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이지만 여태껏 누가 중국을 가자고 제안하면 절대 네버!! 돈주고 가라고 해도 안간다고 했던 나. 그 이유는 모두 알만하듯 중국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소위 중국인을 '짱꼴라'라고 부르는 것 부터 시작해서 ,TV에서 종종 비춰지는 지저분한 길거리와 잘 씻지 않는다는 소문, 자칫 엉성하고 모자른듯한 상품은 made in china 아니냐며 의심부터하는둥... 한국인에게 중국의 이미지가 안좋은건 사실이지 않는가?  하지만 중국인을 무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 하나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의 중국은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도 상하이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서울보다도 더 발전한 모습을 가지고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유학생들과 기업인들로 국제화가 되었고 아시아의 맨하튼이라는 별명이 붙을정도로 화려한 빌딩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우리나라의 판으로 찍어낸듯 똑같은 디자인의 직사각형 빌딩이 줄지어 있는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높고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빌딩들 때문에 상까지 받았다고하니 앞으로가 기대되는 도시이다. 심지어 땅값도 많이 올라 정말 비싼 지역의 가격은 우리나라 강남도 부럽지 않다고 하니 실로 놀라지 않을수 없다.

상하이라는 도시는 중국인에게 기회의 땅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터전이다. 따라서 상해출신이라는 점만 내세우더라도 대우자체가 달라진다고 한다. 반면 타지출신의 경우엔 심한 차별을 받는다고도 한다. 책에는 작가가 상해에서 만난 여러 계층의 사람을 인터뷰한 글이 실려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 눈을 잡은 인터뷰가 있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까페 종업원의 인터뷰였는데, 한번은 그녀가 길을 가다가 버스에 치여 20m를 날라간 청년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별 관심없다는듯 지나쳐갔고 몇몇 아줌마들만 모여들었는데 심지어 구급차가 30분이나 지나서 도착했단다. 그 이유는 단지 그 청년이 외지인이었기 때문이란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이처럼 상해출신과 타지출신의 차별은 매우 심각한데 상하이니즈들은 자신들에게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특히 기가 센 상하이 여자들은 상대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유머러스한 필력때문인지 계속 웃음이 났고 시간가는줄 몰랐다. 작가가 겪었던 황당한 에피소드라던지 중국 곳곳의 유명한 관광명소와 꼭 가볼만한 레스토랑과 클럽등 독자를 사로잡을만한 소재가 충분했다. 특히 중궁 광동의 요리중 원숭이 뇌요리와 당나귀요리를 만드는 법을 읽을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고 , 저자를 동성애자로 착각하여 두명에게서나 dash를 받았던 일이라던지 티베트 3인조와 실랑이가 벌어져 죽을뻔한 아찔한 순간등.. 거기에 더해 중국 곳곳의 소박하거나 화려한 사진들까지 볼만한 요소가 엄청난 책이었다.

사실 책 중간중간의 에피소드들이 상해인에대하여 안좋은 편견을 가질수 있긴 했지만, 반대로 배울만한 점도 있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과 , 매사에 빨리빨리를 외치고 급한성격을 가진 한국인과는 달리 답답하리만큼 느긋하고 여유로운 중국인의 특징또한 좋은 본보기였다.

만약 중국여행을 준비하고있거나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곳곳에 상하이에서 생활할때 유용한 팁이나 마지막 부록으로 실린 쇼핑몰, 까페, 여행코스등은 실로 유익한 정보였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토록 안갈거라고 장담하던 중국을 언젠간 꼭 가보리라 결심하게되었다. 아니 어학연수를 가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 ㅎㅎ 

<내안의 특별한 악마> 라는 제목과 귀엽고 유쾌할것같은 책표지때문에 책의 모든내용이 섹스에서 시작해 섹스에서 끝날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에 책을 들었을때 전혀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고개가 갸웃거려졌고, 점점 이게모야!! 앗!! 심봤다!! 완전야해!! 연발하다가 책을 덮을 즈음엔 웬만한 섹스얘기는 부끄럽지도 않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오도방정을 떨었을까? 내용인즉슨 이렇다.

어릴적 부모님을 잃고 수도원에서 자란 주인공 프란체스코는 20세가 넘어서까지 제대로된 연애한번 해본적없는 처녀이다.어느날 그녀의 몸에 종기가 하나생겨 피부과에 갔으나 왠일인지 진찰만 받을라하면 종기가 없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점점커진 그 종기는 바로 사람얼굴모양을 한 인면창이고 그것은 말까지한다. 결국 팔에 있었던 그 인면창은 그녀의 가장 음밀한 부위(?)에 자리잡는다. (책에선 '조개'라고 표현한다 -_-)그녀는 그 인면창에게 고가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후로 고가씨와 괴상한 동거에 들어간다. 고가씨는 한번도 남자 경험이 없고 그녀와 닿기만 하면 성기가 부러지고 기절하는 남자들을 보곤 그녀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못쓸 몹쓸여자라고 놀려댄다. 항상 입만 열었다하면 그녀를 비난하고 면박을 주며 악담을 퍼붓는 고가씨에게 절대 지지 않으며 자신만의 신조를 지키고 살아가는 프란체스코. 정말 예상치 못한 줄거리의 이 책은 결말까지도 어처구니가 없다. 프란체스코의 음밀한곳에 기생한 인면창이 그녀의 키스를 받곤 엄청난 빛과 함께 동상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데 자기가 왕자란다. 이건 뭐 엽기동화도 아니고 입이 떡벌어진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동화를 어렸을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그 동화의 패러디같은데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외설스럽고 경박하다.

읽는동안 수위높은 표현들때문에 사실 전철에서 읽을때엔 혹시나 다른사람이 볼까 엄청 주위를 둘러봤다. 한페이지에 적어도 섹스란 단어가 3번이상나오고 인면창에게 밥을 주기 위하여 팬티를 내리고 음식을 갖다대는행동, 프란체스코에게 자위를 하라며 부추기는 인면창의 적나라한 대사등 상상하기에도 낯뜨거운 표현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야한거라면 더 관심이 가는게 사람 마음인지 인상을 쓰면서도 끝까지 쭉쭉 읽었다. ㅎㅎ

곳곳에 널린 섹시 코드에 질려버린 여성들의 피곤을 한방에 날려주는 통쾌소설!

이라고 책표지에 씌여 있지만 사실 내 피곤을 한방에 날려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말 소재자체가 기발하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는 했다. 마지막의 옮긴이의 글을 보면 이 소설은 현재 일본의 성문화를 대변한다고 했는데, 뭐 나름 인정한다. 어쨌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그쪽(?)방면으로 개방적인건 사실이니까. 소설자체는 재미있었다. 다만 소재가 너무 시대에 앞서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정말 사람의 상상력이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예측불허의 소설에도 내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구절이 있었다.

P 200. 마음에 사랑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말도 상대의 가슴을 감동시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