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고전이 위대한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하기 때문이다. 서양이 패권을 장악하며 동양인문학은 다소 불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과 유교에 대한 반발감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양철학, 특히 공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4대 성인이자 위대한 사상가였던 공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공자가 위대한 이유는 그가 보이지 않는 것,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 책은 읽을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 책은 ‘중국 인재개발 분야의 일인자이자 국제창조력개발센터 중국 지역 총재를 역임했던’ 우간린에 의해 쓰였다. 추천인 또한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김원중 교수와 김형철 교수이기 때문에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공자의 가르침이 현대에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고, 공자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변화하는 사회다. 단순히 변화의 차원을 넘어 혁신에 혁신이 더해지는 사회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 강화, 개인에 대한 개성 강요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공자의 삶과 사상을 통해 급박히 변화하는, 변화를 요구하는 혼돈스러운 사회에서 정체성(나 다움)을 찾길 요구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공자를 잘 이해하고, 공자 사상의 정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을 빌려 썼다. ‘이 책은 <논어>, <공자가어>, <사기>, <공자집어> 등의 저작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려내 문학적으로 가필을 했다. 거기다 독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요소를 더 추가했다. 우선 각 꼭지 앞에 공자의 핵심적인 구절을 밝혀줌으로써 독자들이 내용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꼭지가 끝나면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자공이 얻은 깨달음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14)’ 가장 좋은 것은 원전을, 그 두 번째는 완역본을 읽는 것이겠지만, 바로 공자를 읽기에는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일원적인 이해에 그칠 우려도 있다. 핵심만 추려져 있는 ‘논어’보다는 다소 읽는 시간이 길겠지만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 소크라테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공자가 있다. 이제 공자에게도 귀를 기울일 때다.

초인수업

 

생즉필사 사즉필생.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삶이 힘들다고. 왜 그런 걸까? 우리는 항상 잘 살려고 노력한다. 잘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맹점이 있는 것이다. 삶은 하나의 변증법과도 같다. 변증법이란 상반된 두 개가 결합되는 것이다. 생과 사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백날 힐링해 봐라. 힐링이 과연 될 것인가. 힐링이 진정 힐링하지 못하는 이유는 힐링이 삶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늘 높이 자라려는 나무들이 과연 비바람이나 눈보라를 겪지 않고 제대로 그렇게 자랄 수 있을 것인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불운과 저항, 증오, 질투, 불신, 고집, 냉혹, 탐욕, 폭력은 덕의 위대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닐까? 그것들은 덕의 성장을 위해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나약한 천성을 가진 자들을 사멸시키는 독은 강한 자들에는 강장제이다. 강한 자는 그것을 또한 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84-85)’

이 책은 인생에 대해 누구나 고민해봤을 열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저자가 니체를 대신해 제시한 것이다. ‘인생은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운명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 어떤 외모와 지능을 갖게 될지, 어떤 병에 걸릴 것인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인지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인생은 이러한 운명과의 싸움입니다. … 그러나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라고 외칩니다. … 운명과 대결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다 강하고 깊은 존재로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 근대는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운명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주려는 (편의의) 시대입니다. 자연마저도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인간을 위한 것으로 길들이고, 사회도 빈곤과 불평등을 줄여서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안락한 삶을 보장하려는 것이 근대의 경향입니다. …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이 세계에서도 사람들에게 인생은 힘겨운 것이어서 많은 이들이 삶을 피해서 자살로 도피하고 있습니다. … 이윤과 안락을 확보하기 위해서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약한 자들을 뜯어먹는 안이한 운명을 선택하는 자들을 니체는 경멸합니다.(11-17)’ 이게 곧 책의 요점이며, 현대의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니체식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비슷한 말을 한 바 있다.(니체는 도스토옙스키로부터 거대한 영향을 받았다.) ‘마음의 인상들을 계산하여 받아들이고, 열렬하기는커녕 뜨뜻미지근한 정도로만 사랑하며, 정확하긴 하되 나이에 비해 너무도 논리적인 그렇기 때문에 값싼 그런 청년이라면, 단언컨대 틀림없이 나의 청년(주인공)에게 일어난 일(거대한 비극)을 피할 수 있을 테지만, 어떤 경우에는 비록 비이성적으로 보일지라도 크나큰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열광에 몰두하는 것이 아예 그러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이 살만하다. 청년 시절에는 특히 더 그러한데, 왜냐하면 일관되게 논리적이어서 합리화나 하는 그런 청년은 희망이 별로 없으며, 그건 싸구려 인생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사상은 맹자와도 부합된다. 맹자는 “天將降大任於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신댄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하며 勞其筋骨(노기근골)하며 餓其體膚(아기체부)하며, 空乏其身(공핍기신)하야 行拂亂其所爲(행불난기소위)하나니 所以勤心忍性(소이근심인성)하야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이니라”라고 말했다.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기 전에 그의 마음을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며 몸을 지치게 하고 육신을 굶주리게 한다. 또한 생활을 곤궁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참을성을 담금질하여 비로소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한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다.”라는 뜻이다. 니체에게 인생과 세상이란 변증법적인 것이었다.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곧 고통이 되며, 험난한 운명은 인생을 위대하게 만들어준다. 갈등과 경쟁은 승화를 통해 정신을 고양시키고 사랑의 정신을 피워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신이 죽어야 인간이 살 수 있다. 죽음과 질병은 삶을 살게 해주는 동력이다. 노자의 ‘도덕경’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잠언 형식의 짧은 글을 많이 썼기 때문에 둘의 저서를, 그리고 이 책을 함께 병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니체 전문가가 니체를 쉽게, 현대에 맞게 썼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이 책은 ‘거래 가격이 알려진 미술 작품을 1위부터 100위까지 순서대로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싼 이유’를 분석하고 소개한 책(5)’이다. ‘비싼 이유’는 이 책의 수많은 그림들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이다. 어떤 작품이 얼마에 거래됐다고 뉴스나 신문에 보도되어도 그냥 탄성만 지르고 마는 게 일반 사람들의 반응이 아니겠는가. 미술 관련 교양서를 읽어도 어떤 그림이 어떻게 거래 되었고, 얼마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없었기에, ‘비싼 이유’를 중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미술에 관심은 가지고 있되, 전문적인 지식은 없던 터라 이런 시도가 세계 최초라는 것부터 놀라웠다. 그리고 이 책의 서술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한 작품 설명에 제목과 작가, 작품, 가격, 작가와 작품을 명쾌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가의 말(혹은 명언), 작품 거래 배경과 과정, 작품의 가치와 특징, 작품과 얽힌 작가의 일화, 미술 용어 해설이 모두 담겨 있어 마치 도슨트에게 일대일로 설명을 듣는 기분이었다. ‘100위 안에 작품을 올린 작가는 35명뿐(6)’인데 미술계에도 파레토 그 이상을 뛰어넘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평등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술에 절대적, 보편적 기준이란 것은 없다고 ‘여겨진지’ 꽤 됐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작가들이 마음에 들든 말든, 그들은 모두 ‘예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가(6)’라는 점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가 곧 돈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있다. ‘초고가에 거래되는 작품들은 예외 없이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뿐 아니라 해당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나 기관이 유명하거나 믿을 수 있는 곳이고, 유통 과정이 분명하며, 전시 기록이 좋다. … 작가들의 대표작인 동시에 ‘아쉬울 게 없는’ 부자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라, 앞으로 꽤 오랫동안 시장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없다. 이런 희귀성이 있으면 작품의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가게 된다.(6)’ ‘작가의 중요한 전시에 나왔다는 전시 기록이 있으면 작품의 가격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권위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면 판매에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다.(124)’ 작품의 가격 형성은 단순히 ‘미술적 가치’ 그 자체로만 평가되는 게 아니다. 애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만한, 무려 1억 4천만 달러나 하는 잭슨 폴록의 ‘넘버 5’는 미국 경제와 미술의 부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그림은 미국 미술이 서양 미술사의 중심으로 들어서던 시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작품 너머의 가치 또한 크다.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은 시각 예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50)’ ‘과거 문서, 전시 기록, 도록, 포스터, 사진, 소장 기록 등 객관적 자료(188)’들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반대로 심리적이며 주관적인 요인도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워홀의 엘비스 프레슬리 이미지 스물두 점 중 하나를 가지면 세계적인 컬렉션 수준에 올라갈 수 있다는 심리적 보상 때문에 컬렉터들은 이 그림에 아낌없이 거액을 지불하는 것이다.(99)’ 그리고 ‘어느 나라 컬렉터들이나 자신의 문화에 익숙한 미술 작품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일례로 중국 미술 시장의 급격한 성장 뒤에는 바로 자본이 있었던 것이다.(200)’ 이 짧은 글에서 다 언급하진 못하지만 바로 위와 같은 주관적, 객관적, 미술사적, 사회사적 가치 등에 의해 가격이 형성된다. 이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미술작품가격 책정법이다. 상당히 복잡하고 주관적이며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는듯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작품성과 가격은 결코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미술이 굉장히 실용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격 매기기)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강조하며’(7)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점을 보여준다. 1위는 폴 세잔의 2622억짜리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며, ‘꼴찌’ 100위인 프란츠 클라인의 ‘무제’는 ‘고작’ 423억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예술이 배고픈 거라고. 예술은 쓸모없다고. 하지만 예술은 극도로 실용적인 어떤 행위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실용성이 없는 것은 모두 도태되고 버림받고 사라져왔다. 지금 마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삐삐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예술이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예술의 실용성을 반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며, 이 책은 그 실용성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지, 자본과 어떻게 결합돼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쓰는데 들었을 저자의 노력과 시간,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될 미적 지식과 지적 유희를 생각하면 책값이 절대 아까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