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사랑이야기, 몇장만 읽으면 결말이 짐작되는 뻔한 로맨스 이야기는 싫증이 나서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 잘 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키스키스 뱅뱅  이 책은 <두근두근 체인지>, < 안녕, 프란체스카>그리고 무조건 본방사수를 외치며 보던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의 작품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키스키스 뱅뱅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 
한때 열렬히 키스를 퍼붓던 연인들이 나중에는 서로의 심장에 총을 쏠 만큼 집착하고 증오하고 상처를 내는 상황이라고 하니 표지만큼이나 제목도 강렬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었다.  늦은 밤 읽기 시작했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으니

네 남녀가 등장한다.
25세의 삼류모델 나현창, 33세 스타일리스트 민서정, 34세 소설가 정기안, 그리고 33세 네일 아티스트 조희경 
이들은 각 파트의 화자가 되어 그들과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발적인 여자의 시선 뒤쪽을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여자였다. 얇은 옷을 입은 여자는 아주 작게 그려져 있었다. 몸을 숙이고 안개로 덮인 얕은 연못에서 손으로 물을 적시고 있었지만 마음은 온통 세사람 쪽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발가벗은 주인공 여자를 질투할 수도 있고, 그 두 남자 중 한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여자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고전적이면서도 음란했고 밝으면서도 쓸쓸한 그림이었다. 마네의「풀밭 위의 점심」 이라고 했다." (37쪽)

마네의「풀밭 위의 점심」패션쇼 벽면에 걸려있는 이 그림에 대해 현창이 묘사한 부분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전자가 아닐까 짐작하지만,  이 그림이 이 책의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림 한장이지만 이전에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가슴먹먹한 새로운 감정으로 이 그림을 대할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보기엔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친구의 행복을 질투하고 시기해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을 벌이기도 하고
동등해야할 친구사이가 동정으로 시작되어 은연중에 비웃음과 멸시로 이어지는 관계
사랑에 대한 아픔, 집착으로 자신을 망치면서도 사랑 하나만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과도 같은 모습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하고 모든것을 갖춘것 같지만 사실은 무기력하고 나약하기만 한 모습들

좀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있듯 사랑이란 무기로 사람의 맘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그런 상황도 싫고
자신을 사랑하지도 관심도 없는 사람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활은  안중에도 없고 
무엇이든 자기 편한대로 자기식대로 해버리는 그런 자만심도 밉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동화되어 책 속의 인물들을 미워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게 되어버렸다.
단지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라고만 하기엔 아쉬운 무엇인가가 있다.
누구나 남들이 모르는 혹은 알지도 모르는 아픔들을 하나씩은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잔향이 적잖이 큰것같다.

"기억은 언제든 그 순간이 다시 올 거라는 가능성을 믿는 거고, 추억은 가능성을 믿지 않는 거죠. 추억이라는 말에는 단지 한 번뿐이라는 의미와 마지막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겁니다. (91쪽)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그림책 작가이자 만화가인  선현경씨의 작품으로 에세이와 카툰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날드 닭으로 유명한 만화가 남편 이우일과 딸 이은서,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선현경씨의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짧은 에세이라 시간날때 틈틈이 읽을수 있어 지하철이나 버스 등 이동시 소지하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의 고정관념이랄까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꼭 그렇게 해야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도 된다.

적정시기가 되면 해야 할 적당한 일들이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런 말을 내 딸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은 그만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정 시기란 건 없는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줄 수가 없다.  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세상을 배우고 또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남들처럼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 할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17쪽)

다른이의 시선으로 보면 다르고 느려보이지만 자신이 만족하고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일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모든 일에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을 의식하고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아마 재미없고 틀에 박힌 생활의 연속일것이다
가끔은 남과 다른 일탈도 해보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인생의 마지막 길에 좀더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지 않을까? 
나 역시도 적정시기가 있다는 생각과 주변의 시선에 쫓기듯 인생을 살아왔다. 내 아이들에게만은 그런 적정시기란 고정관념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이 가족들에게 부러운 것은 친구같은 아빠와 엄마, 사랑스런 딸의 알콩달콩 재미있는 일상이 아닐까한다.
매사가 긍정적이고 참신한 생각으로 가득찬 하루를 보내니 지루할 틈도 심심할 틈도 없을것 같다.
마당에 난 잡초를 뽑는 대신 야산같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 온갖 종류의 들풀들을 찾아서 심는가 하면 텔레비전을 없애고 다양한 카드놀이를 하고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웃음이 나오는 재미있는 상황들 , 하루종일 부부가 집에서 함께 일을 하지만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고 남편을 직장동료로 생각한다는 기발한 발상까지 조금 힘들거나 불편한 상황도 특유의 유머와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어 나가는 점은 나도 배워야 할 부분인거 같다.

하루정도 이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유롭고 즐겁고 행복해보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나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생활도 참 괜찮을거 같다는 막연한 동경심마저 느끼게 된다.
이 가족의 딸 은서는 아빠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인지 생각하는 것 역시 참 기발하면서도 재치가 있다.
학원에서 영어단어하나 수학공식하나 더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교육방식이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더 가치가 있을것같아 나 역시 아이들은 이렇게 키우고 싶다. 잘 될런지는 모르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가지 않아 행복하다고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때 까지 충분히 놀고 쉬게 해준다는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 이런 부모가 되고 싶다.

선현경 그녀는 가족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꿈이 없는 엄마가 자식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난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행복한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면 정말 아이도 행복하고 남편도 행복해지는걸까?(187쪽)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늘 딴 생각을 하고 살았다. 대단한 뭔가를 위해 지금 하는 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잊을 수 있었다. 
하찮은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며 살고 있었다. 중요한 일을 위해서는 뭐든 희생되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었다. 행복한 지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이 기뻐야 매일매일이 기쁜것이다.(214쪽)

읽으면 무척 유쾌해지는 책이다.
하지만 그 속에 진지한 삶의 고민과 진리가 담겨져 있다.
고리타분한 설교식이 아닌 재미있는 카툰형식으로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해줄 수 있어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추운 겨울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암과의 사투 끝에 다리 한쪽, 폐 한쪽, 간 일부를 잘라낸 알베르트 에스피노사의 "나를 서 있게 하는 것은 다리가 아닌 영혼입니다."

노란색 표지의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암을 이겨낸 치열한 과정을 그려낸 감동적인 이야기, 약간은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걸 이겨내는 인간의 과정을 그린 한 편의 의학 드라마와 같은 내용이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우울하지도 않고 치열하지도 않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집필할때 암 투병기와 같은 형식의 책을 원하지 않았고 어떻게 암을 일상 생활에 적용하는가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저자는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다리를 절단하고 폐를 잘라내는 극한의 상황에서 담담하기까지 하다. 신체가 많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어느 신체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열정적이며 긍정적이다.
이런 저자의 긍정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에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작은일에도 호들갑을 떨며 우울해하는 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알베르트는 열네살에 암을 발견하고 10년동안 투병기간을 거쳐 스물네살에 완쾌가 되었다. 그동안 그는 병원 안과 밖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긍정의 힘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생사의 기로에서의 과정을 아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 기간동안은 얼마나 피를 말리고 힘든 상황이었을까 
하지만 그 과정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그려내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재주가 있다.
그는 10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검사를 했고 매번 그 결과지를 받게 된다.  당장이라도 봉투 안을 열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는 항상 30분을 기다렸다고 한다 .
30분이란 시간은 알고 싶은 강한 욕구는 차차 사라지고 좀더 냉정하고 정확한 사리분별을 가능하게 해주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응하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사실 돌아보면 별일 아닌 일들도 그 순간을 참지 못해 작은 일이 큰일이 되기도 하니  30분만 한번 참아보자. 심호흡을 하고 30분을 기다리다 보면 인생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30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네 긴 인생살이에서 30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아마 이익일 것이다.

그는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내린 결정 중 잘못된 결정이라도 인정하고 존중하라고 이야기 한다.
현재의 나를 이루는 80퍼센트는 내가 내린 결정의 결과이니  이 결정으로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됨을 감사하라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누구나 가끔 잘못된 결정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20퍼센트의 실수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있게 와 닿은 것은 30분이란 시간의 의미와 결정에 대한 받아들임이 아니었나 한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좀 더 일찍 30분의 시간과 결정에 대해 알았다면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결정에 대한 받아들임보다는 후회로 보낸 많은 나날들 , 30분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후회스러운 일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 의미있는 독서시간이었던것 같다.

저자는 노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은 태양빛을 띤 노랑이라고 정의하면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고 생명이 가장 가치있게 여겨지는 곳, 누구나 가고 싶은 곳,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 이 모든것들을 노랑이라고 지칭한다.
색깔은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노랑이든 빨강이든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중요한 것이니까, 보다 외롭지 않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것 그것이 중요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