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테스>의 작가 ‘토머스 하디’를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라는 작품으로 만났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라는 제목에 관련 의문점이었을 것이다.

분명 연애 소설인데도 작가가 왜 그런 독특한 제목을 붙였는지, 나의 이해력 탓이겠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의문점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아 아직까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이 작품을 읽고 있으면 읽는 내내 내 앞에 숲과 언덕 등 풍경이 펼쳐져 있는 듯 한 폭의 영상으로 다가와 영국 드라마, 특히 BBC 시대극을 본 것처럼 느껴진다.

섬세한 묘사 덕인데, 들판과 목장 등뿐만 아니라 집안의 작은 소품까지도 마치 돋보기를 들여다보며 이야기 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생생하게 전달되어진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 남자 ‘가브리엘 오크’, ‘윌리엄 볼드우드’, ‘프랭크 트로이’와 ‘밧세바 에버딘’라는 한 여자가 있다.

직업도, 개성도 많이 다른 인물들이라, 쉽게 설명할 수 있게 화살표로 나타낸 관계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이 ‘토머스 하디’만의 특색은 분명 있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영국 소설들이나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사람들의 관계, 결말 등 많은 것들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한 여자를 사랑하는 즉 연적 관계일 수밖에 없는 세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복잡하게 엉켜있지는 않지만, 아주 단순하지도 않는 그런, 우리가 알고 있고 수 없이 보았었던 남녀 간의 이야기와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밧세바'의 앞에 차례대로 위의 세 남자가 나타난다.

하지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은 같을지 몰라도,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사랑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표출된다.

 

‘밧세바'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정신적으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에서 세 남자와의 만남이 그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그런 상황 등을 헤쳐 나가면서 어떤 모습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지 그려내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그녀와 맺어질 운명은 타이밍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봐주는 한결 같음이었을까?

돌고 돌아 헤매며 소중한 인연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그녀의 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음을 그녀만 몰랐다.

 

전해져 오는 사랑에 대한 떨림은 비록 약했지만, 19세기 아름다운 영국의 ‘웨식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밧세바’의 진정한 사랑 찾기에 동참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호랑이 이빨]을 다 읽고 책을 덮으니, 아르센 뤼팽 전집 10권을 끝냈다는 후련함과 시원함이 함께 했다.

 

[호랑이 이빨]은 아르센 뤼팽 전집 10편 중 600여 페이지가 넘는, 가장 두꺼운 분량으로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행히도 ‘뤼팽’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 좋았다.

 

1권부터 9권에서 보았던 과거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베베르’ 부국장과 경찰청장이 된 '데말리옹', ‘방랑글레’ 총리 그리고 예전의 부하인 ‘알렉상드르’ 등이 있다.

 

4권 [813]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뤼팽’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돌아온 ‘뤼팽’의 귀환은 믿을 수 없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10권에서도 [813] 끝부분에서 언급되었던 모로코 외인부대에서의 활약상을 ‘뤼팽’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 그의 프랑스를 위한 마음과 드높은 애국심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다.

 

[호랑이 이빨]은 ‘모닝톤’의 2억 프랑 유산과 관련된 상속자를 찾기 위해 경찰청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유산 상속자들의 연이은 죽음 등이 계속 일어나게 되고, 과연 유산 상속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탓에 범인이 바로 ‘뤼팽’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제목의 호랑이 이빨은 첫 살인 사건의 증거로 채택된 사과에 찍힌 이빨 자국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해준 원인이 되었다.

호랑이 이빨에 대한 의문은 마지막에 가서야 ‘뤼팽’에 의해 풀린다.

 

변장한 모습과 비밀 통로가 나오면 ‘뤼팽’이 생각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젠 많은 사람들이 ‘뤼팽’의 전략을 알게 되었는지, 그들도 많은 시간을 들여 세세한 계획을 세우며 일을 꾸미고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

 

5권 [수정마개]편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던 ‘뤼팽’이 기억난다.

‘뤼팽’을 능가하는 범인의 계획에 맞춰진 행동에, 경찰들뿐만 아니라 ‘뤼팽’도 당황하게 되고, 분노에 휩싸이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경찰청장과 총리를 설득하여 자신만이 갖고 있는 추리력과 예지력 그리고 결단력으로 범인을 쫒는다.

 

거기에 ‘뤼팽’이 많은 위험과 수난 속에서도 다시 힘 낼 수 있었던 것은 한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 그가 가지고 있던 부와 명성 등 많은 것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자신이 쌓아 둔 모든 것도 버릴 수 있는 남자가 바로 ‘뤼팽’일 것이다.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도 바로 ‘뤼팽’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11권에서의 ‘뤼팽’이 정말 궁금해진다.

루핀(lupine)꽃이 핀 정원을 가꾸고 있는 ‘뤼팽(lupin)’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모험가로서의 그를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8권 [황금 삼각형]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혹시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처음에는 다른 인물들과 그들이 사는 곳, 주변 인물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하다가 결국은 ‘뤼팽’ 시리즈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뤼팽’의 등장 및 활약이 너무나도 미미했기 때문으로, 원인이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이 큰 변수이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세월이 하수상하니 애국심이 비록 높지만, 도둑인 ‘뤼팽’의 활약을 담기에 많이 힘든 상황이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봤다.

 

섬 이름인 '사레크'는 '에퀘이(암초,écueil)'를 '세르퀘이(관,cercueil)'라는 단어를 혼동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30개의 암초로 둘러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도 음침하고 무서운 내용이 많아서 ‘베로니크’가 '사레크' 섬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Isle of the Dead>이 떠오를 정도였다.

 

섬에 오랫동안 내려온 전설에 수많은 세월을 거쳐 전해지면서 예언 등 이야기들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을 끼워 맞추면서 자신이 그 예언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던 '보르스키'에 의해 섬사람들은 불행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고 9권 [서른 개의 관]에서 어둡고 무서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사형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의 행동이 흥미로웠는데, 어느 상황에서도 주인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고, 기분을 풀어주는 고마운 존재로 그려져 있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베로니크'의 아들 '프랑수아'는 해맑고 사랑스런 아이로 밝게 자라났다.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인 '레이놀드'와 너무도 많이 달랐는데, 가정환경과 교육 등 자라온 환경에 따라 인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뤼팽'의 일장 연설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섬에 대한 전설이나 예언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정말 그의 말대로 조금은 지루했다.

 

지금까지 9편의 아르센 뤼팽 전집을 읽다보니, 앞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9권에서도 언급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선 7권 [포탄 파편]에 등장했던 독일의 귀족가문이자 '헤르만' 소령의 성(姓)인 '호엔촐레른'이 있었고, 5권의 제목과 같은 수정마개라는 이름의 잠수함이 또 그렇다.

 

또, 8권 [황금 삼각형]에 나왔던 주인공 '파트리스' 대위와 '돈 루이스 페레나'가 9권 [서른 개의 관]에서 협력자로 등장한다는 점인데, '돈 루이스 페레나'는 4권 [813]에도 등장했었다.

별 것 아니지만, 이런 부분들을 찾아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이제 1차로 출간된 아르센 뤼팽 전집 10권 중 9권을 읽었으니, 10권 [호랑이 이빨]이 남았다.

10권에서의 '뤼팽'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