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새벽 이토시 사가미 해안에서 진노 유카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보도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마유미. 취재하러 갔다가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고 그곳에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대학 선배 진노 도모아키를 만나게 된다. 치어리딩 동아리 후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평소 말끔했던 선배가 다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그 후 자취를 감춰버린 후배.. 정확한 내막도 모르고 있다가 다시 만난 진노 도모아키로 인해 술에 의한 실수였고, 그 당시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은 마유미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호감을 가지며 연인이 되며 진노 도모아키의 뒷배경에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 마유미다.
결혼한 지 8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는 진노 도모아키의 아내 진노 유카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며느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아내나 며느리가 아닌 진노 집안의 하인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도모아키와 같은 병원 간호사로 일하다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에 이르렀지만 딱히 자신에게 다정하지도 않고 이미 부부관계가 끊어진지 오래다. 그런 유카리에게 손주를 기대하는 시어머니, 하지만 도모아키는 아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알게 된 이웃이자 도모아키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는 미도리에게 유카리는 고민을 조금씩 털어놓는다. 미도리의 부모님은 3년 전 사고로 돌아가시고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1년의 반 이상을 외국으로 떠돌며 생활했는데 죽을 곳을 찾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마유미는 자신의 집에 두고 간 도모아키의 넥타이를 전하려 병원에 들렀다 '사모님'이 오셨다며 전화하는 안내데스크 직원을 통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모아키 집 근처에 갔다가 유카리를 보게 된다. 그 후 홀연히 사라진 유카리, 부잣집 사모님 실종 사건을 맡게 된 리코, 결혼 티켓을 얻었다 생각했는데 졸지에 내연녀가 돼버린 마유미 이 세 여자의 관계가 수상하다...
'재회'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 영예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요코제키 다이'. 현실에 대한 묘사와 인간의 감정 흐름에 대한 관찰이 뛰어나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찬사를 받은 작가다. 유혈이 낭자하는 사건 없이도 치밀한 구성력과 단정한 문장으로 미스터리 팬들을 매료시켰다는 그의 작품으로 '루팡의 딸', '스마일 메이커', '침묵의 함성' 등이 있다.
충격적인 장면이 낭자하는 스릴러는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뭔가 아슬아슬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매력이 느껴진다. 배경이 1988년이라 그런지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에만 매진하는 그시대 여성들의 시대상도 알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탄탄하고 몰입도가 높아 자꾸만 궁금증이 발생해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게 했던 책 <그녀들의 범죄>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