하는 연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음반을 고르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택의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르헤리치는 여성의 연주법일까 싶을 만큼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녀의 피아노 소나타는 어떤 느낌일까 싶은 호기심에 과감히 이 음반을 선택하였다.

그녀의 열정은 소나타 2번의 1악장에서 잘 나타났다.  폭풍전야와 같은, 구름낀 하늘에 비가 거센 바람에 의해 세차게 몰아치는, 그리하여 언덕의 나무가 비와 바람에 모질게 나부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열정은 3악장에서 감추는 열정으로 느껴졌다. 너무도 유명한 장송 행진곡을 장중히 섬세하게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폭풍처럼 쏟아지는 4악장. 

소나타 2번을 듣고 내린 결론은 엑설런트!!! 였다. 
지나치게 절제하지 않은, 열정을 가진 소나타 였다. 

또한 스케르조 3번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2번을 듣고 싶은데 누구의 연주를 사야할 지 모르는 분들.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들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 카라얀과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세계 4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2곡인 맨델스존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마지막으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명이 안네 소피 무터! 이들의 조합이 빚어낸 앨범이니 어떻게 안 살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나의 총평은 위의 세줄의 요약- 카라얀, 베를린 필하모닉, 맨델스존, 브람스, 무터-로 이미 결론은 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가지 그냥 '좋아'라고 만으로 끝내기 아쉬우니 한마디 덧붙이자면 여전사 무터에 대해서다. 

내가 알기로는 이 앨범을 녹음할 때 무터의 나이가 18~19살 정도인 것 같은데 이 최고의 조합앞에서 그녀는 1초의 망설임이나 떨림없이 멋지게 연주를 해냈다는 것이다.  이 앨범을 들으며 내내 떠오른 단어는 "여전사" 였다. 정경화가 17세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데뷔했을 당시 그녀에 대한 칭호는 "마녀" 로 정말 날카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무터는 이런 '마녀스러움' 보다는 '전사스러움'이 강하다. 최고의 무대에서 전혀 쫄지 않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적을 향해 활시위를 당당히 당기는 아마존 여전사같다고 할까.

여전사의 연주앞에서 당연히 자신의 카리스마를 감출 줄 아는 카라얀의 지휘도 '역시 카라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고 그를 따라 딱 떨어질 만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이들 앞에서 멋지게 활을 당기는 무터도 '역시!'라는 찬사가 나올만한 연주다. 

반드시 소장해야할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아마도 많은 이들이 길렐스를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길렐스하면 '강철타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나역시도 '길렐스의 강렬함과 브람스의 진중함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좀 놀라웠던 건.. 
내가 그동안 들어왔던 브람스 피협1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기존의 오케스트라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이 곡의 주인공인 우리의 길렐스의  연주는 뭐랄까..부드러운, 심지어는 섬세함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1악장의 절정에서 피아노가 부서져라 내리칠 것으로 예상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차이코프스키 피협에서 보여주던 그 웅장함과 강철타건이 힘을 절제한 섬세함으로 바껴있었다. 

왜 이 음반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어쩌면 길렐스와 요훔이 해석한 브람스 피협1번은 웅장함과 강렬함이 아닌 브람스 내면에 숨겨진 여성스러움, 내성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면은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겉으로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내강외유형의 귀품스러운 요조숙녀의 모습이 이 앨범에서 느껴졌다. 

오히려 피협2번에서는 강철타건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논란의 여지가 있건 없건간에 결론은 길렐스의 부드러운 터치역시도 좋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해석한 브람스 피협1번 역시도 나같은 범인이 듣기에는 찍 소리도 못할 만큼 훌륭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