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내 눈에 계속 띄던 책 제목이 있었다. 바로 '밤의 피크닉'. 이 제목이 왜 내눈에 계속 띄었냐 하면, 내눈에 '밤의 테크닉' 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 민망해라. 처음엔 아니 무슨 저 딴 제목의 책이 다있나... 싶어서 다시한번 봤더니 밤의 피크닉이었다. 이러기를 2,3번 반복하다보니 책의 이름이 딱 머리에 박혀버렸다. 그 이후론 계속 꼭 한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면서 벌써 2년이나 흘러버렸다. 밤에 소풍은 떠나는건가..? 싶었는데 제목 그대로 내용은 밤에 소풍가는 내용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것이고 그 속에 심오한 뜻과 의미가 담겨있었던 책이라고나 할까? 벌써 영화로도 나온것 같은데 다 읽고 난 후 왜 이책을 빨리 읽지 못했었나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일본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일년에 한번씩 수학여행 대신 보행제라는 행사가 있다. 그 행사는 만 24시간 동안 80km를 행군하는 것인데 , 하는 도중은 힘들지만 다 끝나고 난뒤, 그리고 졸업 후에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최고의 추억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모두들 밤소풍을 떠나는듯 시끄럽게 수다도 떨지만 어느덧 밤이 되고 몸이 지쳐가며 발이 퉁퉁 붓기 시작하면 그러한 수다도 줄어들게 된다. 학생들중 니시와키 도오루는 괜찮게 생긴 외모에 말수가 없는 이미지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리고 고다 다카코는 생각깊고 성격좋은 여학생. 그런데 그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퍼진다. 하지만 둘은 이복남매이다. 다카코는 그렇지 않지만 도오루는 항상 적대심에 찬 눈빛으로 다카코를 쳐다보고 그런 둘의 사이는 말 한마디로 하지 않은채 고교생활을 마칠것 같다. 하지만 보행제가 끝나가는 밤, 도오루에게 꼭 한마디를 건네 대답을 듣겠다고 자기자신에게 내기를 하는 다카코. 과연 그 내기는 성공할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역시 온다 리쿠의 소설은 한번도 막히지 않고 편안히 쭉 읽히는 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똑같은 그 문체. 그냥 자연스레 물 흐르는 흐르는 내용의 전개. 전혀 감동이 없는듯 무미건조하지만 마지막에 아 이것이구나 싶을정도로 따뜻함을 안겨주는 그녀의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한 글을 쓰기로 유명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단순한 청춘소설이다. 지금까지 만나봤던 온다리쿠의 소설과는 차이가 있기에 더 신선했다. 서서히 주인공들의 갈등이 풀리고 가슴에 맺힌 것들을 풀고,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내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청춘, 현재 내게도 포함되는 단어이지만, 고교시절 그 풋풋함을 잃은지 오래여서 이 소설이 더 가슴에 와 닿았던것 같다. 오랜만에 멋진 소설을 만났다는 상쾌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 그저 걷기만 할 뿐인, 아무것도 아닌 행사가 이렇게 특별한 것인줄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