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얼마나 당돌하고 가슴 뛰는 말인가. 굉장히 진부하기도 하다. 실제로 갈 수 없을 것을 이 책을 읽는 99%의 독자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매력적이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년여 동안 세계를 떠돌며 수많은 경험을 하고 수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이것은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진짜 배움이다. 하지만 일단 떠나고 보자라는 것은 좋지 않다. 대다수의 여행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기 때문에 유용한 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를 넘어선 지나친 여행은 시간낭비에 가깝다.(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라면 별개의 문제다.) 저자의 말마따나 여행을 통해 새로 태어나고자 한다면 조건이 있다. 자신의 꿈을 여행과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꿈-디자인-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쪽 일들을 주로 도맡아 하며 여행을 마치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저 언어를 배우고 싶다면 동네 학원을 가고, 원어민 친구를 사귀는 게 더 편하고 빠르다. 이 책을 보고 저니맨이 되고자 한다면, 여행을 통해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굉장히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미술을 공부하는,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유럽의 미술관투어를 2년 동안 한다면 훌륭하고 정말 환상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유적지나, 관광지나 쫓아다녀서 사진 찍고 끝난다면 그것은 그저 추억만들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저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것에 만족하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저니맨 쾨르너가 보여주는 것은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의 한 예시일 뿐이다. 자신만의 새로운 여행 계획을 매우 철저히 짜서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이 책의 기획의도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금융체계를 좀 더 효율적이며 공정한 체계로 정비할 필요가 있(9)”고, “진정 바뀌어야 할 것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의 생활양식(9)”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생활양식은 소유하고 축적하며 물건을 끊임없이 신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서구에서 비롯된 생화량식이다. … 이런 이데올로기의 삶이 단기적,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오히려 ‘더 많이 갖는 것이 퇴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제대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경제의 의미, 돈의 가치 그리고 사회적 평등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진정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이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10)”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얻고자 노력했고, 세 사람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셋이 바로 소크라테스와 예수, 붓다다. 저자는 “25년 이상 붓다, 소크라테스, 예수를 인생의 스승으로 모셔 왔다. … 이런 과정 끝에 가장 중요하게 남은 것은 그들의 언행이 수렴되는 지점이었다. 공간적, 시간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과 가르침은 몇몇 부분에서 일치했다.(12)” 저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세 명의 묶음 전기 제작에 나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선 그들이 어떤 사람인가 파헤친다. 그들의 성장과 삶의 태도, 성격, 행적, 후대의 평가를 각종 고증을 통해 파헤친다. 2부에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을 적는다. 소크라테스나 예수, 붓다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많은 것을, 거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 결과 2부만 대충 보면 그들과 저자가 하는 말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비중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생애는 약 230여쪽에 걸쳐 다뤄지고, 그들의 가르침은 약 120여쪽에 불과하다. 이는 그들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렇다. 그들이 인류의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가르침이 그들의 행동과 같기 때문이다. 고전이나 종교학에 대한 예비 지식이 없으면 어렵고 쉽게 눈이 들어오지 않는 책인 것은 확실하지만, 저자가 편파적인, 종교적인(한 종교에)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재조명, 비교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읽고 되새길 가치가 있는 책이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원제를 보니 왜 제목을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라고 했는지 알 법하다. 원제는 ‘The Girl Who Saved the King of Sweden’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크게 호기심을 끌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나손의 첫 히트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생각하면 그의 후속작임을 알 수 있게 하고, 개성까지 드러내게 하는 좋은 제목이라 생각된다. 요나손의 두 번째 작품 또한 처녀작 못지않게 구성이 잘 돼 있고, 즐겁다. 사실 첫 작품의 기발함을 생각하면 이 기발함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언제 바닥날까가 궁금하면서 우려됐는데 아직은 괜한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그의 작품이 영화화되기에 최적화되었다는 것이다. 전문 시나리오 제작자가 조금만 손보면 바로 영화 대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요나손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산다. 소설이니까. 하지만 주위에는 소설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마냥 웃긴 것으로 보이는 요나손의 소설은 우리의 일상성을 전복시키려 한다. 길 가다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어떤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진 않을까? 그의 작품이 인상적인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실제로는 ‘까막눈이’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