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희한하게 꼭 바쁠 때만 전화해요.

 

야구 싫어한다면서요. 축구는 더 싫어요. 난 시간 딱 정해놓고 뭐 하는 거 싫거든요.

야구도 9회 말까지 딱 정해놓고 하잖아요. 연장전 있어요. 축구도 연장전 있던데.

아니, 남자가 손을 내밀면, 여자도 딱 내밀고 (부흥회 기도하듯 손뼉 치며) 이렇게 마주쳐야

분위기도 업 되고,

 

잠깐만요. 그거 사랑한다는 거죠? 엊그제라고, 날짜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사랑한다는 거잖

아요. 카드 결제일 기억한다고 카드 사랑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좋아하

는 건 맞잖아요. 그냥 기억력이 좋은 거에요.

 

사막에 사는 어떤 사람이 너무 외로워서 뒤로 걸었대요. 자기 발자국이라도 보려고. 세상을

믿고 싶을 땐 뒤로 걸어본다. 이렇게 세상을 등지고 걷는 것은 등 뒤에 있는 세상을 끝끝

내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시가 있어요. 그냥 좋은 말 같아서요. 등 뒤에 있는 세상을

믿고 싶다는 말. 워낙 등에 칼 꼽는 세상이라. 아직 모르겠어요. 등 뒤에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등 뒤에 있는 세상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둘이 함께 꼭 가야 되는 세상이에요.

 

난 요리 잘하는 여자가 좋은데, 지현씨는 어떤 남자 좋아해요? 그런 거 안 물어보는 남자

요. 그럼 안 물어 볼 테니까 얘기해 봐요. 뭘요? 어떤 남자 좋아하는지요. 그냥 봐서 좋은

남자요. (정색하며) 그럼 봐요. 보란다고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사람 쑥스럽게...

 

저기... (똑바로 보는) 앞으로 내가 어딜 가든, 어디 간다고 말 하고 다닐게요.

세상사람 다몰라도 준서씨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요. 그거... 사랑 한다는 거죠?

 

(눈물이 뚝 떨어지며) 새아빠가... 점점... 좋아진단 말이에요.

(못 들었다) 뭐?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보고 새아빠랑 결혼하지 말라고 했는데... 엉엉... 아빠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빠랑 같이 살자고 했는데... 새아빠 더 좋아져서 진짜 아빠 안 보고 싶으면 어떡해요? 아빠는 내 얼굴도 모르는데...앙앙앙... 아빠랑 나는 얼굴도 모르는데...

 

에이, 옛날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있어요... 옛날엔 내가 없었으니까.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도 나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끼린 미안하다는 말 하는 거 아니래요.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그거 번역 잘못 한거에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이란 '네가 잘못이야'라고 나무라지 않는 것'라는 뜻이에요.

언제부터 바뀐 거에요?

번역이 잘못된거에요.

그럼 지현씨, 무슨 일인지 몰라도 미안해하지 말고, 나는 지현씨가 잘못이라고 나무라지 않을 거에요.

안 그래도 돼요. 그런 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니까요.

들어가세요.

 

... 세상엔 꼭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게 있거든...

 

진짜 괜찮다니까요. 러브 민스 네버 해빙...

사랑이란 '당신 잘못이야'라고 나무라지 않는 것.

앞으로 내가 좋은 아빠 돼 줄게요. 걱정 마요.

 

남자였던 적... 한 번도 없었어요. 그냥 남자 몸에 갇혀 있었어요.

근데... (울먹이는) 그게 힘들고, 그렇게 사는 게 너무 아파서...

... 왜 얘기 안 했어요?

... 숨길 생각 없었어요... 하려고 했어요... 근데 (떨리는) 무서웠어요. 그런 얘길 하면... 모두 떠나버리거든요... 전부...

 

봐봐요. (소주잔과 맥주컵을 계속 번갈아 들어가며) 당신이 이 사람을 무지 사랑했어. 근데 알고 보니까 이 사람이 이게 아니고 이거였던 거야.

물론 지금은 이거지...

하지만 과거에 이거였던, 아니 이거에 갇혀 있었대.

그럼 지금까지 이건 줄 알고 사랑했는데 이거라 사랑 못하겠다는 거 아냐.

(소주잔 내밀며) 이게 뭘로 보여요?

소주잔.

(소주잔에 맥주를 따른다. 다시 들어 보이며) 이래도 소주잔이에요?

중요한 건 무엇이 담겨있냐지, 어디에 담겨있냐가 아니에요.

 

난... 아무 약속도 못지켰는데... 지현씨는 약속 지켰어요.

자기가 어디 있는지 세상 사람이 다 몰라도 나는 알게 해주겠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요.

 

“내일이면 따뜻해 질 거라고 믿었어요. 하루만 더 참으면 따뜻해진다고.

매일 매일 믿다 보니까 진짜 봄이 왔어요.”

 

사람 몸에는 가끔 없어도 되는 게 있기도 해...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른 거고. 알았지?

지금 한 말... 잊지 말고 기억해야 돼. 꼭... 알았지?

 

잊지는 마라. 사람 함부로 잊는 거 아니다.

 

난 난데 그러면 내가 아닌 거잖아.

 

나 당신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이해하면서까지 사랑하는 거 웃기잖아요. 사랑이 수학도 아니고.

이해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건 억지잖아요. 사랑이 장난도 아닌데.

 

날 봐! 이래도 내 마음이 안보여?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렇게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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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정말 좋을 것만 같았다.

어른들에게는 자유가 있고 뭐든지 제멋대로 해도 누가 혼내지도 않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지겨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들은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높고 높은 하늘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믿으며 서로를 짓밟고 떨어져도 기어이 올라가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나 또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취업난에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취직을 해도 전부다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 생활의 연속이다.
내가 바라던 어른의 모습이 정말 이런 것이었던가?
생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어릴 때 꿈꾸었던 나비를 생각한다.

나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리라!
지금의 삶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고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어릴 때 꿈꾸었던 어른이 될 수 있다.

무엇이 될지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버티고 견딘다면 값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여긴다.

그리고 이 책은 읽는 시기 때마다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묘미도 있어 좋다.
그만큼 인생을 살고 바라본 눈으로 책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