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 아내가 결혼했다 (2006.11.9)

'아내가 결혼했다' 결론이 날 수 없는 이야기, 만일 아내가 두 남자 중 한 사람을 선택했다면 그냥 싱거운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문제 제기도 의미없는 것이였을지도.

폴리아모리, 즉 비독점적 다자연애. 정말 발칙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도 아내의 그것을 인정하는 덕훈처럼, 나는 그렇게 하라면 죽었다 깨나도 못한다. 차라리 판을 깨버리지. 버젓이 두 집 살림하는 배우자를 어떻게 볼 것이며 또 배우자의 또 다른 배우자가 내 집에 들락거리는 것을 어찌 보며 살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 극소수의 그런 집단이 있다하지만 어쨋거나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책을 다 읽은 결과. 어떤 인터넷 논객은 무신론과 쾌락주의의 연관성에 대해 주장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쾌락을 금기시 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는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사회다. 너무 스피드하게 돌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스피드를 현대사회의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것인것 같으면 저것이고, 저것인것 같으면 이것인 사회가 오늘날이다. 그러니 무신론이 무슨 소용이고, 에피쿠로스학파가 무슨 소용인가? 나만 잘살면 되지. 정말 그럴까?

여하튼 나는 그럼에도 무신론자인데 책을 다 읽은 결과 그 신념이 너무도 구닥다리이다 못해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꼭 그렇지는 않지만 중요한 건 지금. 우리 사회의(대한민국 사회) 갖가지 폐단의 원인이라는 조선시대 유교사상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듯.

신념 1. 가족이란, 한 쌍의 이성의 남녀가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그 사이에 생기는 직계존속의 자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아직은 입양 자녀를 키울 자신은 없다. 내 아량도 그렇게 넓지는 못한 듯. 결혼식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음. 두 사람 사이에서 이것이 결혼식이다하며 구리반지만 나눠끼워도 그것은 결혼이라고 생각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진보적임.^^

신념 2. 사랑이란, 나는 너, 너는 나. 나는 나, 너는 너. 이것을 다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다. 신념1에서처럼 이성의 남녀 한쌍이 사랑하는 사이여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운명같아야 하고, 영원해야 한다. 궤도를 이탈하는 것은 무한한 고통.

신념 3. 신념2를 인정하는 이성간 섹스를 해야한다. 때때로 직업여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일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아내들은 그럴 것이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편들은 오늘 이 새벽에도 그런 여성을 찾아 홍등가를 헤매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하고나, 누구하고나 마음만 맞는다면 섹스를 하는 수 많은 인간들이 있다. 여자건 남자건. 지들은 그럴듯하게 프리섹스주의자라고 떠벌리거나 내심 이것도 진보주의의 하나다라고 자위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천하의 몸쓸 년놈들일 뿐. 더구나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매는 년놈들때문에 현대사회를 정의할 수 없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정의할 수 없다.

고로 나는 구닥다리. 성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추호도 68혁명 세대를 부러워하지도, 동경하지도, 호기심을 갖지도 않을 것이다. 한 사람과 두 번 이상 자는 것이 놀림받을 일이라고? 1968년 미국 우드스탁 락 페스티발 현?악세상'이라는 잡지에서 읽었다. 설마 옷벗고 좀 놀았겠지,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짜? 나이가 들어서는 그게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걸로만 본다면 쾌락주의와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도 영향도 주고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카톨릭이나 개신교를 믿는다고 보면. 뭐 그대들은 68혁명세대이니 무신론자였나? 그럼 쾌락주의와 무신론은 서로 연관이 있다는 인터넷 논객의 주장은 억지가 아니네.

여하튼 나의 신념3. 반복.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여하튼 전체 결론은 나는 소설 속 덕훈처럼 할 자신도 없거니와 그의 아내의 궤변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으며 아내의 또 다른 배우자인 재경을 덕훈마냥 두들겨 패주고 싶은 마음밖에는. 그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 축구를 이렇게 화려하게 나열해 놓다니. 박현욱의 팬이 되겠소. 그리고 나는 남편이나 아내가 결혼한다는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소. 하나에 만족하며 살자. 하나. 늙어 꼬부라질때까지. 심심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