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기계발서하면 300쪽넘는 페이지에 빽빽하게 적혀있는 지침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분명 내가 다 아는 이야기를 책마다 다른 예로 들어가면서 결론적으로 독자에게 말하는 것은 하나같이 똑같은 메시지들이다. 예를들어, 긍정적인 생각을하라. 꿈을 갖어라.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라...등등이 그 지침이다. 이런것들은 이미 모든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있는 항목이나 알면서도 지키기 힘든 조항들이기 때문에 여러번 새겼던 것들을 또다시 읽고싶지 않아서 난 자기계발서를 지양하는 편이다. 그러다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고있는 지금 ,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의심의 눈초리로 머 별다른것 있겠어? 하는 마음이 컸던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 책을 훑어 본 순간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빽빽하게 꽉차있을 글들을 예상했건만 페이지를 채운건 글이 아니라 만화였다. 헉;; 이게 모야?? 일단 흥미를 느낀건 당연했고 그림 또한 코믹해서 읽는 내내 만화 특유의 스피드로 잡은지 2시간도 안되서 다읽어버렸다. 내용자체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었고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적인 요소와 진지한 가르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에릭은 그림그리기에 재주가 있었지만, 실업자가 될 일이 없는 회계학을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대학을가고 인생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야근이 반복되던 어느날, 우연히 들른 초밥집 젖가락과 함께온 자칭 인생컨설턴트 샤오링을 만난다. 샤오링은 에릭이 직장에서 위험에 처할때마다 나타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6가지 방법을 가르쳐준다.
lesson 1. 계획을 세우지 마라 - 레시피대로 요리한다고 맛있는 음식이 되는건 아니다.
lesson 2.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라 -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라.
lesson 3. 타인을 위한 가치를 생산하라 - 정성과 배려가 맺는 열매의 이름은 신뢰
lesson 4. 끈기는 재능을 이긴다 - 우연이란 없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lesson 5. 실수를 통해 배워라 - 빛나는 자신감으로 마음껏 도전하라!
lesson 6. 위대한 유산을 남겨라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 중 내가 가장 마음속으로 뜨끔하고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은 lesson 5,6 번이다. 난 어려서부터 실증을 잘 내는 편이었고 포기가 빠른편이라 끈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부모님께 많이 들었다. 그 부분에선 분명 나 자신에게 당당함이 없었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주변에 몇몇 성공한 분들을 보면 오만이나 자만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공통적으로 엿보인다. 또한 난 항상 한번 실수를 하면 내 자신을 나락으로 몰고 굉장히 창피해하며 난 안된다는 패배감에 휩싸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실수를 통해 나는 법을 익히고 이런 실수들은 보다 잘 날기 위한 '시행착오' 라는걸 기억해야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 내 생활의 3분의 2는 가족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니며 친구도 아닌 바로 직장생활이다.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토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민이 많으며 웃는일이 별로 없는 내가 되어간다는게 너무 슬프다. 물론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그렇듯 속은 쓰리고 아플지언정 겉으로는 웃어야만 하는 거지같은 것이긴 하다만 이 책에서 표현하는 "대기업에 프라이버시란 없다" 란 말처럼 여기저기 다 내 고통만 말하고 다닐순 없는 것이니 이왕할거 마음편하게 자신감 가지고 내 일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위의 6가지 캐치프레이즈를 마음속에 잘 새겨 넣어야 하겠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서 탈피해 만화로 색다르게 표현해낸 이 책 .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너무 어렵게 비비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루하게 길지도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나름대로 마지막엔 진지하게 나의 직장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