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심리백과'  이 책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을 무렵 난 육아에 자신감을 잃었고 부모로서 자격이 있나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었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은 복잡한 심리들, 마치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 놀랍기까지했다.
책 속에는 부끄럽기까지한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현실성있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단지 좋은 부모가 되어주세요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 또한 사실 쉬운일이 아니지않는가?
이 책은 부모 각자가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수많은 고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향을 제시해준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자식앞에 선 부모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원했던 모습의 부모가 되지 못함에 따른 상처를 2장에서는 부모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3장에서는 아이의 성장 단계별 문제와 대처방법을 4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부딪치는 일에 대한 지침을 다루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곱다고 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자식은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의 대상,행복을 주는 존재이건만 또 자식 때문에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항상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첫아이는 초보엄마로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로 괴로워했고 둘째의 경우에도 첫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기만 했다.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임상심리학자이며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것은 부모와 자식 둘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적으로 조부모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자신의 부모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에게 권위를 휘두르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아이를 깎아내리는등 자신은 절대로 자기 부모처럼 행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행동들을 무심결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방송에서 육아전문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대에서 이런것들을 끊어버리자고  쉬운것 같지만 너무나 어려운 문제인거 같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를때 꼭 아이들과 관계가 된 것이 아니라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이 문장에서 얼마나 속으로 뜨금했는지 모른다. 사실 별 일 아닌 크게 화를 낼 상황이 아닌데도 다른일로 인해 아이를 괜한 화풀이의 대상으로 보고 있진 않은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더 많이 참고 인내하고 있다니 미안한 맘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식과의 문제분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답도 제시해준다.
1장과 2장에서 완벽한 부모 좋은 부모가 되지못한 방해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주고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데서만 머물지 않고 3장에서는 그 해결방법을 제시해주니 육아서로서는 최고가 아닌가한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모든걸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로서는 이해할 수 없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서 견디기 힘들었던 아이들의 행동 가운데 많은 것들이 아이의 나이와 관계있음을 알려주고 이를 나이대별로 분석해준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장은 4장 코칭북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데는 정해진 때가 없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좀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더 빨리 그 변화를 알아챌것이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살 권리를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수많은 부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부모의 사랑으로 커가는 아이들'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밝히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친후에야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을것이다.
그 과정을 위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것도 좋을거 같다 

 

’왕이 못 된 세자들’ 일찍이 온 세상을 약속받았으나 끝내 세상을 품지 못한 12명의 세자에 관한 내용이다.
최초의 세자인 이방석에서 조선의 마지막 세자이자 일본황실의 일원이었던 영친왕 이은까지 불행했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선왕조를 통틀어 27명의 세자들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살해되거나 폐위된 경우가 다섯, 병사한 경우가 여섯, 왕조가 멸먕해버린 경우가 하나이다
무려 45퍼센트에 달하는 세자들이 왜 왕이 되지 못하고 좌절한것일까 역사의 흐름에 희생된 자들의 삶과 죽음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화려하고 원하는건 무엇이든 가질수 있고 누구든 맘대로 부릴수 있는 세자의 자리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사실 부럽기만하다.
그런 그들이지만 사실 안을 들여다 보면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던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복잡한 궁중예법과 서연이라하여 글공부를 1일 3회 실시하고 부왕의 수라상과 약탕을 먼저 맛보고 각종 연회나 예식에 참여하는 등 마치 수도승이나 고시원의 수험생처럼 재미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옥좌에 앉아 만인을 내려다 보고, 자신의 뜻대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날이 오리라는 기대로 살았을텐데 그 기대가 무너질때의 그 비참함은 당해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을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것은 세자 즉 자신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경쟁자로 보고 경계했다는 것이다
인조의 경우는 세자책봉을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미루기도 하고  태종과 영조의 경우는 심심하면 양위를 하겠다는 거짓선언을 하기도 했다.
권력이란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자신의 아들조차도 경쟁의 상대로 여기며 왕의 권위가 위협받을때마다 자신의 아들을 볼모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는지 무섭기까지하다.
권력이란 형제간, 심지어 부모자식 간에도 추호의 양보가 없고 여차하면 피를 부르는것이 보통이니 이런 현실속에서 연약한 세자들의 경우는 우울증까지 걸리게 된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술과 여자, 잡희에 빠지기 일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도세자이다.
그런 그에게 부드러운 손길과 따스한 말이 필요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버지도 아내와 자식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장인도 끝까지 지켜주지 않았다. 
절망에 빠진 그는 결국 뒤주와 골방에서 유폐에 처해지게 된것이다.

"그러나 그의 고독한 영혼을 가두었던 것은, 그리고 숨막히게 했던 것은 뒤주도 아니고 골방도 아니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만들어낸 위선적이고 경직된 세자 제도였다 그는 그 속에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질식해 죽었다."(159쪽)

세종대왕의 형으로 유명한 양녕대군은 역사에서도 자주 다루고 있는 인물이라 낯설지가 않다. 이들 삼형제의 우애는 특히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해 진실은 그것과 달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적 지식이 짧은 나지만 충녕대군 즉 훗날 세종대왕과 그의 형인 양녕대군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지라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하기 위해 일부러 미친척하며 일탈행동을 해 폐세자가 된 양녕대군 우리는 이제까지 이렇게 배워왔었는데 사실은 그의 폐세자에 결정적 계기가 충녕대군이 임금에게 고자질한 ’어리사건(다른 사람의 아내인 어리를 꾀어내 간통하고 임신시킨 사건)’ 이라고 하니 이제껏 잘못된 역사를 배워왔던걸까

저자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세자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고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다른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7개의 테마로 나누어 역사의 흐름에 희생된 불행했던 세자들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하고 연표와 계보가 각장의 끝마다 첨부되어서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역사서는 즐겨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문헌을 싣고 그 문헌을 분석하면서 설명해주니 이해하기도 쉽거니와 내용자체가 흥미있으니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세자가 되는 순간 자신의 부모와 형제자매들에게도 위협을 받았던 그 자리,  모든 정치적 음모를 이기고 살아남은 자만이 가질수 있었던 왕이란 그 자리  그리 행복하기만 했던 자리는 아니었던것같다

나는 에너지입니다
이 책은 비밀의 정원, 어느 나라의 공주 이야기, 소녀의 특별했던 여름, 나는 에너지입니다  네개의 중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책의 제목은 네개의 소설 중 마지막 소설을 제목으로 취하고 있다.
제목만 보았을때는 누군가는 과학관련책으로 오해하기도 했고 나 역시도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었다
힘든 일상 속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에너지 같은 책이라 제목을 그리 정했나 보다 생각하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첫번째 비밀의 정원은 우연히 지방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엄마의 먼 친척집에서 잠시 기거하는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왕년의 스타와 그의 아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어릴때 읽은  비밀의 화원이라는 동화책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예를 들면 몸이 불편한 아들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정원과 같은 부분들이 특히 그러하다.
결론을 밝히면 재미가 반감되므로 생략하고 약간의 반전이 있는 내용이다.

두번째 어느 나라의 공주 이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편이라고 생각하면 될거 같다.
빈이라는 나라의 공주가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백설공주와 백조의 호수가 생각나는 한편의 동화랄까

세번째 소녀의 특별했던 여름은 도시에 살고 있던 소녀가 시골로 이사와서 만난 소년과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소녀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네번째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에너지입니다는 현이라는 삼십대 여자의 일상과 갑작스런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왜 제목이 나는 에너지입니다인지는 사실 읽고 난 후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는 하다.
작가는 소설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긴 한데 그 에너지의 의미를 나는 찾지 못한거 같다.

네개의 소설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기대했던 삶의 활력소라기보다는 나른한 주말 오후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이었던거 같다.
마치 학창시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조근조근 들려주던 친구를 만난듯한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
부담없이 이런 저런 생각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