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은 원래 현재처럼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위인들’은 천문학, 음악학, 철학, 정치학, 수사학 등을 모두 섭렵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 장악과 함께 미국식 학문분류-효율에 따른 분류-가 학문계를 뒤집어놨고, 현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철학과 심리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추천사에서 김형철 교수가 썼듯 ‘우리의 삶은 통합적이다. 우리의 삶에 대한 관심은 양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것이다.(7)’ 이 책은 서로 다른 학문의 협연이다. 협연이라 하면 서로 다른 소리를 가지고 한 곡을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인 바지니와 마카로는 각자의 메스를 가지고 인생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어우러져 독자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와준다. 책은 여러 가지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들이 살면서 쉽게 접하곤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진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것은 사색하는 것이지만 사색도 머리에 든 게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심리학적, 철학적 관점의 ‘예시’ 답안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예시라고 하는 것은 인생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모범’ 답안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답안을 찾아나서야 하고 그 답안이 세계와 공동체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의 모범답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정일과 최재천의 ‘대담’이 떠오르기도 하는 책이다. 난이도는 평이하다. 그리 높지도 않고 그리 낮지도 않다. 아직 사색에 서툰, 쉬운 책들에 질린 독자들이라면 읽고 사색할 가치가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는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

 

지금은 공감의 시대다. 이성이 만능키처럼 작동하는 시대에, 이성의 정점인 과학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에 공감은 어떻게 리더의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제러미 리프킨은 이미 몇 년 전에 ‘공감의 시대’를 쓰며 경쟁과 논리만으로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할 때만 가능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만이, 자신의 관점에서 독단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때만이 진정한 공감이 가능하다. ‘진심’이라는 것은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간 이래 최고의, 최상의 덕목이었다. 다만 화폐의 유통과 자본주의의 번성이, 마치 인간을 ‘이기심의 극치의 발로’로 여기게 한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는 힘들어진다. 진심으로 살면, 바보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보가 되려 하면 리더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선 상당히 테크닉에 집중하고 있다. 옷차림, 자세, 말투, 연습, 각종 상황 등이 언급돼 있다. 이는 여러 실험, 여론 조사, 심리 이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굉장히 실증적이라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책이나 저자에 대한 감정이 아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줘야 할 만큼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현대인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공감하는 것은 절대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며, 나아가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서, 반복돼서 습관이 되었을 때, 그런 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 돼 하나의 성질(혹은 성격이나 인격)처럼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공자는 일흔이 되어서야 이순에 이르렀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은 표지에 쓰여 있듯 백만 불짜리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주부든 바로 배우고 쓸 수 있는 내용이 충실하고 풍부하다. 하지만 이 책이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진정한 목표는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가 아니라 ‘내 삶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서 이 책은 고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다. 상뻬의 작품을 글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년시절에 대해 상세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추콥스키는 약 이백여쪽 분량에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는 무능하고 반동적인 짜르의 통치 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정치와 삶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짜르는 가난하지만 불만을 품은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못하도록, 교육받지 못하도록 그들을 학교에서 쫓아낸다. 분노할 줄 아는 ‘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절대 유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극복하고 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행복의 성취에 대한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마치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말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것이 이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라는 걸 명확히 깨달았다. 문득 세상에 오직 나 혼자인 듯한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학교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죄다 없어져라! <배움의 집 기록> 따위는 집어치워라! 아무 소용도 없다! 나는 격분하여 불쌍한 내 문장들을, 단 한 자도 읽을 수 없도록 오랜 시간을 들여 발기발기 찢었다.(171-172)” “어머니는 그동안 만나던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이전보다 더 자랑스러운 말을 되네게 되었다. ‘내 아들 아시죠? 작가랍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인간으로서 최상의 행복이라고 여기며 소심하게 꿈꾸었던 역할이 불시에 내게 주어졌다.(246)” 인간은 역경을 극복할 때 참 인간이 되며 가장 아름다워진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