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미친 짓이라는 사람도 있고 만족스러워하는 이도 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장점만 있는 것도 단점만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각각의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체호프는 1898년 쓴 단편 <사랑에 관하여>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랑에 관해 지금껏 내려진 정의 중 논쟁할 수 없는 진리는 딱 하나예요. 그건 바로 ‘사랑의 비밀은 위대하다.’는 거죠. 이외에 사람들이 말하고 쓴 모든 정의는 해답이 아니라,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문제들을 제기한 데 불과한 거였죠. 어떤 경우에는 유용해 보이는 설명이 다른 수십 가지 경우에는 소용이 없는 겁니다. 제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경우를 종합하려 하지 않고 각각의 경우를 따로따로 설명하는 것이지요.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개별화할 필요가 있는 거죠. … 제가 아직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다닐 때 ‘인생의 연인’이라 부를 만한 아주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었어요. 그 여자는 내가 자기를 안을 때마다, 자기에게 한 달에 얼마를 줄지, 요즘 소고기 값은 1푼트에 얼마인지를 생각하던 여자였어요. 그렇게 우리는 사랑할 때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죠. 이게 정직한 사랑인가 아닌가, 현명한 선택인가 어리석은 선택인가, 이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특성이 우리를 방해하고, 불만스럽게 만들며, 짜증나게 한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과연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애초에 좋고 나쁜 사람이 정해져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희대의 살인마도 지 부모 앞에서는 온순할 수 있으며, 밖에선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는 이가 집안에서는 짐승처럼 살 수도 있다. 좋고 나쁜 기준은 절대적인 게 아니며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좋다’고 여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 단지 열정이나 호감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사랑과 ‘좋은’ 결혼의 전제조건이다.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랑, 모든 결혼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 “As Good As It Gets”에서 Jack Nicholson과 Helen Hunt가 주고받은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That's maybe the best compliment of my life."

데미안은 확실히 사람, 특히 청춘의 마음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젊은 시절 데미안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 다시 데미안을 읽든 그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가 여느 남학생들처럼 어리석은 장난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큰 소리로 웃거나 떠드는 것도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 속삭이기보다는 조용히 신호나 눈빛을 보내 자신이 관심 두는 일에 나를 끌어들이곤 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일 중에는 종종 기묘한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데미안은 학생 중 누구에게 관심이 가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그들을 연구하고 있는지 내게 말해 주었다. 그는 몇몇 아이들을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내가 엄지손가락으로 네게 신호를 보내면, 저 애하고 저 애가 우리를 돌아보거나 목덜미를 긁을 거야.”” 초월적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중2병에 걸린 학생이 감동받을 부분이다.

“그런 봄날 나는 공원에서 무척 마음을 끄는 젊은 숙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옷차림은 우아하고, 얼굴엔 총명한 소년 같은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첫눈에 내 마음에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유형이어서 내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훨씬 더 어른스러웠으며 우아하고 윤곽도 뚜렷해서 완연한 숙녀 티가 났다. 하지만 얼굴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도도한 면과 사내아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나는 내가 반한 소녀에게 다다가는 데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은 이전에 봤던 어떤 인상보다도 강렬했고, 이 사랑의 감정이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갑작스레 한 모습이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고귀하고 존경스런 모습이. 아, 내 마음의 어떤 욕망이나 충동도 존경과 숭배의 이 욕망보다 더 깊고 강렬한 것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헤세는 매혹적이면서도 중성적인 여인상을 창조했다.

“우리는 사위어 가는 불 앞에 오랫동안 엎드려있었다. 불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형상과 오그라드는 나뭇재 하나하나가 행복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시간을 내 기억에 불러들였고,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나의 죄의식을 점점 크게 쌓아 올렸다.” 데미안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심리학이나 종교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융과의 연관성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꿈결 클래식의 첫 번째 도서로 나온 이 책은 ‘새 번역’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해제에 기존의 오역을 지적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장 좋은 것은 원서와 비교하며 읽는 것이겠지만, 영어권 도서도 아니고 독어 원서를 대부분의 일반 독자들이 읽을 도리가 없다. 끽해야 기존의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 하에서라면 이 책의 장점(새 번역)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삽화에 대해서도 약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출판사를 대표하는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만들고 싶다면, 새로운 번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새롭고 정확한 번역은 기본이며, 우리나라 문학계에 출간되지 않았던, 그러나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이를 뜻밖의 횡재로” 만드는 자들이 있다. 많은 자정 운동, 움직임이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억제할 수도 없고, 선진국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다. 기껏해야 속도를 약간 늦출 수 있을 뿐이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어느 정도 지구온난화에 대해 지식을 쌓았다. … 지구온난화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진부해졌고, … 지구온난화 경고는 더 커지고 더 오래 지속되어 왔다.” “매달 20억 톤 또는 초당 800톤이 더해져서, 전체 3조 7300억 톤의 온실가스가 집계되어 있다. … 이 책은 우리가 만들려고 작정한 듯한 세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썼다. 기후변화에 관해서이지만,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단적으로 어떻게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거나 왜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니다. …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모양을 다시 만들 것이고, 우리는 이미 모양을 대충 짐작하고 있다. 뜨거운 곳은 더 뜨거워지고, 축축한 곳은 더 축축해지고, 얼음은 그냥 녹아버릴 것이다. … 반면에, 고위도 지역의 부유한 국가인 유럽, 호주, 캐나다, 미국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 내가 만났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불균형이 기후변화로 더 확대된 듯하다. 불균형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더 많이 커질지도 모른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이 감춰진 북극과 그린란드 주변에 대한 이권 다툼이 치열하다. 석유회사와 해빙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항로를 이용하고자 하는 선박회사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물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갈수록 사막화되는 곳이 늘어갈 것이고 물이 상당한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미 서부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화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민간사업자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개인 방화대가 활동하는 것이다. 불어난 물에 대해서도 곳곳에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 해안도시, 섬나라 등은 방파제 사업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아직까지 눈에 확 띄는 것은 기업들의 활동이지만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동네 빵집, 음식점 차릴 때가 아니다. 세계의 슈퍼리치(super rich)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 유수의 다국적 기업을 앞지르는 방법은 새 판을 짜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