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화에 보면 깊은 샘에서 물을 먹으면 젊어진다고 해서 욕심 많은 할아버지가 샘에
가서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 영화와 책으로 접하니
재미라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그만큼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아 순수함이 없어
졌다는 것일게다.
영화를 먼저 보았던 탓에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조금 헛갈리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갈 수록 벤자민의 어려움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인으로 태어나 자신을
곤혹스럽게 하더니 생각과 다르게 나이가 어려지면서 다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생각을 잃어가는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 7편이 실려있지만 7편을 읽는 동안 전개가 느리고 조용히
진행되지만 독자를 끓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작품속의
인물들의 생활을 잔잔하면서도 힘있게, 그러나 어쩌면 안개속에서 길을 찾은 듯한
느낌을 갖게하지만 추리를 요구하는 작품속에서는 그런 점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복실이의 아침을 읽으며 큰아이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갖었다. 가끔 우리는 동물이나
어떤 대상을 놓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것이라는 가상하에서 대화를 많이
나눈다. 그러다보면 왠지 내가 그들이 된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작품속의 복실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복실이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그들이 보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가구공방 밖에서'는 아빠와 딸의 따뜻한 이야기로 전개 되어진다. 어린시절의 상상력을
아빠는 잘 가꾸어 주고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아빠와 딸의 대화속에서 행복한 가정,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까지 짧지만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글이다.
레이몬드의 미스터리나 댄스 파티의 참극등은 추리를 요구하는 글이지만 너무 급박하지
않고 잔잔하게 전개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서두루지 않게 하고 있다. 피츠 제럴드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지만 그의 글에서 느끼는 미로 찾기같은 매력은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