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발효식품을 공장에서 만든다면 과연 발효식품일까, 가공식품일까?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공식품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지만, 일단 진간장은 가공식품에 더 가깝다. 간장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국을 끓일 때 주로 사용하는 국간장조선간장과 무침이나 조림 등에 사용하는 진간장왜간장. 한때 진간장 업계에서 산분해간장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산분해간장이 지배해온 간장 업계에 몇 년 전 자연숙성간장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자연발효가 아니라 화학발효 과정을 거친 간장이 과연 몸에 좋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자 산분해간장 제조업체와 자연숙성간장 제조업체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던 것. 

발효식품인 장류의 맛의 핵심은 콩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이다. 그런데 누룩 같은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강산인 염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하면 작업이 상당히 간단해져서 사흘 안에 간장을 뚝딱하고 만들어낼 수가 있다. 이것이 산분해이다. 분해과정뿐 아니라 염산으로 분해하는 단백질의 원료도 문제이다. 콩은 콩인데 가정에서 장을 담글 때 쓰는 대두와는 다르다. 기름을 짜내고 남은 콩깻묵대두박이 대부분, 사실상 콩 찌꺼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미노산을 추출하는 데는 단백질만 있으면 되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콩깻묵을 염산으로 분해해 얻은 아미노산을 가수분해 단백질이라고 부른다. 부실한 재료에 강산을 부어 빠르게 분해시켰으니 전통 장류 특유의 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그 깊은 맛이 날 리 없다. 오히려 사실상 악취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법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때 가수분해 단백질을 간장으로 변신시키는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첨가물이다.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인 MSG가 감칠맛을 내고, 감미료가 단맛을, 산미료가 상큼한 맛을 더해 맛의 기본을 만든다. 여기에 장류 특유의 걸쭉한 느낌을 내기 위해 증점제를 넣고, 진한 어두운 색은 캐러멜 색소가 담당한다. 가공식품이니 보존료도 빠질 수 없다. 소르빈산칼륨, 파라옥시안식향산 등 보존료에 몇 가지 착향료를 더한다. 물론 자연숙성간장의 도움도 ‘조금’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그럴듯한 맛을 내는 산분해간장이 완성된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진간장은 산분해간장 70%에 자연숙성간장 30%를 섞은 혼합간장이다. 따라서 간장을 고를 때는 숙성기간이나 발효방법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포장용기에 붙은 스티커의 간략한 정보만으로는 자세한 것을 알기 어렵다.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간장의 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총 질소 함량이 있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통상 총 질소 함량이 1%가 표준, 1.5%면 고급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된장은 간장에 비하면 비교적 전통적인 방법으로 충실하게 만들어지지만, 그렇다고 첨가물의 유혹까지 피해가지는 못한다. 보존료는 기본, 간장과는 달리 맛있어 보이는 된장의 핵심은 특유의 연한 갈색이다. 이 색이 어둡게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색을 안정시키는 중합인산염까지 사용한다. 보존료와 함께 먹음직스런 색을 위해 색소를 사용하기는 고추장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물에 풀어 끓이기만 하면 된장찌개나 청국장 등 맛있는 찌개를 만들어주는 양념장이나 된장에 고추장과 갖은 채소와 양념을 넣은 쌈장도 흔하다. 파,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미리 넣은 이런 양념장이나 쌈장은 일반 장류보다 더 많은 보존료가 필요하다. 채소 때문에 미생물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장류가 상하지 않고 잘 발효되게 하는 관건은 소금인데,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할 때 좋은 소금을 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대 이윤 추구의 원칙에 따라 저렴한 소금을 쓸 텐데,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많은 소금으로 장을 담그면 발효가 잘 되지 않고 맛이 변하기 쉽다. 이처럼 제조업체가 방부제와 조미료를 비롯한 첨가물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데는 소금 탓도 크다. 

<좋은 간장 고르는 법 >

산분해간장 유해 논란 이후 요즘은 화학간장과 양조간장을 섞은 혼합간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간장을 고를 때는 라벨의 성분표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장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 재료는 콩과 소금이다. 따라서 콩, 즉 대두 성분이 많을수록, 재료의 원산지가 국산일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향미증진제나 산도조절제를 비롯해 용도나 기능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이름이 많이 쓰여 있을수록 첨가물이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즉, 쉽게 알 수 있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것일수록 좋은 것, 주방에선 좀처럼 쓰지 않는 낯선 이름이 많을수록 첨가물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습관을 들이면 다른 장류나 굴소스, 카레 등 다른 식품을 구입할 때도 응용할 수 있다. 

 

햄과 소시지는 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상하지 않게 하려고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를 하거나 삶아서 독특한 풍미를 보탠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햄은 고기를 통째로 절이는 반면, 소시지는 고기를 갈아 동물의 내장이나 인공 케이싱에 넣는다는 점이다. 태생적으로 결함을 지닌 것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염장이나 훈제 대신 화학방부제라는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진짜 햄과 소시지의 배후로서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던 소금과 훈제가 빠지니 맛과 향이 만족스럽지 않게 마련, 그래서 부족한 풍미는 다른 첨가물로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도 발색제인 아질산염나트륨이 풍미까지 책임진다. 고기의 먹음직스런 붉은색을 내는 발색제인 아질산염나트륨은 고기에 풍미를 더하고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므로 육가공 과정에는 거의 필수인 첨가물이다. 그런데 소화과정에서 아질산염은 고기나 생선 속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민과 만나면 위암의 강력한 발암인자인 니트로소아민을 만든다. 물론 니트로소아민은 자연적으로도 만들어진다. 삼겹살처럼 구운 고기를 상추쌈에 싸서 먹을 때도 질산염과 아민이 만나 니트로소아민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무엇이든 천적은 있는 법. 니트로소아민 발생과정을 억제하는 것은 비타민C이다. 고기를 쌈에 싸 먹는 경우 니트로소아민이 발생하더라도 푸른잎채소인 상추의 비타민과 미네랄, 쌈에 곁들이는 고추에 풍부한 비타민C와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발암물질 생성을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첨가물 푸딩인 햄과 소시지에서는 이런 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햄과 소시지는 염장이나 훈제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특유의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준다. 공장에서 만든 햄과 소시지에서 이를 대신하는 것은 결착제인 인산염이다. 하지만 인산염 역시 뒤로는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다. 청량음료에서 살펴볼 수 있듯,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뼈나 치아 속 칼슘까지 빼앗아 인산칼슘으로 변신한 후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 덕분에 칼슘과 나트륨의 균형을 깨뜨려 신진대사에도 문제가 생기고, 뼈와 치아를 부실하게 하며, 성격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방부제 한 가지만 들어가도 해로운데 발색제와 결착제까지 세트로 들어가는 데다 유화제나 산도조절제 등 다른 화학첨가제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화학첨가제의 시너지 작용이 건강에 이로울 리 없다. 특히 방부제인 소르빈산과 발색제인 아초산염이 어울리면 암세포 같은 돌연변이 세포가 생기는 것을 부추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가공 업체가 이 삼총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원재료인 고기가 부실한 탓이다. 햄의 스페인어인 ‘하몽Jamon’은 본래 소금에 절인 돼지 뒷다리살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 햄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잡다한 부위를 갈아서 만든다. 원료 대비 양을 늘리기 위해 물도 넣는다. 대두단백이나 난백 같은 단백질과 물을 섞어 젤리 형태로 만들어 고기에 주사하듯 주입한 후 잘 섞이도록 마구 두드리는 것이다. 방부제는 논외로 친다 해도 발색제나 결착제 등을 넣지 않는다면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은 단백질과 지방 덩어리일 뿐이다. 이를 진짜 햄이나 소시지가 그렇듯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맛도 좋은 상태로 만들려면 화학첨가물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첨가물 업체의 손꼽히는 세일즈맨에서 첨가물 반대 전도사가 된 아베 쓰카사는 그의 책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에서 이를 푸딩햄이라 표현했다. 젤라틴에 설탕과 우유, 과일 등을 넣어 굳힌 푸딩처럼 고기를 물에 넣어 굳힌 햄이라는 것. 돼지고기 100kg으로 햄을 만들면 120~130kg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원래 햄이나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대로 염장한 후 훈제하거나 삶으면 양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데쳐서 요리하세요

햄이나 소시지, 어묵을 요리에 사용하기 전 뜨거운 물에 데치면 방부제인 소르빈산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열량도 약간 낮아지니 일석이조이다. 데치는 것이 번거롭고 맛을 떨어뜨려 꺼려진다면 팔팔 끓는 물을 끼얹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