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리얼리즘 문학의 시초가 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영화로도 보고 책으로도 보았는데 내용 전개를 이해하는 데에는 영화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책이 나은 것은 여성의 심리와 그 당시의 풍습에 대한 묘사이다. 여성은 항상 역사의 조연이었고, 여자의 감성적인 측면은 여성을 더 소외당하게끔 만들었었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여성은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내용은 매우 간단히 말하자면, 오만한 00와 편견에 빠진 00에 대한 것이다. 이들 주위의 관계망을 한 단계씩 발전시키고, 각각의 인물에 개성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이 『오만과 편견』이다. 그러나 워낙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연애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길 권한다. 굉장히 묘사가 잘 돼 있어 굉장한 강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굉장히 시시한 일(연애, chit chat)이 몇 페이지에 걸쳐 서술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힘들었다. 물론 연애나 잡담이 삶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제인 오스틴을 이해하는 데에 ‘이성과 감성’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사랑은 오만과 편견을 극복할 때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이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은 그가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고린토 전서의 구절이 떠오른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를 두고 함께 기뻐한다.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이 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중년 남성들의 삶에 적용했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자살율은 우리나라 연령별, 성별별 계층에서 최고 수준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서양이든 동양이든, 옛날이든 현재든 중년 남성은 가장 왕성히 활동을 하고 가장 많은 권력(명예, 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왜 자살하는가? 어떻게 살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살지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은 일에 치이고 바쁜 삶 속에서 삶을 사는 법을 고민할 시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중년 남성들은 이제 겨우 얻은 약간의 여유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방황하고 있다. 이 책은 그들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는 거의 백세 시대다. 길게 잡아 5, 60에 은퇴한다고 했을 때 약 4, 50년이란 세월을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떻게 나이 들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공론장이 필요하고 생각이 필요하다. 남성 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왜 『오디세이아』를 꺼내들고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는가? 그것은 『오디세이아』가 성장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긴 항해와 모험을 거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 사실 『오디세이아』를 읽기는 쉽지 않다. 일단 길이가 방대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양 사상의 정수가 된 작품이니만큼 그 안에 담긴 의미도 적지 않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일종의 『오디세이아』 해설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그림 자료들을 싣고,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함께 담겨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를 사용하고, 무리 지어 산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속성이 결합해 인간은 대화의 동물이 되었다. 대화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주고, 문화를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대화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미 잘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전달하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노구치 사토시, 기모노 전문점에 입사 후 1만 명이 넘는 고객을 상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 방법을 개발했고, 이 책을 썼다. 이를 보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한다면 누구에게나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에 대해 오픈하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실패담이나 실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면 자유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대화도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르는 사람과는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것 같다.” 산업혁명과 도시의 발달로 인구가 집중되고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은 원자화되었고 각자는 익명성이라는 막 안에 갇히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모르는 새 낮아져만 갔고, 그야말로 ‘강제’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해서 사람들 간 소통을 할 필요가 증대해졌다.

아무래도 일본 실용서의 특성상 굉장히 기술적, 실용적 지침들이 가득하다. 눈을 마주쳐라, 먼저 말을 걸어라, 이름을 기억해라, 배려해라, 맞장구를 쳐라,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인을 보내라, 상대가 신경 쓴 것을 칭찬하라, 자신을 낮춰라 ……. 한 번에 전부 실행하고, 바꿀 순 없을 것이다. 하루 한 가지씩, 혹은 일주일에 한 가지씩만 꾸준히 실행해도, 한두달 혹은 일 년 안에 큰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