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는 2002년 출간된 작품으로, 1963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로카콜롬바를 배경으로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의 죽음과 삶을 이야기한다.

 

‘로살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아몬드를 줍는 여자”라는 뜻의 ‘멘눌라라’라고 불렸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실제 이름인 ‘로살리아’보다 ‘멘눌라라’로 기억되었다.

 

그녀는 13살 어린 나이에 아팔리페 가문에 하녀로 들어와 가정부이자 재산관리인으로 주인을 성실히 모셔 왔고, 55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하여 이 집을 떠날 때에는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멘눌라라'는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마녀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일개 막일하던 하녀로 취급당했지만, 그녀의 가족들에게는 어리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늘 각별했던 소녀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 하였다.

 

'멘눌라라'의 죽음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지만,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의 장례식에서의 마피아 대부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을 떨게 만들었고, 괴이한 소문까지 더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 이야기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며칠 동안이나 둥둥 떠올라 있었다.

그 소문들 중에 진실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떠나버린 그녀가 없음으로 오리무중에 빠지고 만다.

 

'멘눌라라'가 유언장이나 뒤 늦게 보내온 편지들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가정부이자 재산관리인이었던 '멘눌라라'를 제대로 알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아레나’ 신부님과 의사 ‘멘디코’, ‘파타’ 회장은 '멘눌라라'가 걸어온 인생과 그동안 그녀에게 둘러싸였던 베일을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한다.

 

그녀가 40년 넘게 살았던 한 가문과 가족들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죽어서도 가문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멘눌라라'는 죽음으로 세상에는 없지만, 아팔리페 가문이 지속되는 한 늘 함께하게 될 것이다.

 

'멘눌라라'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사치라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주인에 대한 헌신 등에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었고, 슬픔과 절망보다는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해 늘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았던 그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치열하게 살았던 '멘눌라라'의 아름다운 삶에 더 이상 생채기 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죽음은 한 사람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새 해를 앞둔 연말이면 다가온 한 해에 대한 계획을 미리 적어 놓으며, 마음을 정리하거나 다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하지 말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브렛'의 경우와 다른 점일 것이다.

 

'브렛'은 14살에 적어 놓았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라이프 리스트를 엄마가 20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평소 두 아들보다 애틋했던 모녀 사이였기에 서른넷이 된 '브렛'에게 인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엄마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브렛'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엄마는 유언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게 된다.

 

라이프 리스트에 관한 엄마의 편지는 가슴 아프고 조금은 당황스런 내용들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라이프 리스트의 목표를 하나씩 이루는 과정들이 참 보기 좋았고, 눈물과 웃음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구나, '브렛'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엄마가 짜 놓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며 의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브렛'이 지금껏 놓치고 잊고 살았던 사람들과 그녀가 꿈꾸던 꿈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 주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브렛'의 주변에는 남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변호사 '브래드', 그리고 친구 '캐리' 등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용기가 부족했던 '브렛'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브렛'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 누가 될 것인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의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과연 연인이 누가 될 것인지, 작가는 아니 '브렛'은 누구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낄 것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길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브렛'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인내심을 갖고 책을 덮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작가의 이력에도 시선이 갔는데, 작가의 실제 있었던 경험과 경력들에 대한 정보 등 내용들도 흥미로웠다.

14살에 썼던 라이프 리스트를 30년 후에 발견했던 일이 그렇고, 언어치료사이자 방문교사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래서 더욱 '셀리'와 '브렛'의 직업에 대한 설정 그리고 방문교사로서의 어려운 점등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10대에 적는 나의 라이프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타임캡슐처럼 어른이 되어 개봉할 수 있도록.

좀 거창한 느낌이 나는 라이프 리스트는 아니더라도, 일기장에 적어 놓은 미래의 일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던 아이였던가, 어른이 된 나와 비교도 해보고 꿈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음을 다 잡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 글을 보고 내가 가야할 길을, 아니 방향이라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쓴 글이라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서른, 마흔이 되어도 깨닫지 못했던 나의 안에 잠겨만 있던 것들이 나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이는 아무 상관없다.

내가 14살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도, 라이프 리스트를 꼭 십대에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나의 라이프 리스트를 적어 10년, 20년 후에 살펴보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잘 살아오고 있었던 걸까, 걸어왔던 길을 수정할 때이지는 않을까 등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브렛'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현실을 유지하며, 변화와 도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용기였다.

만약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면 꿈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우리에게도 찾아 올 것이다.

결혼 상대자와의 만남과 직장에서의 승승장구가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앤드루 스틸먼’은 자신에게 찾아 온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회를 성공시키기 위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

 

수년간 자료조사를 했으며 한동안은 부고란 담당이었지만, 고갈되지 않은 아이디어 덕분에 점차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업무에서 재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앤드루’는 중국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와 매매에 대한 이야기들을 파헤침으로서 기자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고, 그 후에도 그는 새로운 기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과거 군사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던 비리 관련 사건들을 기사화하기 위해 험난함과 위험을 무릅쓰고, ‘앤드루’는 가해자를 찾기 위해 직접 나선다.

 

그러나, 늘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질투하는 직장동료,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서 오는 협박편지 등 고민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기자라는 직업은 자신이 쓴 기사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미침으로서 좋지 않은 영향이나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진실이 밝혀짐으로서 의도치 않았던 피해자나 희생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기자로서의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그 기사에 따르는 결과에 대한 예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목숨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만 주어진 것이기에 또 다른 삶이란 있을 수 없다.

 

밤새 읽으면서 중반까지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와 스릴을 안겨주었지만, 점차 끝을 향해 가는 어느 순간부터는 반전 아닌 반전으로 인해 흥미가 반감되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이나 진행되어가는 상황들은 역시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끝까지 읽어야 전체적인 내용들이 파악될 것이다.

 

예전에 ‘마르크 레비’의 작품 중 <낮> 1,2권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후속 작품이었던 <밤>을 읽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다른 작품이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을 읽을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