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텔의 작품 오랜만이라 굉장히 기대를 했는데요. 기대를 너무 했거나 제 눈이 많이 높아졌나봅니다. 초반부의 강렬한 몰입을 제외하면 나머진 기대 이하였습니다. 마텔 본인의 이야기인 듯이 굉장히 매력적인 스타작가의 일상과 집필과정, 출판사, 편집부와의 접촉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고요. 작가의 좌절과 은둔, 이사까지의 과정도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중간에 플로베르의 단편을 인용해 동물에 대한 일을 하는 박제사와 그의 동물에 대한 관심(홀로코스트를 당한 누군가에 대한 관심)으로 포커싱이 넘어가는데요. 플로베르의 단편에서 좀 더 뽑아 낼 엑기스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제사에 대한 정보가 흔치 않아, 묘사하는 부분을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많은 부분, 아니 거의 모든 부분이 고도로 알레고리화되어 있어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본인만의 세계인 모래성을 너무 정교하게 구축해놓아서, 자세히 살펴보자니 무너질까 염려되어서 집중이 안 되고, 대충 보자니 지나치게 될 것이 많은 글이었습니다. 금기화되어 있는 주제인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렇게 접근한다는 것은 흥미로우나 방식은 미숙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마텔이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홀로코스트 관련 작품 출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훌륭한' 군인 에드워드 애쉬버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와 주위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와 함께 펼쳐진다.

이 책의 제목이 '가장 슬픈 이야기'에서 '훌륭한 군인'으로 바뀐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진정 '훌륭함'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찰하게 된다. 우리가 쉽게, 너무나도 가볍게 쓰는 단어, 개념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명작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떠오른 책은 플라톤의 국가와 향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셋 모두 지성사를 뒤흔든 고전들인데 국가는 포드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 것처럼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훌륭함이란 무엇인지 논박하는 책이고, 향연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책이며, 안나 카레니나는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닮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세계 최고 문학작품으로 꼽히는데 내용을 간단히 말해보라 하면 '불륜 얘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완벽한 형식과 균형, 방대한 인물과 정밀한 심리묘사 등은 안나 카레니나를 세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었고, 이 점이 훌륭한 군인과 닮았다. 

훌륭한 군인이 진정 훌륭한 이유는 당대 사회상을 뛰어나게 형상화하였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계층간의 갈등, 경제 상황, 국민들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대단한 장점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가치관의 충돌이라든가 생각의 어긋남, 이혼, 구애, 불륜 등은 당시 계층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역사소설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니 내가 이런 작가를 왜 모르고 살았나 신기한 느낌도 든다.

가장 시적이고 드라마같았던 장면을 읽어본다.

p. 250

홍길동이 이렇게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던 바로 그날, 큰 키에 늘씬한 팔다리, 금발에 온통 검은 옷으로 치장한 이길동이 문간에 나타나 김길동이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지난 몇 달 동안 김길동이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실제로 육체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홍길동은 그 짧은 순간 마음속으로, '주여, 이제 당신의 하인을 마음 편히 떠나게 하소서'하고 속삭일 수 있었다. 이제 엄마를 구하러 기꺼이 글래스고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름을 알면 다른 독자들이 내용을 미리 알아버릴 수도 있기에 이름만 바꿔서 써봤다. 한 인간의 속에 직접 들어갔다가, 그 사람을 밀착취재했다가 하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눈앞에 그 상황이 그려지듯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일 뿐 좋은 부분은 너무 많다. 직접 읽어보고 이 감동을 공유하였으면 한다.

훌륭한군인

개그맨 김영철 씨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한 대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이자 스승인 마야 안젤루의 명언입니다.

'If you don't like something, change it. If you can't change your attitude.

Don't complain.'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걸 바꾸고,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태도를

바꾸라는 말입니다. 불평만 늘어놓지 말고.

알리스 할머니 또한 얘기합니다. "매일이 기적입니다.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내게는 삶에 대한 태도를, 심지어 기쁨을 발견하고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행복에는 여러가지 층위가 있고 사람마다 다른 조건이 있는 듯해 쉽사리

행복해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행복은 매우 간단한 것입니다.

현재 자신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를 느끼면

그럴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인 것입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낙천적이고 웃음이 많고 즐거움을 갈망하였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수용소에 갇혔을 때에도 그녀는 쉽사리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

감사하며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도 현재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녀의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여러가지 철학적

논쟁들에 대해서도 답을 주고요. 행복은 주변 환경에 의한, 즉 외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나 자신의 태도, 생각에 의해 설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을 보면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는 세계에서도

최하위권입니다.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물질만능주의와 단기성과주의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돈, 제도에 얽매여 우리 자신을 잊고 무시하고

살아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행복이고 우리의 삶인데 말입니다. 

이 책을 보며 제가 얼마나 만족을 모르고 배부른 삶을 살았는지, 행복은 또

얼마나 쉽고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카프카의 변신과 한병철 씨의 피로사회 추천합니다.

 

백년의지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