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낯익은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었기에 국내 초역이라는 말에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내 초역이라는 말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내용이었다.

마약, 술, 성적인 내용, 가정폭력 등의 적나라함에 놀라면서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일주일 동안 틈틈이, 주말에 몰아 읽으며 끝까지 읽었고, 정말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 칭찬의 말을 해 주고 싶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가 유년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예전에 썼던 여러 단편들을 발전시켜 1964년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등장하는 인물들의 중복이나 ‘그릭스’나 ‘윌리스’ 등의 식당이나 술집의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여러 단편을 읽는 느낌이 더 강해 단편집으로 이해하게 된다.

 

절망 그리고 비참함밖에 보이질 않았다.

자극적이어서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느낌만이 드는 1950년대 브루클린의 하층민의 삶을 그리고 있다.

 

브루클린이라는 도시 전체의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마약과 술, 폭력 등이 얼룩져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부류도 분명 많았을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잠시 희망이 보였던 마지막 6부 <랜드샌드>에서의 '에더'의 이야기가 나오는 1~2페이지에 잠시 설렜던 적도 있었지만, 금방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고, 가정 폭력을 추가시킬 뿐이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1950년대 범죄와 마약 소굴이었던 브루클린이라는 도시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몰려왔던 피곤함을 떨쳐내고, 충격과 당황스러움을 해소해준 것은 다름 아닌 영화 OST <A love idea>이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면 1950년대의 브루클린을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문을 드디어, 다행히 찾아냈다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변했고, 달라진 현재의 브루클린이 많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브루클린으로 가기 위한 출구가 아닌 브루클린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가 필요할 뿐이다.

늘 땅만 보고 땅 위에서만 살고 있는 우리는 하늘과 얼마나 가까운가?

바닥에 붙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할 정도였고, 지금껏 점프도 거의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땅과 가깝게 살아왔다.

 

표지에 있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미소와 멋진 점프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몸짓을 따라하게 된다.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점핑 위드 러브展'(2013.12.3~2014.2.23)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책으로나마 풀 수 있어 기뻤다.

 

작가 '필리프 홀스먼' 자신이 점프에 대해 관심이 있고 많이 즐겨 했기 때문에 경험에 우러나 사진을 찍힌 사람들의 몸짓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그들의 몸짓을 전문가적인 입장으로 만났고, 알아왔기에 소심함 그리고 자신감 등 많은 것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의 독자들의 눈에는 특별한 자세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당황함 그리고 즐거움과 유쾌함 등만이 보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경직되어 있구나, 정말 즐거워 보이네 등 거의 두 가지 시선으로만 보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시선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심리학의 또 다른 도구로 점프를 추가하여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그 새로움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작가의 요청에 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그의 요청에 응한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으로 오래 기억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유명인들의 몸짓에서 많은 것을 읽으려 노력했고, 그들의 몸짓이 말하는 의미를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표현해 냄으로서 점프로 본 심리학이라는 용어도 탄생하게 되었다.

 

특이한 그의 요청은 그만의 독특한 점프학을 구축할 수 있었고, '필리프 홀스먼'만의 고유한 사진도 완성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수많은 사진 중에 가장 기억나는 사진을 고르자면 첫 장에 나와 있는 마치 하늘 위로 날아갈 것만 같은 '에바 마리 세인트'의 인상적인 점프였다.

또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윈저' 공작 부부의 함께 점프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유명 인사들과 중요 인사들의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 눈이 즐거웠다.

배우, 정치인, 예술가, 기업가, 운동선수 등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에서부터 몸짓까지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작가 '필리프 홀스먼'과 책에 실린 많은 인물 중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들의 모습들에서 세월의 흐름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처럼 하나, 둘, 셋 점프!를 시도해보니, 드디어 나도 작은 공처럼 가볍게 통통거리며 뛰어 오를 수 있었다.

'필리프 홀스먼'이 찍은 멋진 사진으로 남지는 않겠지만, 나만의 몸짓으로 공중에 잠시 머무른 순간은 내 기억 속의 나만의 사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뛰어 오르는 순간에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르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원제가 DEEP WATER, 깊은 물이라서 그런지 ‘심연’의 단어가 주는 느낌은 막막한 두려움과 공포일 것이다.

물에 떠 있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더해져 더욱 그렇다.

 

심연(深淵)의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곤욕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리고 마음이나 의식 속의 깊은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빅터’와 ‘멜린다’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둔 보통의 평범한 가정을 꾸미고 살고 있는 30대 부부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남들에게도 보이는 큰 문제를 지닌 평범치 않은 부부였다.

‘멜린다’는 남편인 ‘빅터’ 앞에서 서슴없이 다른 남자와 애정을 나누기도 하는 등 너무나도 당당한 간 큰 아내의 모습을 자주 보여 ‘빅터’와 지인들을 당황케 한다.

 

이 작품에서 과연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처음엔 ‘빅터’였지만, 나중에는 ‘멜린다’ 또한 마찬가지라는 걸 알았다.

 

둘 다 누군가 자신들을 물속에서 꺼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를 구해달라고 말하지 못하면서도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눈치 싸움으로도 보였다.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마 그들은 자신이 헤엄쳐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해결책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기다린 인내심으로 인해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아이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아서였을까?

부부 문제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야 함을 그들은 너무 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읽는 내내 “심연”이 1957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금 현재라고 할 만큼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한국전쟁이라는 단어 때문에 ‘빅터’가 살고 있던 시간적 공간이 1950년대라는 것을 파악했을 정도였다.

 

서로를 쉽게 놔주지 못하고 괴롭히면서, 증오심으로 가득 찬 상태로 복수를 품음으로서

더 이상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돼 버린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랜 시간 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게 되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은 그 행동에 대한 결과에 희열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들이 꽤 충격적이었다.

 

<심연>은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고,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