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이름, 작가 길리언 플린의 <다크 플레이스>를 작년에 읽은 적이 있어서 그런 지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몸을 긋는 소녀>를 골랐다.

 

읽는 내내 이 책에 둘려진 띠지를 위로 올려 제목 부분을 가리면서 읽어 나갔다.

자극적인 제목에서 오는 섬뜩함과 그리고 표지의 붉은 드레스에서 강렬함을 느꼈는데, 마치 이 책의 원제 ‘Sharp Objects’처럼 내 몸에 어떤 날카로운 물체가 닿는 느낌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사람들은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병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은 건강한 일상이길 바라는 것이 크나큰 꿈만은 아닐텐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점차 인간의 이성적인 끈을 놓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 것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니 두렵고 무섭다.

그들에게 의학의 도움뿐만 아니라 따뜻한 시선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카고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카밀 프리커’는 고향 미시간 주의 윈드갭으로 돌아가 작년에 있었던 살인 사건과 현재 한 소녀의 납치 사건을 취재하라는 편집장 ‘프랭크 커리’에게 떠밀려 윈드갭에 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윈드갭은 고향이지만, 가족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곳이었다.

고향에 살고 있는 가족은 엄마 ‘아도라’, 새아버지 ‘앨런’, 그리고 재혼 후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앰마’가 있었다.

어릴 적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카밀’에게 그녀의 가족은 쉽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없는 존재였다.

 

윈드갭에서의 어린 소녀들의 죽음이 처음에는 ‘카밀’에게 있어 취재 때문이었지만, 그저 그녀의 고향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이 아닌, 점차 자신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면서 그녀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구절이 생각이 날 정도로 마지막까지 살인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사람들을 계속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가족들끼리 전화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도 가끔씩 서먹할 때도 있고, 어색한 경우도 많다.

좋은 쪽으로 개선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간만 흐름으로서 빗나가기 시작한 관계는 복구되지 못하게 되어 여전히 먼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화해와 사랑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많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 나는 최근 7년간 책 읽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덕에, 책으로 쌓여 진 책 탑이 방 안에 가득하고, 책상 위에도 또 다른 작은 책 탑들로 넘쳐난다.

이 수많은 책들을 내가 다 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는데, 과연 내가 저 책들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처음 1~2년 동안에는 년 간 100여권을 목표로 열심히 읽고 성취감도 느끼며 기쁨을 만끽 했었고, 나름 만족하며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뭐라고 설명이 안 되는 독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즐거움보다는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의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 되면 내가 지쳐서 안 되겠다 싶어, 1년 동안 읽은 책을 반으로 줄이며 목표량에 대한 부담도 덜어내기로 했다.

점차 그런 느낌을 떨쳐나가고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후유증처럼 남아 있다.

 

읽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할까?

읽으면서도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에 집중 못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안갈 때가 많아 앞 페이지로 넘어가 다시 읽을 때도 많다.

 

누군가는 어떤 책을 읽을까 그리고 명사들의 책 읽기는 어떻게 할까 궁금할 때가 많다.

그래서 누군가의 책 목록을 살펴본다.

사실 한 번 훑어보고 나와 많이 맞지 않으면 읽지는 않지만, 관심이 가는 책들이 분명 있기에 나중에라도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목록을 참고하기 위해 메모하여 둔다.

따라하기나 허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가는대로 책을 읽는 것이 맞겠지만, 이렇게 <유혹하는 책 읽기>에서 언급해주는 이야기들을 받아들인다면 더 효율적이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가는대로, 하지만 내 마음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읽다가 놓아버리는 책, 하지만 꼭 읽고 싶다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와 눈은 다른 곳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한다고 해서 그 책에 쓰인 내용들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거기에서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조정해서 나의 책 읽는 스타일을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

그게 중요한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책 읽기에 딱 떨어지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한 의견에만 공감할  수 없기에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취향이 갈리는 부분 등이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책 읽기에는 자신만이 선택권이 있지만, 책에 대한 조언은 자주 들어도 큰 도움이 된다.

 

나를 유혹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책들의 시선이 따갑지만 싫지는 않다.

그 유혹을 즐기면서 독서라는 즐거움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