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생활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이제 나는 새로운 조직에 투입될 것이다. 조직에는 서열관계가 있다. 대학교와의 선후배 간의 관계, 교수와 제자의 관계와는 다른 그 무엇말이다. 드라마 '미생'을 보지는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사회의 정글일 것이다. 그것을 직접 몸소 미리 겪어보면 좋겠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미리 책으로라도 한 번 탐색해보고자 이런 분류의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선정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뇌리에 남는 것은 전두엽의 중요성과 나에 대한 책임자는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하자면..
이 책에서는 "전두엽 능력이 발달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전두엽의 발달은 나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행위에 대해서 그 행위의 원인을 행위의 원인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두엽이 발달되어 있다고 해서 동물적 본능을 모두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한 알코올 중독자를 예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다. 한 알코올 중독자가 4주 동안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재활원에 다녔다. 28일 동안 알코올을 멀리한 그는 자신이 알코올을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술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는 논리적 판단을 내려 자신이 술집 근처를 지나가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술집 근처를 지나는 순간 그의 술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되살아난다. 맥주 냄새를 맡고 '한 잔 쯤은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순간 그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상사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상사가 아무리 논리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들도 인간이기에(알파고가 아니라면)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상사가 다혈질이라 금방 화내고 스스로 사그라드는 타입이라면 화내는 순간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더라도 상사가 화난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상사의 아드레날린이 분출하고 포도당을 모두 소진하여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상사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그 상사들이 하는 행동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들은 누구에게나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 "그런 사람이 당신을 내성적으로 만들거나 휘두르도록 놔두지마라." 
상사의 지위에서는 당신을 비난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한 상사라는 직책 자체로 당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이 때에 전두엽을 활용해야 한다. 한 발 물러서서 상황에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자신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는 결국 자기 자신 뿐이라는 말은 결국 모든 상황을 만들고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지금의 일이 공정하건 공정하지 않건 간에 의식하건 간에 종국적으로 결국 자기의 일은 자기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 반박하고 싶지만 틀리지 않은 말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이 만일 다른 사람에게 갑자기 총을 맞았을 때, 그 행위 자체에는 나 자신의 잘못이 없지만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붕대를 감거나)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자기 몸이라고 말한다. 나의 잘못이 아니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상사가 나를 인식공격할 때. 그 행위에 합당한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냥 성격상의 결함이 있구나"하고 저자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책의 마지막 부분에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여러분의 상사가 고약해질 수 있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책은 상사와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어필하는 것 같다. 상대방의 의중을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리를 활용하여(전두엽을 활용하여) 세우라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큰 그림에서 생각하고 현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저자가 20년이 넘는 시간을 조직에 몸 담으면서 느꼈던 것을 책에 담았기 때문에 근거없는 말일 것이다.

마스터키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진리는 단순하다.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을 얄팍한 지식으로 간단히 말해본다면 생산력(즉, 경제력)이 역사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은 평소 우리가 접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KTX에서 찜질방까지 우리의 생활에 친숙한 것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바라보면 우리의 문화가 걸어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카페나 식당을 가보면 벽에 낙서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주로 그곳의 글을 보면 커플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하트를 써놓거나.. 대학교 주변의 경우 공부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거나.. 친구에 대해 장난스럽게나 써놓거나 등등 낙서가 끄적여 있다. 낙서 중에는 릴레이 형식으로 소위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익명과 익명이 시간차이를 두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은 과거 화장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광경이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공중화장실의 벽은 의사소통의 공간이다. 간혹 포르노 그림이 유통되기도 하고, 농담의 낙서에 대해 농담의 낙서로 답하기도 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화장실 칸을 이용하면서 소통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댓글 문화는 다른 형태로 다른 장소에서 이미 있었던 것이다.

KTX, 찜질방, 편의점, 커피숍 등의 기능과 그 기능의 통시적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그 속에서 문화를 볼 수 있다. 이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당연시 여기고 있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정약용, <정선 목민심서>, 다산연구회 편역, 창비

 

목민심서는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한테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목민이란 백성을 기르는 방법, 즉 자신이 행정관으로서 해야 할 행정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백성을 기르는 데에 있어 마음 속에 새겨두어야 할 것들을 정약용이 써 놓은 것이 목민심서이다.

정약용 자신이 목민관으로서 경험했던 것들과 중국의 관리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18~19세기의 사회 모습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다르지 않은 사회모습을 목도하게 한다. 관리로서의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기도 하였다.

이 책은 앞으로 수차례 회독 할 것이다.
어떤 현상을 마주할 때, 판단의 틀이 서지 않는다면 이 책에서 혜안을 도출해 낼 수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