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부부가 일어나면서부터 옷입고 화장하고 출근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저녁때 집에 들어와서 손님접대를 하고 씻고 잠들기까지의 하루의 일상이 담겨져 있다. 평범한 부부라면 누구나가 겪는 일상이지만 이 책은 그 일상의 곳곳을 '과학의 눈'을 통해 다시 조명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하는 사소한 행동 속에서 물리학의 법칙이 작용하고 생물학적으로 수많은 미생물들이 움직거리며,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침대를 비롯한 온 집안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진드기와 진공 청소기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드기 배설물들..부엌에 득실득실하는 슈도모나드균과 살모넬라균..변기 배설물부터 칫솔, 샤워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세균들 등 우리가 먹는 동안, 씻는 동안, 잠자는 동안 아니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세균과 바이러스들의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산다. 우리 얼굴을 포함한 몸 구석구석에도 세균과 기생충이 붙어 있는데, 예를들면 속눈썹 뿌리에서 산다는 울퉁불퉁하고 거대한 기생충은 8개의 다리로 우리의 눈썹을 거뭐쥐고 매달려 있단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케잌, 아이스크림, 마가린 등의 원료를 알게 되었고, 먹는 가공 식품의 원료는 차라리 몰랐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비위가 상했다. 텔레비젼과 전자레인지의 원리나 치약과 향수, 화장품의 원료와 샴푸와 린스의 세척과정 등 화학 분야와 관련된 것은 조금 익숙한 분야라 휙휙~책장을 마구 넘겨 읽었다.
청바지나 콜라가 유행하기까지의 과정이나 비누가 나올 때까지 프랑스 혁명이 어떤 걸림돌이 되었는지..현대식 욕조는 처음에 정신병원에서의 처벌 도구였다는 것, 그리고 각종 기기나 가구의 변천 과정과 중세 귀족들의 식사 에티켓을 적은 글 등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나온 역사적 지식을 더불어 알 수 있어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 참 다행스럽게 생각되었으며, 과학 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세균과 미생물 쪽에 많은 비중을 두어 내가 좋아하는 물리 분야가 조금 미흡했던 것이 많이 아쉬웠다.
시크릿 하우스... '모르면 약'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 책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 내 주위에 울려퍼지는 파동과 충격파, 흙먼지와 착시 효과의 조합인 모니터 그리고 기기 전체에서 뿜어 나오는 전자파, 키보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진드기와 먼지, 커피 속에 우글거리는 미생물들,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징그러운 벌레들 이 모든 것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지금 기분좋게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