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탁환 그를 알게 된건 『방각본 살인사건』을 읽으면서부터이다.
역사적 사실을 적당히 가미하면서도 뒷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추리소설류를 쓸수 있다는것에 흥미를 느끼고 읽기 시작했고 이인화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책들에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소설중독자 김탁환이라는 공식 홈페이지를 즐겨찾기해두고 시간이 날때면 한번씩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 그의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끌리는건 당연한 순서이니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작가가 읽은 책 중 100권에 대한 서평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첫장을 넘기면서 와 나는 여기서 몇권의 책을 읽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으로 시작했는데 목차를 훑어보면서 내가 읽은 책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애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이 세권뿐이고  노먼 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과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영화로 본것이니 책을 읽기전에 벌써 우울해졌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자부했었는데 100권 중 작가 이름마저 생소한 책도 너무 많고  그나마 위안이라면 오르한 파묵의『이스탄불과』,『새로운인생』 두권의 책을 소개할 만큼 인정한 작가가 쓴 『내이름은 빨강』이라도 읽었으니 이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작가가 되기 전 저자는 작가들은 집필실에서 무엇을 하기에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궁금해하다 결국 소설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무언가를 뒤적이고 무언가를 끼적이는 자가 작가라고 정의한 그는 작가란 오직 자신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책을 칭찬하며 읽고 질투하고 어루만지며 배울 책도 산더미인데, 부족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책까지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고 했다. 
100권의 책을 작가는 10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싣고 있다 
서평들을 읽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의 서평과는 수준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책 내용을 소개하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책과 연관지어 이야기를 풀어주니 또 다른 독서의 재미를 알게해준다 
이것 역시 잡식성 독서광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책 중에는 내가 읽었던 책들도 언급되고 있어서 읽어본 책의 제목이 나오면 뭔지 모를 뿌듯함도 느껴지면서 목차를 볼 때의 우울함이 어느 정도 가시는걸 보면 저자가 읽은 책들 중 100권에 속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언급될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들을 어느정도 읽었구나 하는 자화자찬의 맘 때문이었나보다

내용 역시 맛깔나고 가슴을 쓰러내리게 하는 표현들도 있다.

"자신의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곧 자기 자신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부족함을 느낀다고 해서 곧바로 집을 떠날 용기가 나는 법은 아니다. 그저 어렴풋하게 속인들과는 다른 삶을 갈망할 뿐. 시간에 몸을 맡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 젖어든다. 가지 못한 길은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정도로 치부될 따름이다. "(33쪽)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것이다."(93쪽)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노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자신의 모든 영혼을 바쳐 일하는 인간은 설령 그가 하는 일이 더럽고 흉하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인간인 것이다. 혹시 불만에 가득 찬 손, 절망과 슬픔에 젖어 있는 손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328쪽)

 평소 베스트셀러와 고전을 주로 읽던 나에게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많은 책들 확실한 검증까지 받은 책들의 정보를 제공받을수 있어 아주 좋았다

작가가 사랑한 책 올해 안에 다 읽어 보는 거창한 목표를 세워본다.

특히 작가가 놀라움을 금치못한 아니 에르노의『아버지의 자리』와 두시간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는 『단순한 열정』은 꼭 읽어봐야겠다.

소설이라는 장르에만 구애되지 않고 사진첩, 기행문, 시, 심지어 만화책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있어 나의 독서생활에 다양한 경험을 줄수 있을거 같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또 서평이란 이렇게 쓰는거란 지침서였던거 같다.

"위로를 주는 책이 있다. 각박한 일상에 지쳐 신음할 때, 따스한 입김처럼 내 몸을 감싸는 책, 절망하지 말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고 격려하는 책."(13쪽)

 내 영혼이 뜨거워지기에, 내 꿈이 구워지기에, 책에서는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 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오늘 나는 좋은 책 한권을 읽었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다.바람을 만드는 소년  이 책은 용서와 치유를 통해 한 소년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용서라는 쉽지 않은 결정으로 시작된 소년의 여정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행동의 결과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퍼져나간다 .' 우리가 행한 모든일은 -선하든,악하든,무심하든-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103쪽)

브렌트는 친구인 조나단과 함께 초대받지 못한 파티에 가게 된다. 평소 짝사랑하던 소녀 브리아나에게 고백을 하려다 거절당하고 그 모습을 다른 친구들에게 들킨 브렌트는 수치심에 자살하기로 맘을 먹고 충동적으로 운전 중 핸들을 놓아버린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리 잠모아라는 필리핀 소녀를 죽게 만들고  리의 어머니는 브렌트에게 예상치 못한 요구를 한다.

"한 가지만 부탁하마. 리를 닮은 바람개비를 네 개만 만들어다오. 리의 이름을 새겨서, 그 바람개비들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와 메인주, 이렇게 우리나라의 네 끝단에 세워 주길 바란다. 리는 가고 없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애를 통해 사람들이 기쁨을 누리도록 말이야. 우리 애가 늘 간직했던 그 미소를 네가 직접 만드는 거야.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62쪽)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은 잊으라고, 사람들도 다 잊게 될거라는 만류에도 브렌트는 자신이 결코 잊지 못하리는것을 알고 있기에 길을 떠난다. 
워싱턴주 벨뷰에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두팔과 하프를 연주하는 모양의 바람개비를 만들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는 고래의 분수구멍위에 인어를 만들고 고래의 물보라 꼭대기에 검은 머리의 리를 앉혀 놓는 바람개비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탬파에서는 드럼,트럼펫,클라리넷 연주자 그리고 트롬본을 든 남자로 구성된 바람개비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메인주 위크스보로에서는 음료수캔과 골프문양이 들어간 컵받침들과 리놀륨조각, 자동차 번화판과 바다가재 통발의 널빤지로 만든 대형 바람개비를 만들면서 그의 여정은 끝을 맺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좀 봐.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해. 우리들 생각처럼 말이야. 
한번의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 같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인생에 소망이 생기는 법이야. 그리고 마음 속의 생각들을 밖으로 드러낼수록 좋아.
내가 대수시험때문에 바로 이 자리에서 상상요법을 해 봤는데 효과 만점이었어. 저 바람개비 덕분인 게 확실해. 저 바람개비가 모든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하는 거야." (40쪽)

그가 만든 바람개비는 남자친구가 없는 공부밖에 모르던 소녀에게 남자친구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2차세계대전을 겪고 이제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와 손녀에게는 그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삶에 지친 청소부에게는 인생을 다시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 마음의 평화를 주고 부모의 끝없는 기대로 하기 싫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한국인 입양소년에게는 휴식을 선물해준다.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는 자신의 치유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힘을 발휘한것이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만든 네 개의 바람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이 세상 역시 바람개비와 같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부품들이 숨겨진 크랭크축과 연결봉들을 통해 행동에서 행동으로, 지구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다."(191쪽)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책이다. 다만 브렌트는 속죄여행으로 많은 것을 얻고 배웠겠지만 그로 인해 희생된 리란 존재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일까 브렌트가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워지는건 아직 나는 브렌트를 용서하지 못했나보다.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리의 죽음이 값진것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
내가 베푼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크나 큰 기쁨이 되고, 반대로 아무 생각없이 저지른 사소한 행동에 어떤 이는 커다란 아픔을 겪을지도 모를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낙담할 때가 있어요. 당신도 잘 알 거라 믿어요. 때로는 정말 심각하죠. 누구든, 어떤 지점에서는 정말로 백기를 들어 버리고 싶을걸요. "그리고 아무도 몰라요. 우리는 다 실수를 하잖아요. 저에게는 전부 다 해당이 되는 얘기예요."(185쪽)

 인생을 살아가면서 백기를 들어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고 원치않았던 실수로 괴로워할때가 누구에게나 있고 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백기를 들어버린다면 아마도 인생이란 아무 의미도 없을것이다.
브렌트의 바람개비처럼 나도 힘들고 외로울때 나를 지탱해줄 마음속 바람개비를 찾아보아야겠다.
그리고 힘들고 지치더라도 마음속 바람개비를 계속 돌려나갈것이다.

알퐁스도데의 자전적 소설 꼬마 철학자 

원제는 "르 쁘디쇼즈" 꼬마란 뜻이다.  제목을 정말 잘 지은거 같다.

책을 덮고 나면 이 책의 제목으로 이것보다 나은 단어는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보통의 양장본 책보다 조금 더 두껍고 빡빡한 활자들 하지만 책을 잡고부터 몇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정도로 이 책은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양치는 목동과 스테파넬 아가씨의 짧고도 순수한 사랑이 담긴 별과 같은류의 내용을 기대했다면 전혀 아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같은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처음 시작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비슷한듯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말해두겠다.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머플러장사를 하면서 공장을 소유한  다니엘의 아버지는 다니엘의 탄생과 함께 불행이 시작된다

공장은 사업실패로 망하게 되고 가족들은 다른지역으로 이사하게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역시 가난과 불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국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나는 울지않았다 다시말하건대 나는 과연 위대한 철학자였다 철학자는 정말이지 쉽게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50쪽)

 어머니는 외삼촌집에 신부였던 큰형은 죽음을, 둘째형 자크는 전당포 일자리, 아버지는 포도주회사 영업사원, 다니엘은 자습감독교사로 뿔뿔이 헤어지던 그 날 저녁 다니엘은 배 위에서 새로운 삶을 향한 기대와 자기 생활비를 버는 완전한 인간으로 느끼는 자부심으로 들뜬다

 "그러나 세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천식환자가 기침을 하듯 뿌뿌 하며 힘겹게 움직이는 배를 걱정스러워하며 바라보고 있었다."(51쪽)

 그렇다. 다니엘 그는 가족들이 어쩔수 없이 헤어져야하는 불행한 상황에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이상만 가득한 철없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첫발은 냉혹한 현실을 알게 해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생각과 멋진 시를 쓰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그의 자그마한 체구와 순수한 맘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뿐이다

자습감독을 맡은 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그를 놀리고 이용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암흑만 계속되는것은 아닌지 항상 울기만 했던 자크형이 그를 파리로 부르고 제르만 신부의 도움으로 무사히 파리에 도착한 그는 자크형과 함께 다락방에서 살게된다

자크는 다니엘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사서 멋진 시를 쓸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사랑을 약속했던, 형의 짝사랑이기도 했던 도자기 판매집 딸 카미유를 버리고 같은 집 이층에 살고 있는 이르마 보렐을 선택한  그의 인생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때 자크형이 다시 한번 그를 어둠에서 이끌어내는 구원의 손을 내민다.

자크형과 다시 새로운 인생을 약속하고 학교에 나가서 일하게 되지만 이미 그때 자크형은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형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다니엘은 3주간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한때 시인을 꿈꾸었던 자비로 다니엘의 책을 내주기도 했던 형의 꿈이기도 했던 시를 포기하고 이미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 눈이 멀어버린 그의 어머니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카미유 피에로트 결혼해서 도자기를 판매하기로 한다.

해피엔딩이라하기엔 뭔가 부족한 그렇게 이 책은 끝을 맺는다.

다니엘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꼬마 철학자는 불행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어서 더욱 더 맘이 아프다

나에게 자크형과 같이 잘못을 묻지 않고 무한대의 믿음과 사랑을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큼 큰 인생의 축복은 없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것을 주기만 하는 자크형.

단지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자매라는 이유만으로 이것이 가능한것인가 생각해본다.

허영심과 우유부단함 , 이상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약한 인간 그 꿈을 이해해주던 형의 죽음으로 현실에 순응하게 된 이상만으로 살아갈수 없는 세상이 슬프기도 하면서도 왜 다니엘은 받기만 하고 무언가를 줄수 있는 사람이지 못했나 조금만 현실에 충실했다면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았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때 마다  주인공 다니엘의 순수를 넘어선 그 대책없는 인생살이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행으로만 치닫는 그의 인생이 애처롭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전생에 어찌어찌했나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 다니엘은 전생에 큰 은혜를 베풀었었나보다 

나락으로 떨어질때마다 항상 그를 잡아주었던 제르만 신부, 자크형 그리고 그를 도와주었던 사람들

"하지만 피에로토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거라 믿는다. 너보고 어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진 않을게. 나도 제르만 신부님처럼 네가 평생 어린애로 남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탁이다 언제나 착하고 휼룡한 어린애로 남아주렴."

그렇다 그는 영원한 어린애 소년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것같다.

이 책은 뭐랄까 읽고 난 후의 여운이 너무나도 큰 책이었다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씁쓸함은 현실의 삭막함을, 이상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이 책은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