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란 세상 모든사람들이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요즘 가끔씩 어린시절 사진을 본다거나 몸이 예전같지가 않을때 아...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한살이라도 어리고 싶은 사람욕심은 끝이없다. 그럼 할머니들은 어떨까? 자신의 손자손녀들을 보면 모든게 부럽기도 하고 추억또한 생각나서 서글퍼질수도 있다. 몇일전, 앨범 정리를 하다가 할머니의 젊은시절 사진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흰머리도 많으셔서 꼭 염색을 하셔야 하고, 관절염이 있으셔서 자꾸만 허리도 구부러지신다. 하루에 먹는약이 여러개이며 계단을 올라갈땐 너무 힘들어하신다. 그런 할머니의 젊었을때 사진은 놀라웠다. 눈가에 주름도 없었고 못알아 볼 정도로 미인이었다. 그런 사진을 보며 미소짓고 추억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슬퍼보였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할머니처럼 내 젊은시절의 모습을 추억할 날이 올거란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주인공 칼리는 빨간머리에 주근깨많고 살집도 많다. 친한친구라곤 한명 없는 그녀. 어느날 학교에 메르디스라는 전학생이 온다. 하지만 메르디스는 모든것이 시시하다는듯, 빨리 학교가 끝나길 바라는듯 어린아이 같지가 않다. 그러다 칼리는 메르디스의 할머니 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는 칼리에게 믿지못할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레이스가 메르디스이며 자신의 몸을 마녀가 차지하여 영혼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 사실을 믿지 못하였지만 우연히 그레이스와 메르디스의 대화를 엿듣곤 사실인걸 알게된다. 칼리는 진짜 메르디스의 몸을 되찾기 위하여 함께 계획을 세우는데.... 여기서 무시무시한 반전이 시작된다.

처음에 책을 집었을땐 음산한 분위기의 표지때문에 공포소설인주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물론 마녀가 등장하고 영혼이 바뀌는둥 내용이 무섭긴 하지만 공포보단 판타지와 동화에 가까웠다. 소설은 마치 옛날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같은 권선징악의 동화같았다. 다행히 내가 동심을 잃지 않았는지 점점 이 동화에 빠져들었다. 어린이를 속인 마녀가 죽도록 미워서 읽는 도중에 욕까지 튀어나올정도로... 재미있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내용과 더불어 노인이 되면 얼마나 불편한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버릴정도로 관심을 끄는 소설이었다.

P349. 모든 할머니들의 마음 속에는 친구들을 부르는 날씬하고 예쁘고 생가발랄한 여자 애가 있을 수 있다. 모든 할아버지들의 마음 속에도 발에 스케이트보드를 단 남자 애가 있을 수 있다.

P350. 나는 모든 노인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절대로.

어쩌면 그 노인들의 마음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젊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소설 마지막에 나오는 이 구절을 통해 결코 이 소설이 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가까이 있는 우리 할머니만 봐도 그렇다. 항상 예쁘게 꾸미고 신나게 밖으로 나가는 날 멀리서 바라보며 저때가 참 좋을때야... 라는 눈빛을 보낼때가 많다. 그들의 마음속에도 항상 젊음과 사랑이 넘쳐난다는걸 알아야한다. 

죽음이란 모든 인간들이 딱 한번씩 경험해 보아야 할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지만, 그 관문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면 과연 남은 인생을 매일매일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랜디 포시는 47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그의 곁엔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다. 그렇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좌절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의 아이들을 보면 가끔씩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슬퍼하기 보단 그 시간에 좀 더 많은 추억을 아이들에게 남겨주려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마지막 강의' 를 하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인생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에 관한 강의를 한다. 이 강의는 순식간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사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남편을 함께할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 생일날 떠나보내야 한다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랜디의 부인은 결국 보내주었고 그럼으로인해 더 잊지 못할 생일을 보냈다. 랜디가 했던 마지막 강의의 제목은 " 당신의 어릴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였으며 꿈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어린시절 사진도 함께 엮어져 있었다. 그의 몇몇의 어린시절의 사진을 보면 표정은 개구장이였으며 항상 표정과 행동이 밝았다. 어렸을때부터 바른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엿볼 수 있었다.

꿈에 관한 랜디의 생각이 이어지는 부분에선 이런 대목이 나온다. " 만약 당신이 조그만 기회라도 포착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기회를 발판 삼아 바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어제 비가 나온 무릎팍 도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것 같다. 기회란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는 때에 온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잘 낚아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사실 나에게 이것이 기회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지에 나온 것처럼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간 중요한 기회가 찾아오고 그것을 알아채고 잡아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고 원했던 일들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절대 포기하지 않는것이 중요한 포인트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진리고 실천한다면 어렵지 않을 문제들이지만 진정 내것으로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을때 깨닫는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모든 삶의 지혜를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깨닫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텐데... 읽는 내내 아.... 정말 좋은 말들이야 하면서 감동도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작가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아이들이 불쌍해서 가끔씩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게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을 잃어야 한다는게 (아니 잃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현재 그는 세상과 이별을 고했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언젠간 이 뜨거운 열기들이 식고 랜대 포시라는 사람은 잊혀지겠지만 그의 순수한 정신은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의 아이들에게도...

인간의 호기심은 어디까지일까? 이 책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호기심에 뿌리를 두고 사건전개가 된다. 비밀스러운 소재 '해커'와 '호기심'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하나 죽어가는데.... 이 의문스러운 죽음의 전모는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최고라는 찬사를 연발하는 만큼 굉장히 기대하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중간중간에 작가는 막간 Interval에서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에 대한 경고성 문구를 꽤 많이 삽입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느낄수 있는 공포에 대한 몇가지 정의와 공포공식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도 공포를 경험했지만 Interval의 내용을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도 점점 더 내용에 빠져들면서 화장실 갈때 조차도 손에서 놓은수가 없었다.

대학 해킹동아리 [HACKING FANATIC] 의 컴퓨터 천재해커 강천규. 그리고 그의 절친 신기현. 강천규의 여자친구 최지애. 어느날부턴가 강천규는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어 강의가 끝나면 쏜살같이 집에가기 바쁘다. 그런 그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나중에 이야기 하겠다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넘긴 신기현. 그는 친구 강천규의 애인 최지애를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그날 밤 끔찍한 목소리의 천규에게 살려달라는 전화가 오고 급히 달려간 기현의 눈에 온몸이 일그러져 끔찍하게 죽어있는 천규가 들어온다. 온몸의 관절이 꺾여있고 턱이 빠진채 죽어있는 그의 몸 앞에 컴퓨터엔 " 난 아직.." 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며칠 후 천규에게서 온 메일엔 그의 죽음과 관련된 [MURDER]라는 사이트와 해킹프로그램이 첨부되어있고 그 사이트에 들어간 기현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리스트들과 천규의 폴더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기현과 MURDER의 두뇌싸움.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여인 최지애도 그 사이트에 접촉했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는데...

사실 글로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책에서 얽혀있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와 맞물려 죽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죽음때문에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고 이 주인공들이 도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그 정체불명 사이트의 주인은 누구인지, 왜 이러한 잔인한 살인을 하는지에 대해 내 자체에서도 호기심이 가득해 책을 잡은 순간부터 끝까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호기심. " 나는 언제 죽을까?" 로 시작되는 의문의 죽음들..... 과연 이것이 내 상황이라면 난 호기심을 이겨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나 또한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나의 호기심은 죽음에 관한 공포보다도 더 컸을것이다.  작가의 흡입력과 놀라울 만치 섬세한 표현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결말에 와서 왜 그들이 죽었는지 범인이 누구였는지 밝혀졌을땐 솔직히 좀 긴장감이 떨어졌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니 실망스럽다기 보단 허무했다고 할까? 마지막쯤 주인공 황기자의 이런 대사가 실려있다. " 난 지금 힘든 것인가? 아니다. 허무했다.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이 대사가 딱 내 심정 그대로를 옮겨놓은듯 하다. 책을 다 덮고 잠을 못이뤘고 무서워서 결국 가위까지 눌렸을 정도로 책의 내용과 극적 긴장감은 최고였지만 그들의 죽음의 결말이 너무 어처구니 없음에 다소 실망스럽긴 했다. 하지만 근 읽었던 작품중 손에 꼽을 정도로 내용에 빠져들게 했던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P88. 가위에 눌리면 우리는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은 제어할 수 없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가위에 눌리면 공포를 느낀다. 상습적으로 가위에 자주 눌리는 사람들은 잠자기가 괴로울 정도일 것이다. 필자는 그들을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즐겨라. 가위의 공포를.... 가위는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공포물이다.

이문구를 읽고 잠든 어젯밤. 정말 가위에 눌렸다. 이책의 표현에 따른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공포물인 가위. 소설의 내용처럼 자꾸 컴퓨터가 무서웠고, 누가 옆에서 날 쳐다보는것 같아 혼자서 잘 수가 없었다. 정말 무섭긴 무서웠나보다. 자고나서 아침에 생각해보니 소설은 소설일뿐 겁낼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그까짓 소설하나때문에 잠을 못이뤘다니 내 자신이 우습기도 했지만 과연 소설의 공포가 소름끼칠만 했었구나.. 하는 작가 상상력에 감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