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에서 놓기 싫을 정도로 계속 읽고 싶은, 몰입하게 되는 책 <Marked for life (마크드 포 라이프)>를 만났다.

112 응급 신고로부터 시작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유능한 검사 '야나 베르셀리우스'가 이민국의 망명문제 담당자 '한스 율렌'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되고, 노르세핑 경찰서 '군나르 외른'의 팀원인 '헨리크 레빈', '미아 볼란데르' 등과 일하게 된다.

용의자와 단서를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십대 소년의 시신과 '한스 율렌'을 죽인 총이 함께 발견됨으로서 일은 꼬이기만 한다.

더구나 그 소년의 시신을 살펴보던 중 뒷목에 새겨진 이름을 발견하게 되면서 '야나'는 어렸을 때부터 꾸어 온 악몽이 사실은 자신의 사라진 기억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스 율렌'의 사건의 단서 중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지금껏 숨겨 있었던 능력들도 다시 살아난다.

'야나'는 이 사건에서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면서, 자신의 목에 새겨진 케르(ker)를 감추며 살아왔던 지난 시절들을 점차 또렷하게 기억하기 시작한다.

'야나'는 위의 사건과 중요하게 얽혀 있고 관련되어 있지만, 결국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칠레에서 온 이민자라는 것과 어쩌다가 살인병기가 되었는지, 기억을 잃게 된 과정 등 왜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원인이 된 옛 일들을 혼자 조사하게 된다.

목에 새겨진 지울 수 없는 이름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야나'에게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경찰들과 단서나 중요 자료들을 공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못함으로서 그녀의 외롭고 고단함을 느낄 수 있어 안타까웠다.

<야나 베르셀리우스 3부작 시리즈>로 이루어진 작품이라 그런지 완전히 이 사건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사건이 급하게 종료 되고 1부가 끝났지만, 3부까지 읽어나가야만 '야나'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래야 모든 사건이 완벽하게 종료될 것이다.

나쁜 어른들로 인해 어린 소녀 '야나'가 끔찍한 악몽을 꾸며 살아왔지만, 그 삶에 대한 보상은 아무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야나'가 새 삶을 살아가는데 나쁜 과거의 기억은 조금씩 떨쳐버릴 수 있으리라는 예상만 할 뿐이다.

2부 <White Tracks>, 3부 <Marked for Revenge>도 많이 기대된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원제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는데, 읽다보니 원제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심장처럼 재깍거리는 시계를 가진, 그러난 그 시계는 언제든 종료 알람이 울릴 수 있는,

일시적인 삶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리아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리아나'는 자신의 처지가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마음을 품으며 기대하며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을 막는 장애물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만 하는 위험한 길에 발을 내딛고 말았고, 점차 그녀는 자신으로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엔 "오드리 벡"이였다가 어느 날부터는 본명인 "리아나 벡터"로 그리고 20년이 흐른 후에는 "제인 번"이 되어 "조지 포스" 앞에 나타난다.

 

20년 전 둘은 대학 새내기로 만나 사랑에 빠져 캠퍼스 커플이 되었지만, 그들의 만남은 한 학기라는 시간으로 너무나도 짧았고 곧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이 계속 이어질 수 없던 이유가 둘의 관계가 어긋나서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조지'는 20년 동안 그녀를 늘 생각하며 잊지 못하며 갈망하며 살아 왔다.

'조지'는 가끔씩 닮은 사람을 '리아나'로 착각하는 등 그녀를 예전에 떠나보냈음에도 완전히 결별하지 못한 상태로 살았다.

그런 그 앞에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제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조지'에게 '리아나'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기에 더 안타깝고 소중한 존재였기에 그녀의 등장은 '조지'와 '리아나'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드디어 끝마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늘 '리아나'와 재회를 꿈꾸던 '조지'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

 

'리아나'에게 '조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리아나'는 '조지'가 모든 것을 자신에게만큼은 아낌없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았을 것이다.

자신과는 다른 '조지'의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세월이 지나 이미 희미해져 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주면서 '조지'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빼앗을 수 있었다.

 

완벽하게 기획한 그녀의 모든 계획들이 과연 '조지'와 '리아나'의 해피엔딩으로 연결이 될 것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소설가 ‘기누가사 사치오’는 갑작스런 아내의 부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도 또 다른 감정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사치오’의 아내 ‘나쓰코’와 ‘오미야 요이치’의 아내 ‘유키’는 친구 사이로, 함께 떠난 여행에서 버스 사고로 인하여 가족들과 영영 생이별을 한다.

여행을 떠난 아내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게 된 것이다.

‘사치오’는 아내 ‘나쓰코’와 생전에 보통의 남편과 아내처럼 알콩달콩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그들의 관계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살았었고, ‘사치오’에게는 애인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아내의 부재와 맞닥뜨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나갈지가 큰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나쓰코’와의 사이에 자녀가 없어 홀로 남겨진 ‘사치오’와는 달리,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인 ‘요이치’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요이치’는 아내의 부재로 인해 생긴 큰 문제,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의 빈자리에서의 어린 아이들의 문제를 자신이 다 소화할 수 없음을 알고 해결하기 위해 ‘사치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려움에 손을 내민 세 사람의 도움을 선뜻 받아들인 ‘사치오’는 지금까지 아내와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알게 되고, 아이들의 엄마의 몫도 충분히 잘 해나간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지만, ‘사치오'는 세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자신도 안정을 찾는다.

아내의 빈자리를 세 사람이 자리 잡음으로서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처럼 그런 사이가 되어간다.

 

지금까지 가정을 꾸리며 살아왔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아내의 부재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그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떠난 사람들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면서도 자신들을 돌보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왜 아주 긴 변명이었을까?

아내와 함께 하면서도 방황했던 ‘사치오'가 원래 제자리로 돌아 왔음을, 늦었지만 ‘나쓰코’에게 말하고 있어서였을까?

‘사치오'는 소설가이니 계속 글을 써 나갈 것이고, 아주 길게 쓴 그의 이야기도 더 읽고 싶어진다.

<아주 긴 변명>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지금 상영 중인데, 작가인 “니시카와 미와”가 영화감독이라 그런 지 글이 아닌 영상은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