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은 바로 성장소설이라는 말도 있듯 유년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들은 언제나 큰 감동을 주는것 같다

이미 한물간 작가로 혹평을 받고 있던 로맹가리는 에밀아자르라는 예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집필하고 프랑스 공쿠르상을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로 유명하다.
에밀 아자르는 "작품이 훌륭하다면 작가가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며 본명을 밝히지 않아 그의 사후에야 로맹가리와 동일인물임이 밝혀진다.
1980년 의문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는 유서에서“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고 하니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가임을 잊지 않았던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앞의 생의 원제는 여생 즉 남은 인생을 뜻한다.
처절하고 암울한 세상속에 버려진 약한 인간들-한때 창녀였지만 나이가 들어 자식을 양육을 권리가 없는 창녀의 아이들을 몰래 키워주는 로자 아주머니와 역시 창녀의 아이이자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모모라고 불리는 열네살 회교도-그들의 아프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이슬람교인 모모와 달리 로자 아주머니는 나치 치하에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된 끔직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태인으로 종교와 인종 모두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로자 아주머니 그녀 자신이 창녀였기에 창녀들의 맘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양육하지만 무엇보다 모모를 유독 사랑했다.
그래서 모모의 엄마를 죽인 남자가 나타나기전까지 열살로 알아왔던 모모, 로자 아주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함께 모모와 살기위해 모모의 나이를 네살이나 줄이고 그녀의 곁을 떠날까 항상 두려워 하지만 모모 역시도 로자아주머니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서로가 없이는 잠시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끔직히 사랑한다.
어린나이지만 행복이란 자신의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놈이며 이 세상에는 겪어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에 굳이 행복을 먼저 겪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생을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모모는 애늙은이같다고 할까?

현실 때문에 어쩔수 없이 너무나 일찍 인생을 알아버린 세상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담담하게 풀어 나가는 모모의 이야기는 전혀 여과되지 않은 입밖으로 내기 부끄러운 단어들도 꺼리낌없이 사용하는 등 너무나 현실적이라 읽고 난 후의 여운이 너무나 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에밀 아자르, 얼마전 한참 논란이 되었던 안락사문제가 여기서도 이야기 되어지고 있다. 생명경시인가 아님 삶의 자존심인가 결론내리기 힘들지만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 저자를 보면 그의 삶에 대한 자세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도 삶을 자신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나는 왜 안락사라는 것이 뱃속의 어린애들한테는 가능한데, 늙은 사람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17년 간이나 식물인간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그 미국사람이 먼지 속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던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비참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희망도 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생명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 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54쪽)

모모의 도움으로 로자아주머니는 그녀만의 비밀장소 아파트 지하에서 마음만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함께 하기위해 향수를 사다 그녀에게 뿌려주어 그녀의 죽음을 숨기려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불행한 삶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나가는 그래서 더욱 감동이 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모는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끝맺는다.

"하밀 할어버지, 사람들은 사랑없이도 살 수 있나요?"
"그렇단다." 라고 말한 할아버지는 수치스러운 생각이 드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힘든세상이지만 그 속에도 사랑과 희망은 존재하고 있다.
모모도 아마 그것을 찾아서 자기 앞에 남은 여생을 살아 갈것이고 나 역시도 그래야겠지.......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책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리하라가 무슨뜻이지? 미드에서 과학을 본다고? 

하리하라는 저자 이은희의 필명으로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도 신화가 그 유래이다
필명도 독특하지만 미드에서 과학을 본다고 하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게다가 미드는 요즘 푹 빠져 있는 장르라 지루한 과학을 재미있는 미드를 통해서 본다면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니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세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은 인체의 미스터리를 밝혀라, 숨어있는 화학을 찾아라, 현대과학의 치명적 유혹을 물리쳐라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설처럼 연결된 흐름이 아니라서 자신이 흥미 있는 부분을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읽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과학관련 책은 멀리했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어준 책이었다.
과학이야기이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고 실생활과 관계된 이야기들이 많아 거부감이 적어서인듯하다.

미드를 볼땐 그냥 줄거리 자체에 몰입하다 보니 과학 그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아 그건 그래서 그랬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든 내용도 많았고, 책이나 다른 매체에서 보고 배운것이지만, 평소에 무심히 넘기던 일들도 이젠 좀더 신경써서 보게되었다.예를 들면 한때 뉴스에서 크게 보도되었던 멜라닌 그릇과 분유사건, 통조림 캔의 경우 용기파손시 보툴리누스균이 활성화되는 과정, 기생충이 발작을 일으킨다는 내용 등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니  과학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혼자서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평소에 즐겨보던 유명한 미드를 - 말이 필요없는 csi 시리즈와 매력적인 두 남녀형사가 주축이 된 성범죄 수사대, 하우스와 그레이아나토미와 같은 의학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고스트 위스퍼러, 본즈, 나는 여검사다 -  다루어서인지 예전에 본 기억이 나는 미드 내용도 있고  생소한 내용도 있었다
책에서 소개된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과 닙턱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미드라 이번 기회에 찾아서 봐야겠다.

책에서 다룬 미드들은 다시 보면서  ’ 아 저런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었구나 ’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것 같다.
저자 역시 미드를 보면서 지인들로부터 "그냥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안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 역시도 미드를 볼때면 저긴 어떤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을까 궁금해할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고 공부한다면 새로운 재미와 함께 나날이 늘어가는 지식들로 즐거워질테니깐 
평소에 어렵기만 하고 학창시절에도 싫기만 했던 과학들이 미드와 만나 쉽고 친근한 과학으로 다가온 이 책 너무나 고맙다.
학창 시절에도 이렇게 재미있게 과학을 배웠다면 아마 성적이 조금은 더 올랐을거 같은데 ......
다양한 세대들이 누구나 즐겨 볼 수 있는 책인것 같아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인터넷으로 쇼핑도 하고 다양한 정보도 얻고 mp3에 음악을 다운받아 듣기도 하고 컴퓨터는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에 대해서는 사실 큰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나마 빌 게이츠는 예전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레드먼드 업무단지에 대해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인상 깊었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과점 관련 뉴스를 본 적이 있지만 스티브 잡스는  무식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팟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엔 매킨토시 애플 정도 이름만 들어 보았을뿐 잡스란 인물에 대해 알지 못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우위를 가리기 힘든 라이벌이지만 나에게 있어 스티브 잡스는 변방의 인물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비슷한 분량으로 그들의 성장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의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인지 아님 스티브 잡스의 삶이 좀 더 역동적이라 뇌리에 많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저자는 스티브잡스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 더 많은 애정이랄까 관심을 쏟은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나쁜 남자에게 여자들이 끌리듯 저자 역시도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비교적 무난하게 성장한 빌 게이츠에 비해 대학생 친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양부모에 입양된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동적인 인생을 살아 온 잡스가 아마 매력적이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정신적인 방황을 한때 하기도 하며 히피문화와 힌두교나 선불교와 같은 동양의  종교에도 관심을 가진 잡스는 스무살이란 어떻게 보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워즈니악과 함께 부모님의 차고에서 애플을 설립했다. 
명상을 하러 과수원을 다니기도 했던 스티브는 애플은 자연 친화적인 딱딱한 기계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이름이라는 의미와 그의 첫 직장이었던 게임회사 아타리보다 전화번호부에 먼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하였다고 하니 어찌보면 우습고 어찌보면 심오한 뜻이 담기기도 한 단순하면서도 재치있는 명칭인거 같다.

하지만 단지 두명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2백억달러짜리 기업이 되었으니 대단하다
그러나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혈을 기울인 매킨토시의 판매가 부진하고 그의 독선에 날을 세운 숙적들이 이사회를 통해  그를 축출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막 서른,  일반적인 우리의 현실에서 이제 사회 초년생에 불과한 나이에 그는 이미 막강한 자산을 가진 실력자였으니  그대로 은퇴할리는 만무했다
경영보고서를 받아보기 위해 단지 애플 주식 한 주만 남기고 모두 처분한 후 넥스트를 설립하고 영화제작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팀을 인수하였다. 픽사를 인수 후 토이스토리를 제작 엄청한 수입을 이룬 후 자신을 매몰차게 내친 애플사에 연봉 1달러를 받고 다시 복귀한것이다.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애플의 몰락을 지켜보며 고소해 할 수 도 있었겠지만 그는 과거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은인을 배반하기도 하고 원수와 손을 잡기도 하는 등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힘든 조금은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반면 부유한 가정에서 평온하게 자란 빌 게이츠는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활동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지적이고 온화한 외모속에 무서울 정도의 공격성과 과단성을 가진 야누스적 면모가 있다는 것이 의외였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의 대제국을 건설을 위해서는 오만이나 무자비함이 어느정도 숨어 있으리란 짐작이 들기도 한다.

공존과 공격의 이중전략을 구사하며 마피아식의 영업 방식과 편집광 사이의 균형감각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빌 게이츠의 삶 역시 역동적이지만 잡스에 비해서는 비교적 모든 것이 순탄해서 일까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의 자리에서 은퇴해서일까 기업의 규모나 시장  점유율에서는 게이츠의 압승이 분명하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티브 잡스 그의 앞날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