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운 나쁜 선수가 있을까? 올림픽에 여섯 번 나갔지만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러나 이규혁 선수는 말한다. 메달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실패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저자가 다섯 번째 실패를 뒤집어 여섯 번째 기회를 찾아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소치올림픽에서 달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가 아니었다면 솔직히 말해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다. 소치올림픽의 결과는 500m 18위, 1000m 21위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올림픽 6회 도전은 금메달과도 안 바꾸겠다고. 지금까지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자신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그는 결코 못하는 선수가 아니다. 열여덟의 나이에 주니어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자신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림픽만 나오면 뭐라도 쓰인 마냥 메달을 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개츠비의 초록불빛과도 같은 것이었다. 개츠비와 저자의 차이라면, 개츠비는 초록불빛을 좇다가 파멸했고, 저자는 행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도전은 행복하다고. 결코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꿈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이 책에는 저자의 삶, 그 속의 땀과 고통, 희열이 모두 담겨 있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항상 질문 받는다. 넌 꿈이 뭐니? 넌 뭐가 되고 싶니? 대통령, 과학자, 연예인, 운동선수, 부자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어느 시점을 지나서면 아무도 꿈이니 장래희망이니 하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안정된 직장, 내 집 이 정도를 원할 뿐이다. 우리 삶의 금메달은 무엇인가? 어디서부터 외면한 것이었을까? 지금 도전하면 과연 메달을 딸 수 있을까? 누구나 이런 회의감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자. 그리고 당신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자.

“꿈과 용기를 잃지 마세요. 꿈을 향해 달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이규혁.

최근에 읽은 도서 중 최고의 도서라 생각한다. 저자는 스탠포드경영대학원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자 <노동경제학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폴 오이어다. 원제는 『Everything I Ever Needed to Know About Economics I Learned from Online Dating』이다. 출판사에선 제목을 『짝찾기 경제학』이라 지었는데 그야말로 기가 막힌 작명이다. 표지에는 자극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짝을 찾는 경제학적 해법’이라 쓰여 있지만 그저 간단히 말하자면 ‘온라인 데이팅 등을 경제학적 개념을 이용해 살펴본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배경지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데이팅 혹은 인터넷을 통해 이성을 만났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유교관념, 적은 땅덩어리, 좁은 인구수, 압도적인 인터넷 이용률로 인해 어쩔 수 없긴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온라인데이팅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사람이 많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연애는 물론 결혼까지 이른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제목만 보고 기피할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선선한 가을밤, 나는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에 자리한 우리 집 근처 카페 보론의 야외 탁자에 앉아 20여 년 만에 처음 하는 데이트의 상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욕먹기 십상이었을 테지만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창조적 작업이 행해질 수 있었다 생각한다. 저자는 20년 만에 이혼을 하고 온라인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여자를 만나며 집필을 구상하게 됐다. 탐색 이론을 통해 ‘짝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탐색비용과 노력의 차이’를 설명하고 빈말(cheap talk)을 통해 ‘데이트 시장에서 프로필 부풀리기의 딜레마’를 해부한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온라인데이팅 사이트와 페이스북을 비교 분석한다. 그리고 신호효과, 통계적 차별, 역선택 등 다양한 경제 이론의 매스로 온라인 데이팅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친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사회 분석으로 분석 범위를 넓혀가니 재미도 이런 재미가 따로 없을 정도다. 소재의 기발함을 보면 재미난 ‘교양강의’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여기에 저자의 탁월한 경제학적 분석, 식견이 더해지니 그 깊이에 있어서는 전공강의 못지않다. 제목은 『짝찾기(로 시작하는) 경제학』이라 보는 게 딱 맞을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정치란 내가 관심을 갖든 갖지 않든 나에게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쓰였다. 거의 모든 정치관련서적(철학서든, 입문서든, 개론서든, 뭐든)은 정치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정치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 광의적 정의다. 이는 곧 이 책이 굉장히 생활과 밀착된 정치해석을 담았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최근에 쓰인 책이기 때문에 18대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생생한 뒷이야기와 전망이 담겨 있다. 정치서는 거의 정치철학을 위주로 본 터라 이런 종류의 ‘정치이야기’가 낯설긴 하다. 하지만 책을 쭉 읽다보니 눈에 자주 띄는 게 있었다. 통계자료였다. 요즘 얼마나 ‘팩트’가 중요시되는지 느낄 수 있었고 글에 설득력이 더해졌다.

아쉬운 것은―반대로 장점일 수도 있는 것은― 저자가 좌익 정당에서 10여년 간 활동을 했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독자로 하여금 선입견에 빠지게 할 수 있고, 심지어는 책을 들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책의 내용들도 거의 대부분의 정치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가 옳은가 그른가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일침에 등이 다 시원할 사람도 있고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주의로 가득 찬 기존의 정치 이론서, 입문서에 염증이 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도 괜찮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