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 [황금 삼각형]에서 ‘뤼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으나, 400여 페이지 중 200여 페이지를 넘게 읽어 나가도 ‘뤼팽’의 모자나 지팡이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8권의 구성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고, 2부의 제목은 <아르센 뤼팽의 승리> 였기에 주변 인물 중 하나로 분명 변장해 있는데, 아직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해라며 마음을 다독이고 계속 읽어 나갔다.

 

8권 [황금 삼각형]은 1918년 출간된 작품으로, 7권 [포탄 파편]위 배경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1914년~1918년) 중이었던 1915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 상황이었지만 전쟁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으며, 전쟁 중에 부상을 입은 상이용사들이 등장하여 전쟁으로 인한 참혹함만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파트리스 벨발’ 대위 또한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한 상이용사로서, 평소 흠모하던 간호사인 '코랄리’를 납치당하던 상황에서 구해주게 된다.

그런데, '코랄리’의 납치 미수로만 끝나지 않고,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게 살인 등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코랄리’의 남편 ‘에사레스 베’의 죽음으로 ‘에사레스’가 공범과 함께 외국으로 황금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비밀이 밝혀지는데, 다행히 3억 프랑의 황금이 프랑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파트리스’ 대위는 황금이 숨겨진 곳을 찾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황금 삼각형을 찾는다면 그 곳이 바로 황금이 있는 곳일 것이다.

 

그러나, ‘파트리스’ 아버지와 '코랄리’ 어머니와의 못 이룬 사랑이라는 과거의 기막힌 사연이 있었고, 현재의 두 사람에게도 그와 못지않은 안타깝고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지만, 다행히도 ‘뤼팽’의 등장으로 ‘파트리스’는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뤼팽’은 3일이라는 기간을 두고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급박한 사태에 이르지만, 이번에도 자신만만하게 잘 해결해 나간다.

생각지도 않았을 때 불현 듯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에 “역시 뤼팽이야”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8권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는데, “현명한 사람은 늘 책과 함께 하는 법이지요”라는 ‘뤼팽’의 대사였다.

우리도 책을 읽다보면 점차 현명한 사람이 되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9권 [서른 개의 관]을 꺼내어 본다.

 

7권 [포탄 파편]은 1916년에 출간되었으며, 1914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1914년~ 19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간의 전투가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인접한 지역인 로렌 지방의 소도시인 코르비니 위쪽의 오르느캥이 주요 무대가 된다.

 

오르느캥성은 ‘엘리자벳 당드빌’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떠나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었고, 17년 동안 폐쇄되어 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엘리자벳’이 ‘폴 들로즈’와 결혼하게 되면서 아버지 ‘당드빌’ 백작에게서 지참금으로 오르느캥성을 받게 되면서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게 되었다.

 

1914년 7월, 결혼한 ‘폴’과 ‘엘리자벳’은 오르느캥성으로 가는 길에 ‘폴’이 어린 시절 프랑스 안에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를 만났던 이야기와 비극적인 가족사를 듣게 된다.

‘폴’에게 17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미스테리는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였으며, 사건과 관련된 빌헬름 2세와 아버지를 죽인 여자에 대한 기억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르느캥성 벽에 걸려 있는 돌아가신 ‘엘리자벳’의 어머니 초상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 ‘폴’로 인해 ‘엘리자벳’과의 관계도 꼬이기 시작한다.

‘엘리자벳’ 또한 그동안 그리워했던 어머니가 남편인 ‘폴’의 아버지를 살해한 인물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큰 고통을 받는다.

 

마침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폴’은 전쟁터로 가게 되면서 이별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두 사람의 커져버린 감정의 간격은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은 채 극한 고통의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7권을 읽는 내내 미지의 인물 ‘헤르만’ 소령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생겼지만, ‘뤼팽’급과 맞먹는 전략이라고 생각하니 자연히 궁금증은 해소되어 갔다.

 

너무나도 심하게 꼬여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실타래도 우리의 주인공인 ‘뤼팽’의 조언 덕분인지 다행히 ‘폴’에 의해 잘 해결되어 간다.

 

‘폴’은 20여년에 걸친 독일의 야심찬 계획을 다 파헤쳐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는 프랑스를 보여주었고, 그동안 암흑에 쌓여 있었던 두 사람 가족의 미스테리도 하나씩 풀어 간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삶을 그린 7권 [포탄 파편]을 읽으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도시와 마을들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들을 가져오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가져와 아프게 했고 무너뜨렸다.

전쟁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권 [아르센 뤼팽의 고백]에는 단편 9편이 담겨 있는데, [기암성]편과 [813]편 이전의 ‘뤼팽’이 겪었던 소규모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뤼팽'은 궁금증에 대한 호기심을 넘기지 못하고 직접 문제들을 직접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5권까지도 그런 면들이 많이 보여 왔지만, 6권에 펼쳐진 각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한 것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를 도둑으로만 알고 있지만, '뤼팽'의 직관력이 탐정을 능가한다는 것을 이 6권에서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자신의 능력이 최고라는 것을 알고 있는 '뤼팽'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거울 놀이>편과 <그림자 신호>편은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흥미로운 소재여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악랄한 함정>편 같은 경우에는 나르시스즘 같은 이미지의 '뤼팽'이 등장한다.

'뤼팽'은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거나, 가끔씩 아무렇게나 내뱉는 이야기가 자뻑남 같은 개그 캐릭터로 다가와 피식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붉은 실크 스카프>편에는 '뤼팽'만의 ‘가니마르’ 경감을 놀리기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뤼팽'은 ‘가니마르’ 경감에게 정보를 주어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겨 가는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백조 목의 에디트>편에는 '뤼팽'만의 변장술로 범죄를 저지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속인다.

역시 ‘가니마르’ 경감이 이 사건을 맡아 '뤼팽'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속였는지 알아내지만, '뤼팽'에게는 늘 한 박자씩 늦는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뤼팽'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는, '뤼팽'에게 항상 당하기만 하는 ‘가니마르’ 경감이 이제는 불쌍할 정도여서 ‘가니마르’ 경감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마저 생겨난다. 

 

마지막 편인 <아르센 뤼팽의 결혼>에는 '뤼팽'이 상대방은 모르는 결혼 예고와 청첩장을 언론에 뿌리면서 ‘사르조 방돔’ 공작의 딸인 ‘앙젤리크’를 궁지에 몰리게 한다.

물론 목적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한 '뤼팽'의 속셈이었지만, 한 여자의 인생을 바꾸어 버리는 계기가 된다.

 

6권을 마무리하면서 오토바이를 타는 '뤼팽'을 상상해보지만, 확 다가오지 않는다.

마차만이 어울릴 것 같은 '뤼팽'에게 오토바이라니, 재미있고 즐겁게 읽은 단편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