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왜 제목이 국화와 칼일까?
오히려 "벚꽃(사꾸라)과 칼"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일순간 들었다.
흔히들 벚꽃이 일본의 국화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일본은 정해진 국화가 없다고 한다.
국화는 일본황실의 꽃이다. 일본인들은 벚꽃보다 국화를 좋아하는데 다른꽃들이 피지 않는 차가운 가을에 홀로피는 국화가 깨끗하고 청결하고 조용하고 엄숙하고 고귀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책은 일본을 다룬 가장 객관적인 책으로 손꼽히는 고전으로 루스 베네딕트가 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1944년 6월 미국무부의 위촉으로 일본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놀라운 사실은 저자가 일본을 방문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일본관련문헌참조와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과의 인터뷰만으로 이 정도의 깊이있는 통찰이 가능하다니
대단한일이다
제3자인 서구인의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았기에 더욱 객관적 기술이 가능했다.
학문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보다 엄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은 입증하고 있다.  부분적인 체험은 전체적 방법론을 망쳐놓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패전 전후 미국이 어떻게 일본을 다스려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위해 지어진 책이다
당시 대일점령정책이 이미 굳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강화조약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동적이었다. 일반 미국인의 일본에 대한 우월감은 최고조에 달하였고 그 시대 관련 미드를 보면 미국내 별도의 일본인 수용시설을 만들어 미국내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수용하고 괴롭히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 강화조약이 체결되면 일본은 어떤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될런지 알수 없을정도 였으니
미국의 지도자들은 자칫 잘못했다간 반미감정에 불을 지필우려가 있었다
일본인 대부분이 반미를 주창하게 되면 극동정세가 미국에 현격히 불리해질뿐만 아니라 세계전략에 있어서도 소련에 우위를 넘겨줄 우려가 있던터라 선견지명이 있던 미국은 일본에 생트집 잡힐 여론의 목소리를 저지해야 했고 일본이 자신들이 이긴 상대중에서 가장 납득할만하게 보이게 하는 책의 필요성때문이라고도 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는 "미국인은 국화와 칼을 처음 읽을때는 일본인에 대해 우리가 싸운적중에서 가장 속을 알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일본인이 우리가 승리한 상대중에 가장 납득할 만한 상대였다"고 했으니 무의식적으로 이 책을 저술한  힌트를 주었다고  할 수도있다.

 한때 일본을 가깝고도 먼나라로 표현하며 다양한 일본에 관한 책들이 봇몰처럼 쏟아지던 때도 있었다.
나 역시도 일본은 없다와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이란 제목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책은 패전이전의 일본에 관한 책이라 현재의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일본은 패전이후 전혀 다른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예기되고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습관에 관해 기술했다.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 예의를 지키고 또 지키지 않는가, 어떤 경우에 수치를 느끼고, 어떤 경우에 당혹감을 느끼며, 자기자신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가 등에 관해 2장에서 12장까지 기술했다.

국화와 칼은 국화는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동시에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린다는 일본인을 나타낸 것이다. 즉 일본인에게는 국화와 같은면이 또 다른이면에는 칼이라는 면이 들어있다는 이중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제목인것이다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국화와 칼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모순처럼 보이는 일본인들의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것이다.
아름다움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칼이라는 무시함을 숨기고 있는 그들 그들은 왜 이런문화를 가진것일까
각자가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  이 한 줄이 일본을 나타내는 함축적이고 적당한 말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가정에서 각자에 알맞은 위치를 가진다.
일본은 현대화로 무장하고 의식적으로 일본의 알맞은 위치는 세계제패라는 의식을 국민들에게 심기시작했다. 제 2차 세계대전시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워 선진국인 일본이 형이 되어 동생인 아시아 여러나라가 사이좋게 지내도록 규율을 잡겠다는 미명아래 한반도 강점과 중국 및 주변나라를 침략한다
하지만 이 알맞은 위치찾기는 2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실패하고 천황의 항복선언과 동시에 중단된다.양자택일의 가치관으로 항복하여 포로가 되는 것이 수치스러워 자살을 택했던 일본인이지만 천황의 패배선언 후에는 아무런 반항없이 마치 한마리의 온순하고 유순한 양처럼 연합군의 통치를 환영하고 받아들인다.
일본인은 어떤 일정한 행동방침을 취해 목표달성이 불가능해지면 잘못을 범하였다고 판단한다 . 어떤 행동이 실패로 끝나면 실패한 주장을 버린다. 언제까지나  실패로 끝난 주장을 고수하는 성질은 아니다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는 계층제도를 인정하는 행동은 그들에게는 숨쉬는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체험을 통해 그들에게 깊이 뿌리를 내린 생활원리에 근거한것이다.
가정내에서도 이 원칙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 아니 똑같네 하고 깜짝놀랄만큼 비슷한 문화적 관습을 볼 수 있다 .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를 아내를 때리지 말며 남자의 절대적 권위와 엄격한 훈육방식 고부문제
초상집에 갈때 조의금을 가지고 가는데 초상집에서는 장래의 변제를 위하여 얼마를 부조받았는지 기록하는 경조사문화등 우리와 비슷한 요소가 많이 있다.
일본이 우리와 놀랍도록 비슷한것은 아마 과거식민지배역사와 같은 한문화권으로 인한 영향이 아닐까한다.
그러면서도 조금 다른점이 있다.
일본인이 잘 쓰는 말에 "기리처럼 쓰라린 것은 없다" 는 말이 있다.
기리란 옛날에 받았던 친절에 대한 답례에서부터 복수의 의무에 이르기까지 여러 잡다한 의무가 복잡하게 포함되어 있다.
의리와 한자는 같으나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보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것처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는것 또한 부끄러운 것이라 자신의 이름을 더럽힌 자에 행하는 복수마저도 그들은 꼭 갚아야 할 빚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일본인의 속담에 " 쌀 세홉만 있으면 데릴사위가 되지 말라" 는 말이 있는데 이는 기리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이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인은 기리에 관해 서양의 채무변제 관례와 비슷한 관례를 가지고 있어 갚는 기한이 늦어질수록 마치 이자가 느는것처럼 커진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큰 욕이 기리가 없는 인간이라고 하니 기리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가 아닐까한다
기리가 올바른 도리 ,사람이 좇아야만 할 길, 세상에 대한 체면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한 일이라면 기무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기무란 아무리 그것이 곤란한 요구라 하더라도 가까운 혈육이나 조국 생활양식 천황에 대해 지고 있는 의무이다.
일본의 지배계층은 일본인들의 윤리중 기무를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함으로써 천황에 대한 충성을 일본인들이 전 생애를 통해 이룩해야할 하나의 비전이됐다. 천황에 대한 충성은 천황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것으로 이는 천황을 제외한 모든 일본인은 태어나자마자 천황에게 빚을 진 셈이고 이 빚은 평생을 다해 갚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빚이다.
빚은 바로 은혜로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철처히 배척되는 시절이므로 기무
그것은 출생과 동시에 맺어지는 강력한 고삐이므로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할 의무인것이다.
이 기무를 바탕으로 태평양전쟁을 감행하고 패배에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기무를 통해 최후까지 싸우는 호전적 열정을 불태울수 있었던것이다.

우리가 흔히 가식적이라고 이해하는 일본인의 모습은 나쁜 행위도 사람들 앞에 드러나지 않는 한 고민할 필요가 없고 고백의 관습이 없다고 한다. 자기행동에 대한 세평에 마음을 쓸수 밖에 없어 타인이 어떤 판단을 내릴까 하는 것을 추측하고 그 판단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방침을 정하는것이다.
일본인은 명예를 중시여겨 전쟁당시 일본대본영에서는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거듭강조하곤했다. 일본문화는 체면문화이다 .명예를 잃는 일는 죽음보다 더 두렵다
일본의 문화는 죄의식보다는 수치심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일본은 실패나 비방때문에 과도하게 상처를 받으며 타인을 괴롭히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자기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실패에 치욕때문에 상당히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스포츠경기에서 진팀은 한덩어리가 되어서 마구 우는데 미국에서는 좋지 않는 패자의 태도라고 할것이다. 일본인들은 자기자신에 대하여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행위는 자살이다. 오명을 씻고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칼을 들었다.사무라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두자루의 칼 중 긴것은 전투용 짧은칼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자결로 자존심 명예를 지키는 칼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수 있다.
일본인은 스스로에게 많은 요구를 한다. 세상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여 비방을 받는 큰위협을 피하기 위하여 그들은 모처럼 맛을 알게 된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해야한다. 그들은 인생의 중대사에서 그러한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이와 같은 패턴을 위반하는 소수의 인간들은 스스로에 대한 존경을 상실하는 위험에 빠진다. 스스로를 존종하는 인간은 선이냐 악이냐가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는 인간이 되느냐 기대에 어긋나는 인간이 되느냐는 것을 목표로 삼아 진로를 정하며 세상사람 일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요구를 포기한다.
국민 개개인의 계층적 위계 질서에 따라 의무를 다해야 하고 선과 악은 대립하는 구도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선을 행할수도 있고 악을 행할수도 있다는 가치관은 저자의 상식에서는 이해하기 힘든것들이다 이렇게 빚어지는 긴장은 대단히 커서 일본을 동양의 지도자이자 세계의 일대강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상한 대망으로 나타난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각 나라에게 알맞은 자리매김을 해주려는 선의였는데 받아들이는 나라들의 뜻밖의 반응에 그들은 분노하고 당혹했다고 한다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는것은 그들 뼛속 깊이 자리한 계급의식과 우월감에서 비롯된것으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상하구조의 힘의 논리가 식민국가들에서 배척당하니 오히려 가해자쪽이 분통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알본은 힘으로 세계를 정복하여 알맞은 위치를 찾는것이 아니라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 세계 다른나라위에 서는것이 일본이 알맞은 위치이다. 그렇게 일본은 자신들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은 깨닫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일본의 행동은 기회주의적이다. 일본은 만일 사정이 허락되면 평화로운 세계속에서 자기 위치를 구하리라 그렇지 않게 되면 무장된 진영으로 조직된 세계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게 될것이다라고 베네딕트는 말하고 있다.
패전후의 일본은 군대를 가질수 없게 되자 앞으로 군국화에 쏟아부을 예산을  유복한 경제의 기초를 다지는데 사용함으로써 경제대국으로 발전할수 있었다.
만일 세계평화가 지속된다면 일본은 존경받는 지위를 회복하기위해 평화에 앞장설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이 냉전을 확대시킨다면 일본은 군사지식을 이용하여 그 전쟁에 참가하고 무장된 세계속에서 자기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할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예측인가
메이지유신이후 200여년만에 초강대국이 될수있었던 일본은 국제분쟁에 자위대를 파병하고 독도에 대한 도발행위도 서슴지않으며 군사대국의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고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중이다

이 책은 일본을 다룬 가장 객관적인 저서로 꼽히는 책으로 서양인이 썼기에 몇몇 한계가 눈에 띄긴 하지만 일본문화의 입문서이자 필독서이다
놀랍고도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되어 있지만 서양인의 시선에 의해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편협함도 있다.
서양인의 시각과 정보전쟁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일본을 이해하려고 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한 문화인류학적 접근방법론의 폭을 넓혔다는데 의의가 있다.
몇십년전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걸 반성할줄 모르는 번뻔한 나라, 독도문제, 위안부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등으로 인해  우리와는 애증의 관계이지만 비판과 배움을 구별할 수 있는 일본에게 배울건 배우자는 맘 자세가 중요한거 같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잘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치 경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등 모든면에서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이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같은 문화권안에서 공존해야 할 나라라는 현실은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어버지의 편지"  가슴 찡해지는 제목이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시라  무뚝뚝하고 엄하신 편이셨는데 이제 나이가 드셔서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 맘이 아프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일까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편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아버지의 편지는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순으로 열 사람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따로 찾아 볼 필요없이 편지 쓴 이들의 간략한 설명이 있고 매 편지의 끝부분에는 설명도 잘 되어있어 읽기가 무척 편하다.
책의 뒷부분에는 편지의 원문이 실려있어 실제 편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머니의 사랑이 크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도 내색하지 않으실뿐 그 깊이의 차이는 없을것이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강조한 건 공부와 처세에 관한것이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얘기는 과거시험등과 관련해서 학문에 힘쓸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열명의 편지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이는 백광훈과 박지원이었다 .
백광훈은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읽는 내내 가난으로 인해 자식의 혼사에 타고 갈 말을 구하지 못해 시일이 늦어질거 같다와 도토리를 주워 와 밥에 섞어 먹는다는 가난의 일상은 안쓰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인쇄된 많은 서책을 높은 시렁에 올려두고 읽지 않는다면, 차라리 창문이나 벽을 바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52쪽)
"네 마음대로 해서 만약 의리의 소재를 깨닫지 못한 채 읽는 횟수만 취한다면, 입으로 외워도 마음에는 있지 않을테니 또한 무슨 유익함이 있겠느냐. 바라기는 정밀하게 깊은 의미를 궁구하여 그 안에서 헤엄치듯 하여 자득하여야 할 것이다."(74쪽) 라며 학업에 매진할것을 강조한다.
나 역시도 이 구절은 잠깐 뜨금하기도 했다. 책을 평소에 많이 읽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의미보다는 책의 권수에만 의미를 부여한건 아니었는지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박지원의 경우는 편지를 읽는 내내 웃음이 났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그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보면 손수 담근 고추장과 육포,곶감, 볶은 고기를 따로따로 포장해서 보내는가 하면  손이 귀한 집안에서 손자를 본 기쁨을 숨기지 않고 손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고 아들을 닦달한다. 또 보낸준 반찬에 대해 쓰다달다 말이없자 투덜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이 우리 부모님이 이것 저것 하나라도 더 싸주실려고 하듯이 박지원 역시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면서도 고맙다고 하지 않자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또 보내 온 사탕을 손자에게 주라며 되돌려 보내고 며느리의 산후증상에 세심하게 신경쓰는 모습이 자상하면서도 편지곳곳 박지원의 유쾌하고 호탕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그간 알고 있던 박지원과 다른 모습에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장 담그는 비용을 빚을 내서 하라고 하는걸 보면 그 시대는 누가 하나 할 것없이 가난이 일상사였던거 같다.
그래서 가난을 벗어나고 집안을 일으키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급제로 관직에 나가는 길뿐이었기에 공부방법, 과거시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공부에 대한 조언과 훈계가 열명 모두의 편지에 끊임없이 등장한다.

유성룡의 편지를 보면  " 책을 천 번 읽으면 의미가 절로 드러난다"고 했다. 시경에서는 "큰 밭을 갈지마라. 가라지가 무성하다"라고 했다. 너희도 나이가 벌써 들었으니, 느긋하게 지내면서 정밀하고 익숙한 공부에 힘쓰지 않는다면 한갓 수고롭기만 할 뿐 아무 유익됨이 없을 것이다. 공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렸으니, 오직 마땅히 스스로 힘들 다하여야 할 뿐이다." (86쪽)
"대저 배움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내게 달린 것이나, 세상과 만나고 만나지 못하고는 운명에 달린것이다.오직 마땅히 자기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를 다하고서 하늘에 운명을 맡길 뿐이다."(89쪽)

 공부를 함은 나를 위해 하는것이니 나 스스로에게 떳떳치 못하면 나라를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설수 없다. 내가 스스로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설혹 나랏일에 쓰임 받지 못한다 해도 부끄러울 일은 아니다.
이 가르침은 시대가 바뀌었지만 지금도 유효하고 힘있는 가르침이다.
나 역시도 깊게 가슴에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라 두고 두고 기억해야겠다.

지나친 관심이나 잔소리보다는 정성어린 한 통의 편지가 더 큰 효과가 있을때가 많다.
수백년전의 편지이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사랑은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표현 방법의 차이일뿐 아버지의 편지에서는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마음을 알수 있다.
그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들과 유익하고 교훈적인 내용이 가득한 책이라 한참 공부중인 학생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 아닐까한다.
또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