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메이저리그다
이 책 너무 재미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길 바란다. 짬내서 조금씩 보려던 책인데, 한참을 붙잡고 늘어지게 되는 책이다. 한국야구는 보지만 메이저리그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꼭 봐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사랑하는 국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여 있는 메이저리그의 룰, 관행은 다른 많은 국가들이 따라하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제이슨 켄달과 리 저지다. 켄달은 올스타에 세 번 선정됐던 최고의 선수였고, 저지는 ‘캔자스시티 스타’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만 알 수 있는, 기자만 알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하다. 어느 쪽을 펼쳐서 무엇을 읽더라도 깊이 몰입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야구를 관람할 때 플라이볼이 너무나도 쉬워보인다. 선수들이 쉽게들 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뜬공을 잡는 게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모른다. 태양, 바람, 경기장. 이 모든 요소가 뜬공 잡기를 힘들게 만든다. 공은 아래로 곧장 떨어지지 않는다. 미친 듯이 회전하고, 바람에 떠밀려 내야 중앙으로 밀려간다. 홈플레이트 뒤로 공이 뜨면 포수가 홈플레이트 앞으로 나와서 백네트를 향해 몸을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공이 앞을 향해 날아온다.”
“정말 능수능란한 내야수는 … 심판의 시야를 가림으로써 아웃 판정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팬들은 타자가 스윙해서 삼진을 당하면 마지막 공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한 헛스윙이라고 본다. 하지만 선수들은 공 네 개 전에 이미 승부가 났다고 본다. 볼카운트 2-0에서 들어온 속구를 타자가 파울로 날려 먹었을 때 말이다. 좋은 공이었지만 치질 못한 것이다. 타자들은 자신에게 그런 공이 다신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안다. 타자가 타격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열 받아서 씩씩거리는 모습을 때때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자 본인도 자기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아는 거다.”
“비록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타자의 몸을 맞히면 상대 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즉 투수가 몸 쪽으로 공을 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내려와서 사과를 해대면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전달된다. ‘다시는 몸 쪽으로 공을 던지지 않을게요. 전 약한 놈이에요.‘”
일전에 추신수가 스트라이크-볼 판정으로 논란이 있었을 때 “심판은 날 존중해줘야 한다.”라고 말한 적 있다. 이 말을 본 많은 네티즌들이 건방지다고 했는데, 이 책에선 말한다. 신인과 푸홀스의 스트라이크존은 다르다고.
“선수들이 말하는 야구는 내가 알던 야구와는 전혀 달랐다. 야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야구는 결코 느리고 지루한 것이 아니며,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가는 경기다. 이 책이 야구를 보는 진정한 재미를 가르쳐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