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신영옥과 같이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는 음악가들은 그래도 낯설지가 않은데 세계무대를 장악한 1세대 소프라노 김영미씨는 낯설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낮기도 하거니와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주제곡을 부르기도 하는등 매체에서 자주 볼 수있는 인물이 아니어서인것같다.

우연한 기회에 프리마돈나 김영미처럼을 읽게 되었고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초판한정으로 그녀의 시디가 책과 함께 동봉되어 있어 들어보게 되었는데 음악에 문외한인 나지만 멋진 음색으로 가슴을 울리는 노래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다.

 

그녀는 예원여중,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왕년의 프리마돈나 요란다 마뇨니에게 사서를  받았다.

모든것이 낯설고 특히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이국땅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심지어 학교를 가기위해 버스를 타려고 해도 버스기사가 잘 태워주지 않고 괴롭히고 요란다 마뇨니에게 사서를 받을때도 처음엔 레슨조차 받지못하고 남들이 받는 수업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하니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모욕을 견디며 어린나이에 이국땅에서 참고 공부할수 있었을까 싶은데 오히려 남들이 받고 있는 레슨을 보고 거기서 또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고 하니 역시 크게 될 인물은 매사가 남달랐다고 해야하나

그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대회에서 6명의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인 처음으로 국제 콩쿠르상을 휩쓸기도 했다

 

어렵고 힘든 유학시절 그녀는 프리마돈나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와 종교의 힘으로 모든걸 이겨냈다고 한다.

십년간의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영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국제 콩쿠르 대회에서 1위에 입상하며 사랑의 묘약의 주인공으로 파바로티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피겨계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처럼 스폰서의 비중이 오페라에서도 아주  중요한가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일본의 스폰서에 의해 피겨 대회 심사규정을 바꾸듯 오페라 역시 스폰서에 의해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는 예술의 세계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다

 

그곳에서 스폰서가 없던 김영미는 좌절하지만 오로지 능력으로 모든걸 이겨나가며  앞길이 보장된 순간에 결혼 9년만에 어렵게 임신을 하게 되고 미련없이 오페라 공연을 포기한다

아이를 갖고 싶었던 그녀는 많은 마음 고생을 했고 정열적이고 활발한 그녀와 정반대로 이성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사고방식의 차이로 순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혼의 위기도 있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가정적으로 행복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고 남편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고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제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예술가로 레슨시간에는 깐깐하지만 끝난후엔 노래방도 같이 갈 정도로 최고의 선생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그녀를 어떤 누가 사랑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라고 불리는 김영미는 올해 15세의 나비 부인역을 최고의 찬사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고 한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아줌마라도 능력만 있으면 프리마돈나로 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휼륭하게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그녀의 카리스마를 보면 역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녀는 종교의 힘을 통해 많은 봉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힘들고 지칠때에도 무대에만 서면 절로 노래가 나오고 목소리가 트인다는 그녀는 하나님 섬김에도 열정적이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그녀의 신앙심에 나도 종교를 가져볼까 하는 맘까지 들었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녀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적인 그녀는 우리 여성들의 귀감이 될듯하다

 

좋은책과 음악까지 함께한 즐거운 책읽기의 시간이었다.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이 책은 우리 시대 명장 11인의 뜨거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영웅이 부재하는 시대, 아이들에게 뚜렷하게 제시해줄 롤모델이 없다는 푸념속에 저자는 성실하게 제 삶을 정면으로 돌파해 가는, 원하는 것에 다가가고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흘러간다 끝나간다가 아니라 태어난다 왜 태어난다일까?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지만 진정한 삶다운 삶으로 자신의 생을 후회없이 살아갈때 그 순간이 진정한 삶으로 태어난다 뭐 그런뜻이 아닐까

혼자서 어설픈 해석을 해보기도 했는데, 제목으로 차용한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는 생텍쥐페리의 전시 조종사의 한구절로 현재 닥친 시간은 완성을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란 의미라고 하니 얼추 비슷한 해석을 한것 같기도 하고.....

 

소설가 최인호 외에도 소리꾼 장사익,시골의사 박경철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있는 명사들도 있고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한국화가 박대성, 가나아트회장 이호재, 리얼리즘 사진가 최민식,  목수 이경섭, 건축가 김석철, 광주요대표 조태권, 현대음악작곡가 강석희, 서예가 김양동 11인들의 열정적인 삶을 칼럼니스트 김서령씨가 인터뷰하여  묶은 책이다.

 

저자 역시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해 온 내공 덕분인지 인터뷰의 내용들이 재미있고 한 곳으로 치우치진 않았지만 11인의 명사들을 향한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글들이라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었다.

 

소설가 최인호는

초둥학교 때부터 꿈이 소설가가 되는 거였어요. 어릴 때 꿈을 살아가면서 실제로 이룬다는 게 보통 일입니까.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았어요. 지금 행복합니다. (20쪽)

그의 말처럼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10%로는 될려나?

나 역시도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한 상태라 이 문장들에 가슴이 아리기만 했다.

지금 이만큼 행복하다는 것은 반대쪽 썰물이 그만큼 멀어 절망과 공포와 불행감도 꼭 그만큼 아뜩하게 버거웠던 순간이 있었다는 의미라는 문장도 맘에 들었다

역시 뛰어난 작가라서인지 뱉어내는 이야기들도 주옥같기만 하다.

그런 그가 암으로 투병중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

 

소리꾼 장사익은 늦은 나이에 소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때이다는 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아닐까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워낙 유명인사라 생략하고 한국화가 박대성 미술은 워낙 문외한이라 잘 몰랐는데 정말 대단한거 같다

한쪽팔이 없는 불편한 몸임에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역경들은 정말 존경할하다.

 

난 운명이란 말을 믿지 않아 믿는 건 기도의 힘이지 뭐든 저절로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야 지금 내게 온 것은 그게 뭐든 애타게 찾고구하니까 온 것이지 그렇게 찾아 헤메는데 하늘이라고안 주시고 배기겠어?(101쪽)

 

정말 이런 불굴의 의지라면 뭐든 못 이루어낼까 싶기도 하면서 불구의 몸으로 이 모든걸 이루어 낸 그는 존경받아 마땅한것 같다.

 

그리고 화랑계의 신화로 믿고 기다려주는 가나아트회장 이호재, 리얼리즘의 사진가 최민식, 목수 이정섭,  우리문화를 너무나 사랑한 광주요대표 조태권, 현대음악작곡가 강석희, 서예가 김양동, 건축가 김석철 모두들 부럽고 본받아야할 인생의 모습들이 가감없이 자연스럽게 책속에 녹아있다.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로 책속의 인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앞에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세상에는 열정적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진정한 영웅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소중한 하루 하루를 어영부영보내고 있는 내가 너무나 작게만 느껴졌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정상에 오른 소리꾼 장사익처럼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11인의 명사들처럼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려고 한다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지인들에게 추천해주어도 좋을만큼 맘에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