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바쁨, 귀찮음, 게으름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지나침으로서, 주위의 풍경은 아름답기보다는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집을 벗어난다면 서울, 부산, 인천 등 어디이던지 장소가 중요할까?

내 발이 닫는 곳, 내 눈길이 머무는 곳이 바로 그 곳으로부터 우리의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먼저 길에 나왔다면 우리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이 많다는 것을 많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나왔고 다녔을 골목이나 길 등 곳곳의 모든 풍경의 기억을 어딘가에 담고 싶어질 것이다.

 

최근에 본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다니던 길이나 골목, 풍경 등을 아주 자세하게 그리는 장면 있었다.

손재주가 많은 사람들, 특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의 능력이 참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림 그리는 능력이 없어 연필이나 붓 대신 카메라를 들이댈 수밖에는 없지만, 그 사진에는 풍경의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길에서 함께 한 나만이 공감한 것들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에는 내가 방문했던 곳이 그나마 몇 곳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가야지 했는데 못 갔던 곳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골목을 지나갔을 게 분명한데 그 곳에 그런 곳들이 있었는지 몰라서 찾아 가지 못했던 곳들도 있어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여기에 소개된 곳들은 대부분 유명 인사들이 살았던 곳들이다.

하지만, 예술가, 문학가, 건축가의 이력과 소개된 작품들만 빼면 그들도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것들을 변할 수밖에 없었던 세월의 흐름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곳을 찾아가는 시간이 오전이면 어떻고 오후이면 또 어떻겠는가?

혼자여도, 둘이어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에 길을 나설 수 있는, 그곳에 가고 싶다.

한 참을 풍경도 바라보고, 산책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때론 음악도 들으면서 걷는 시간이라면 언제든지 좋다.

 

걷다가 힘들어진 다리를 쉬면서 밥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시원한 바람, 따스한 햇볕이 없어도 산책은 즐겁다.

길이 있다면 모든 풍경은 그림이 되고,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다니던 작은 골목길, 크고 비싸거나 유명 인사의 집이 아니어도 눈에 띄는 집, 지나치다 우연히 본 담에 그려진 그림들, 공원, 산 등 모든 곳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길, 그곳에서 소소한 기쁨을 얻는 시간.

오후 세시, 낙엽으로 가득하고 때론 흰 눈이 쌓인 곳이어도 좋을 그곳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제 온 몸을 꽁꽁 동여매고 거리로 나설 시간이다.

 

<그가 돌아왔다>에서 과연 그는 누구일까?

머리 모양이나 얼굴 실루엣만 봐도 바로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는 유명인으로, 1:9의 가르마에 사각형 콧수염을 추가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사람 바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이다.

 

그의 이름으로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나치,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나치 상징으로 알려진 하켄크로이츠, 나치식 거수경례 등이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는 그를 독일민족주의자이며 반유대주의자라로 기억한다.

 

히틀러가 현 시대에 돌아왔다는 발상부터 마음에 들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만큼 그가 새로운 시대에 옛 군복을 입고 옛 생각을 그대로 가진 채 자신의 의견을 현 시대 사람들에게 피력한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한 사람이 있구나, 웃으며 넘기고 좋아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것이다.

흉내를 내도 그런 모습이나 인물이라니 한심해하며, 쌍욕을 날려도 무방할 지경이다.

유튜브의 스타로 추앙받는 ‘히틀러’라니, 소설 속의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똑 닮은 얼굴과 옷차림으로 책 속에서처럼 스타로 거듭날 수는 있겠지만, 과연 현실에서 그의 인기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진심으로 히틀러라고 믿지 않기에 그럴 수도 있지 할 수도 있겠지만, 책 속에서의 반응은 정말 저럴 수 있을까 싶도록 열광적인 반응이 낯설기만 하다.

 

우리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인물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왜 하필 ‘히틀러’일까?

새롭고 특이한 소재와 인물을 현재나 미래에서 찾을 수 없었기에 과거의 인물의 등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 ‘히틀러’여만 했는지 책의 지은이 소개란에 적힌 집필 이유는 단순했지만, 실상 무거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블랙코미디라지만,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힘든 게 사실이다.

 

나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허구를 허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겠지만, 최근의 국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심각해질 수밖에는 없다.

또한 요즘 빈번하게 나치나 전범기 등 전쟁 침략의 이미지를 잘 알지도 못한 채 사용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것은 정말 역사의식의 부재, 무지가 낳은 결과물인 것이다.

 

한마디로 소설이지만 다큐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그가 돌아왔다>였다.

다른 독자들도 그저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라는 시공간, 고독의 감옥에서 빠져 나와 사랑, 결혼, 가정이라는 감옥에 갇히길 바란다.

그 누군가를 찾기를 바라면서 그러다보면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음을, 같은 감옥이지만 많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다녔어도 이제 한 사람을 만나 한 곳에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일이나 사랑에 있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바로 ‘김영희’ 같은 사람이다.

‘영희’는 내 일이나 내 사람이다 싶으면 그 것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거는 사람이지만,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파스칼’ 같은 나만의 사람, 우주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의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상대방의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36살 “김영희”는 피처 에디터(Feature editor-기획 기사 및 특집 등을 담당)로 패션 잡지사에 근무한다.

그들 세계에 문외한이다 보니 잘 알지 못했는데, 다행히 글을 읽다 보면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어 점차 조금씩 알아 갈 수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잡지사의 모습과 사랑에도 일에도 적극적인 그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 날 ‘영희’는 ‘한영화’ 실장에게서 소개받기로 한 남자가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말에 그 남자가 많이 궁금해졌고. 결국은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한 실행에 돌입한다.

누군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면 용기를 내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중요치 않았다.

 

그녀는 그 남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메일도 아니고 우표를 붙인 편지를.

‘영희’는 편지 속에서 ‘파스칼’이라는 이름으로 그 남자를 부른다.

<팡세>로 많이 알려진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을 좋아하는 그 남자는 ‘영희’에 의해 그 자신이 ‘파스칼’이 된다.

 

처음엔 ‘영희’가 파스칼에게 편지를 보내는 모습에 ‘주디’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주절 주절대는 모습이 참 예뻤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편지라는 매개체의 운명은 많이 짧았고, 아쉬움도 남았다.

 

작가 소개란을 읽다보면 책 속 이야기와 많이 겹치는 것을 볼 때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는 작가 김경의 실제 이야기가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고독의 감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는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가 도움의 존재가 될 수도, 반대로 더 힘든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롭지 않는 가을날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