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교육은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화와 체제 안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교육은 뭔가 이상하다. ‘학교 시스템이 아이들을 피고용인, 즉 조직의 직원이 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고용인에 머무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금융 교육의 부족이다. … 금융 교육, 그리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 꾀하는 변혁이야말로 사업가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은 자신의 회사를 시작하도록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대기업의 일원이 되어 성공하는 방법만 가르칠 뿐이다. … 문제는 현재 학교 시스템이 학생들을 학자나 관료가 되도록 훈련시킨다는 사실이다. …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다. … 학교는 돈에 대해 거의 혹은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12~17)’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학교가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해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일한 대안은 부모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네 가지 문제가 있다. 고령화, 국가부채, 신공황, 높은 세금이다. 금융 교육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삶에서 유리한 출발점에 세우고 싶다면, 돈에 대해 그리고 돈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일찍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다.(97~98)’ 이후부터는 자식 금융교육의 시기와 방법, 함의 등을 설명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아이들을 돈 밝히는 괴물로 만들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 많은 부모가 “학교를 졸업하고 고소득 일자리를 얻어라.”라고 가르친다. … 가급적 많은 사람을 위한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당신은 자녀가 어떤 길을 가길 원하는가? 대다수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하여 다른 이들을 위한 집을 제공하기보다는 꿈에 그리던 자기 집을 장만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또 현금흐름을 위해 자산에 투자하지는 않고 장기적인 연금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자산은 훗날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자선단체에 남길 수도 있다. 당신도, 당신 자녀도 탐욕과 관련하여 동전의 다른 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 (자녀와) 관대함이 무엇인지와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라. … 자녀에게 베푸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라. 일상생활에서 관대함을 실천하는 작지만 의미 깊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한다.(310~313)’ ‘가정은 아이들이 배움을 얻는 가장 중요한 교실이다. … 인생을 지탱할 기초 토대는 바로 가정에서 마련된다. … (저자는) 세상의 부모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부모뿐만 아니라 부모가 될 사람, 눈먼 제도권 교육에 빠져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망각한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세상을 넓게 보는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왜 학교는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을까?’, ‘왜 대부분은 재정적 자유를 얻으려 노력조차 안 하고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해야 할까?’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현대의 유효한 상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할인을 이용한 상술-기업의 판매 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물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책 뒤표지에 쓰여 있듯 모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값을 주고 사면 왜 손해라고 느껴지지?’ 답은 간단하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할인을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할인시대인 것이다. 저자는 설명한다. ‘처음으로 소비자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시기가 오면서 새로운 소매패턴이 형성되었다. 소비 3.0라고 부를 수 있는 미국 산업의 3단계가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다. … 새천년에 접어들면서 세 번째 단계인 소비 3.0에 들어섰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역할이 바뀌어 많은 물량을 쌓아놓은 가게들은 손님들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게 최선이야?‘라고 주문을 외는 손님들에게 할인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17-18)’ 공급의 과잉과 유통의 발전, 통신의 발달로 인한 초공간적 정보 공유로 인해 기업은 대공황 이전처럼 마냥 배짱을 부리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날이 갈수록 현명해져갔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 간에 정보를 공유한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은 ‘할인’이다. 이 할인에는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듯 소비자가를 미리 높게 산정하는 방식도 있고, 여러 가지 쿠폰을 발급하기도 하고, 공동구매를 유도하기도 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해 비교적 저렴해 보이게 하는 방식도 있다. 기업의 판매 전략, 마케팅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한 형태인 ‘할인’에 주목한 책은 처음이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돈의 물리학

돈은 신이다. 그리고 인간은 나약하고 비일관적이며 분열적이다. 21세기에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단단히 결합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점투성이의 인간이 신과 같은 돈을 접하는 태도는 어떨까? 굉장히 열광적이며 황홀경에 빠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돈의 절대적 힘과 그 관념 앞에서 한 없이 위축되기도 한다.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본능적 태도다. 이들 대부분은 돈의 지배를 받는다.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 수석 졸업, 수학 물리학 철학 박사 학위 취득, 20대에 교수가 된 차세대 지성’ 제임스 웨더롤은 돈의 지배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의 압제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고 ‘과학적’ 사고의 최고봉에 물리학이 있다. 저자는 매 장별로 ‘과학적 사고’를 통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보이는 시장과 경제를 분석한 고수들의 삶과 연구를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나열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흥미롭다. 읽는 내내 말콤 글래드웰이 떠오를 만큼 이야기 형식이 비슷하고 디테일이 풍부했다. ‘만약 물리학자들이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그들이 물리학(그리고 공학)에서는 상식으로 통하고 사실상 모든 것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방법론적 통찰을 사용해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한 이야기들은 그런 방법론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지는 보여준다. 즉 단순화 가정들을 사용해 문제를 다루기 쉽게 만든 뒤에 푸는 것이다. … 물리학자만 세계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 하지만 물리학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 아주(아마도 특별히) 뛰어나다. 그리고 그들은 가끔 경제학자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또는 지적 부담 없이 특정 종류의 경제적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을 평소에 늘 받는다. 게다가 물리학자는 경제학자와는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지고 다가가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 목표는 모든 시장 상황에 정답을 제시하는 최종 이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소박한 것이다. 가끔은 정답을 제시하는 일부 방정식을 찾으려고 애쓰며, 언제 그것을 믿을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 금융 시장에 대한 뛰어난 모형을 ‘진리’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왜냐하면 시장 자체가 변화하는 경제 현실과 새로운 규정 그리고 혁신에 반응하면서 진화하기 때문이다.(364-366)’ 현대 사회는 통섭의 시대다.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대거 진출하고 있으며, 수많은 선행연구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학문의 폐쇄성을 뛰어넘는 연구와 통섭이 ‘다른 분야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367)’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물리학 배워서 돈 벌 수 있다’가 아니라 ‘물리학을 통해 경제에 대한 유의미하고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 21세기에서의 학제 간 연구의 필요성을 잊지 말자’일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주가 아니라 후주를 달아놓았다는 점이다. 가독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나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주나 미주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했다. 다음 판에서는 개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