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이니 자기계발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에 대한 책들은 시중에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굳이 읽어보거나 찾아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표지에 이렇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MBA에서 가장 환영받는 자기관리 과정’, ‘전 세계 500대 기업 CEO들이 중점적으로 배우는 과목’. 하버드 MBA가, 500대 기업 CEO들의 행동들이 진리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실용적인’ 행위임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질문들로 시작된다. ‘당신은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나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이상을 세우고 있는가?’ ‘사고방식에 문제는 없는가?’ ‘당신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제력이란 무엇인가’

‘자제력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과 일을 통제하여 다스리는 굳센 의지력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자제력을 기반으로 세워진다. 지식이나 기술 혹은 인맥은 자제력을 기초로 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즉 자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성공 비결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다양한 대처법이 담겨 있다. 쇼핑을 자제하고 싶다면 쇼핑하러 나가지 못하게 머리도 감지 말라. 행동을 짜증스러울 만큼 지연시키라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며 생각났던 책은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맥고나걸이 쓴 책인데 비슷한 맥락에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오이게 드레버만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전 유럽이 가장 사랑하는 지성인데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적 쏠림 현상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학계는 미국의 것과 친숙하고, 출간, 번역된 책들 또한 마찬가지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국무장관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EU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간략한 저자 소개만 봐도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사람일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는 사제 서품을 받았으면서도, “성서에 나오는 기적들을 역사적 사실이라 주장하는 로마가톨릭교화의 해석을 비판”했고, “1992년 사제직에서 파면되었다.” 그야말로 진실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드레버만은 수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었다. 최고의 지성인이 고고히 존재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자질구레한, 사소한 일들을 논하며 상담해주었던 것이다. 그 내용들과 드레버만의 인생 철학이 이 책 안에 모두 담겨 있다. 색즉시공공즉시색이라 했던가. 그는 ‘성’과 ‘속’을 억지로 경계 짓지 않고 조화시키고자 한다. 그 부산물이 곧 이 책인 것이다. 어찌 보면 하찮다고 쓸데없는 chit chat이라 여길 수도 있는 얘기들이지만 드레버만은 작은 일화 안에서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우리의 가려운 등을 긁어준다. 구어체로 쓰여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상뻬의 그림은 사랑스럽다.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가식이나 위선으로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뻬의 작품을 보며 행복한 것은 그의 작품이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외톨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희한한 병에 걸린 아이를 만나고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최고의 단짝이 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이별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어른이 된 얼굴 빨개지는 어른은 어디선가 재채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저자가 얼마나 인생을, 세상을 사랑하는지 알려준다. 차이와 편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차이와 그로 인해 생기는 편견은 무슨 거대한 재앙이나 질병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굉장히 사소한 것으로 인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얼굴 빨개지는 어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