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다. 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이었지만 소련 해체 후 힘을 잃어갔고,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니 빨갱이니 하면서 알게 모르게 배척되어 왔다. 미국, 유럽, 호주, 남미, 중국, 일본 등 수많은 나라를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기가 있지만 러시아 여행기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것도 어려웠다. 러시아 여행을 꿈꾸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던 러시아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잘 다뤘다. 올 컬러풀 사진이 담겨 퀄리티가 높다. 전문 여행작가가 아닌 일반인에 의해 쓰였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일기나 블로그를 보듯 부담 없이 즐겁게 그들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다. 그들이 다녀갔던 곳을 그대로 답사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물론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가 셀 수 없이 많은 명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이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만 집중되었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그림체와 내용, 책의 퀄리티 모두 마음에 쏙 든다. 소름 돋는 내용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작가가 한 컷 한 컷 심혈을 기울여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끔찍한 곤충과 동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정신없이 튀어나온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장면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한번 빠지면 순식간에 몇 십 쪽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망가진 건물이나 간판 등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내용은 언뜻언뜻 이토 준지가 오버랩 되기도 하다. 그림체에서는 쿠로즈카를 만든 유메마쿠라 바쿠가 떠오르기도 한다. 한 눈에 봐도 이 작품에 들인 정성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정역 간판이 널부러져 있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왜 하필 합정역인가는 이 작품을 다 보고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국가 공무원 1종 시험 합격, 도쿄대 법학과 수석 졸업, 재무부 입사 후 조세 정책 업무 담당, 변호사 개업. 이 정도 이력이라면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충분히 공신이라 불릴만하다. 게다가 일본인의 책이라 그런지 굉장히 실용적이다. 솔직히 크게 기대는 안 했었다. 뭐 할 말이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한가득 담겨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워낙 많지만 몇 개만 꼽자면, 노력의 8대 2 법칙이 있다. “노력을 즐겁게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답이 80%를 넘고 노력이 필요한 비율이 20% 정도 되는 것이 좋다. 현재 실력으로 80% 정도 풀 수 있고 20%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비율.” 외국어를 공부할 때 항상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하루에 몇 단어, 몇 문장을 새로 외워야지 마음은 먹고 계획은 세우지만 실제로 되질 않았다. 노력이 필요한 비율이 100%였기 때문에 힘은 힘대로 들고, 학습 효과는 떨어지고 그랬던 것이다.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페이지를 넘기라는 조언도 유용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읽어야 할 것은 많고 항상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한번에 전부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하지만 도쿄 공신의 일단 페이지를 넘기라는 조언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그의 경력을 보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만 할 수 있다면 공부나 커리어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