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면 난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난독증은 희귀한 증상이 아니라 열 명 중 한 명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대뇌에는 언어를 이해하는 중추와 언어를 표현하는 중추가 있다. 뇌경색으로 언어를 이해하는 중추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언어를 표현하는 중추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말을 못한다.”

“읽기가 되려면 눈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학습은 ‘감각 입력-정보처리-출력’의 순서로 진행되는 감각 정보처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 어디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학습이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해서 도외시했던 것들이다.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난독증은 언어중추가 있는 좌뇌 기능이 떨어지고 공간 감각, 직관력,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 기능이 발달한 경우이다. … 우뇌형은 큰 그림을 보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창조적 인재들이 많다. 우뇌가 발달한 난독인들 가운데 발명가, 예체능 천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유명한 난독인으로는 다빈치, 에디슨, 피카소, 아인슈타인, 스필버그, 폴 스미스 등이 있다.” 난독증은 전혀 장애가 아니다. 우뇌가 좌뇌보다 불균형적으로 발달한 것일 뿐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21세기는 한 개인이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지식의 양보다는 정보의 바다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다른 영역의 지식과 융합하고 통섭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난독인들이야말로 앞으로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장애물은 디딤돌로 활용 가능한 것이다. “난독증은 보통 사람과 두뇌 기능이 달라서 읽기가 힘들 뿐이지 지능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부록으로 나온 난독증 자가진단 설문, 212쪽 설문을 해보길 권유한다.

이 책은 정말 중요한 책이다. ‘난독증’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낯설다. 그러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이 책을 통독해본 결과 필자는 미세난독증상이 약간 있으며, 하루에 독서 십분도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난독증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충격적이지만, 이 책은 설득력 있다.

책에 대해 아쉬운 것은 없다. 우리나라에 아쉬운 것은 있다. 난독증이 무슨 노비 낙인마냥 여겨지는 사회라는 게 아쉽다. 수많은 난독증 환자들이 자신의 증세에 대해, 치료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인프라가 구성돼 있지 않다는 게 아쉽다. 이런 사회이기에 이 책이 더 기념비적 가치를 지닐 것이다. 필히 읽기 바란다.

이 책이 하는 말은 간단하다.

원하는 일을 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삶은 한번 뿐이다. 꿈을 좇아라. …….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지만, 당위성도 느끼지만 그저 관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클리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남들의 성공신화, 성공스토리를 읽는가?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 같다. 하나는 ‘성공’에 대한 열망, 다른 하나는 ‘스토리’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 모두는 성공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성공을 바란다는 것은 현재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경험자에게 무경험자가 조언을 듣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은 많다. 수많은 기업 창립자, 학자, 정치인들이 책을 낸다. 내용은 거의 한결 같다. “뭐든지 열심히 해라, 안주하지 말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필자는 이걸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집착으로 보고 싶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이솝 우화를 떠올려보자. 아니면 수많은 민담도 상관없다. 다들 뻔한 스토리다. “그래, 착한 애가 잘 되겠지.”, “그래, 주인공처럼 살아야지.” 누구나 이런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줄로 요약될 것을 뭐 그리고 복잡하게 ‘썰’을 푸는 걸까?’ 굉장히 합리적인 인간만의 굉장히 비경제적인 행위다. 우리는 아무 연관성이 없는 백 줄의 문장보다 백 줄짜리 탄탄한 단편소설을 들었을 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어찌 보면 반대로 굉장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스토리텔링이 행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 우리는 “긴 머리 나팔바지의 세 명의 히피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배낭을 만들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다.(원제가 “How JANSPORT makes it Happen’이다.) 이 책은 1/3 자서전, 1/3 에세이, 1/3 수필이라 보면 된다. 저자의 삶의 굉장히 세세하고 사적인 부분까지 서술돼 있다. 어디서든 무언가 교훈을 이끌어내고, 배우려 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이런 사람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배낭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초기 가방 디자인, 라벨 변천사, 에베레스트 등반 사진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나’다운 속도에 맞춰 다시 한 번 걷기를 예찬하다.”

 

이 책은 걷기를 예찬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왜 걸어야 하는가?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 이 책을 올바로 읽는 방법은 읽는 내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선 집 밖으로 나가 진정한 ‘나’를 찾는 걷기를 하는 것이리라.

 

“걷기는 ‘나’라는 존재의 시간과 공간에 차분하게 다시 매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일단 집에서 나와 삶에 대한 의욕을 흐리는 구태의연한 습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 빠른 속도, 유용성, 수익, 효율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걷기는 느림, 유연성, 대화, 침묵, 호기심, 우정, 무용성을 우선시하는 저항 행위이다. …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일상을 전복시켜 내재된 성질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일이기도 하다. … 길은 감각과 지성을 깨우는 영원한 경계 상태, 다양한 느낌을 열어주는 서막이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말한다. “내 경우에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순전히 여행하는 기쁨을 위해서다.””

 

My legs begin to move

My thoughts begin to flow - Henry David Thoreau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 책은 굉장히 프랑스적이다. 수많은 생각을 쉴 새 없이 조잘거린다. 생각의 진폭이 제각각이고 편차가 심해 읽는 내내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자와 공명(共鳴)을 느끼고 나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이 책이 그렇다. 프랑스인의 글은 긴 호흡으로 읽기가 힘든데 이 책만은 몇 번 쉬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프랑스어에 문외한이라 원문을 보진 못했지만 번역이 깔끔하게 잘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작가, 철학자, 학자, 여행가, 명사들의 걷기 예찬이 책을 가득 채웠다. 강조할 부분은 –저자의 의도인지 역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다만- 빨간 색으로 쓰여 있다. 줄간격, 여백도 완벽하고, 책의 판형, 무게도 적당해―지극히 주관적으로 보기에― 아침에 무작정 집어 들고 발 닿는 곳으로 가,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읽기에 적합하다.

 

“걷기는 존재에 비추어 보면 별것 아니어서 대개는 기억 속에 덧없는 흔적만을 남길 뿐이다. 거기에는 분명 본질적인 소박함 속에서 삶에 대한 의욕을 키우는 힘이 있다.” 프랑스의 풍경과 우리의 풍경은 다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걷기예찬자들이 마주했을 전원의 풍경은 일상에서 쉬 찾기 힘들지만 뭐 어떤가. 동네 한 바퀴든, 공원이든, 마실이든 일단 나가자. 일단 걷자. 실생활에서의 즉각적 실천 욕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비드 르 브르통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