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호쇼 그룹의 외동딸이자 형사인 호쇼 레이코와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아들이자 레이코의 상사 가자마쓰리 경부. 그리고 호쇼가의 까칠한 집사 가케야마가 돌아왔다. 레이코는 조금은 성장한 듯도 한데 가게야마의 독설은 여전하고, 가자마쓰리 경부의 삽질(?)도 여전하다. 심각한 살인 사건 현장인데도 불구하고 피비린내가 별로 없는 건 아마도 이 세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심각한 추리소설만이 최고는 아니지 않을까,,가끔은 심각하지 않게 머리 심하게 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1년 전 1권을 읽고 작년 이때쯤 드라마를 봤다. 책과는 다른 식으로 풀어가기도 했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제법 인기 있던 드라마였기에 스페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영화로도 제작이 될 예정이다. 심각하거나 치밀한 추리가 있는 소설이 아닌데도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엔 손색이 없나보다..

6개의 사건이 있고, 4개의 사건은 드라마로 봐서익숙한 이야기였고, 2개의 사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물론 드라마로 만들어졌어도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나름 신선하기는 했다.

 레이코와 가게야마의 관계는 여전하다고 해야할까 더욱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나빠졌다고 해야할까..종잡을 수가 없긴 하다. 가게야마의 독설은 점점 더 심해지기는 했는데 레이코도 적응이 되었는지 심각하게 화를 내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가게야마의 사건 추리력에 대한 신뢰도 점점 더 커졌다. 뭐 물론 레이코도 성장해서 스스로 수상한 점들을 발견하기는 한다. 결론을 찾아가는 것은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래서 더욱 가게야마의 구박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구박을 받았기에 그녀가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앞으로 3권이 나올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유쾌한 트리오는 조만간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니까..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2차 세계대전. 시작과 결과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까 싶은 반성에서, 그리고 조금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손에 잡은 책이었다.

히틀러에서 시작해서 일본의 패배와 원자폭탄으로 끝이나고, 그 사이의 다른 10개의 사건들이 나열이 되어 있다. 각각의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그 이후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설명되어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정말 한조각정도 밖에 되지 않고,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냉철하고 신속한 판단을 했을 것만 같은 독재자들도 사실은 전쟁 앞에서, 결정 앞에서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고, 정교한 작전이 아니어도 날씨가 도와주거나 상대방의 오판으로 이기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좋은 나라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적었던 쪽이 이기는 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 이후 자국의 이익이 되는 쪽이 어느 것일까 수없이 저울질하며 결정을 하고 그 책임과 의무는 이름없이 죽어가고 희생한 국민들이 지는 것이다. 더구나 2차 세계대전 중 우리나라는 일제강점의 시기였고, 타국의 전쟁에 우리의 아까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시기라서 더욱 안타까웠다. 일제가 조금더 냉정하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여 전쟁을 종결했다면 피해를 조금은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12가지의 전환점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황을 뒤집은 '스탈린그라드 전투'. 무패의 독일에게 크나큰 패배감을 준 사건이었고, 독일의 기세가 꺾였던 사건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또 한 번 내린 잘못된 판단이 죽음의 고리로 이어졌던 '미드웨이 해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장면에서 나와 뇌리에 박혀있는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그랬다. 책을 읽는 도중 아비규환의 그 영상이 떠올라 쓸데없는 현실감이 생겨버렸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일본이 항복하면서 2차세계대전은 끝이 났지만 영국과 소련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영국과 소련은 공습과 전쟁으로 많은 국민들이 죽었고, 경제적 손실도 컸기 때문이다. 반면 본토를 공격당하지 않았던 미국은 이후 세계의 정치, 경제의 중심국가로 성장하게 되었다. 결국 미국에게만 빛나는 영광이 쏟아지는 결과가 난 것이다.

 종전 이후 독일은 분단되고, 일본은 신탁통치를 받았으며 전쟁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피폭 피해도 어마어마했다. 세계는 냉전의 시기로 접어들어 쓸모없는 이념 분쟁으로 힘을 낭비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물론 제국주의의 식민지 치하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하게되었고, 우리나라 역시 독립을 맞이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뒤바꾼 이 전쟁...이젠 지난 세기의 이야기가 되었고, 상상 속의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현실감이 없어진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조금 더 알고 이해해서 다시는 이런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이야기..처음 책을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누구라도 이 책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내 이야기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였다.

다정하고 온화한 약혼자 유즈루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던 아스와..신혼집과 가구, 결혼 식장까지 모두 예약한 상태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는데 어느 날 유즈루로부터 결혼을 그만두자는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다. 특별한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던 그의 말에 아즈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울고 또 울고, 눈이 부울정도로 울 뿐이었다.

 그런 아스와에게 롯카이모는 드리프터스 리스트라는 걸 써 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라는 것. 아스와는 혼자 있는 것..예뻐진다. 머리를 자른다. 등등의 리스트들을 적는다. 항상 지니고 다니며 의식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한다. 먼저 이사부터하고 독립을 했고, 친구 교의 도움을 받아 노란 냄비도 샀다. 그 냄비에 매일 같이 음식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이모와 함께 저녁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고 매일을 생활한다.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유즈루의 흔적을 서서히 지우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일들을 찾아내어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아스와는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여자인 것 같다.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며 지내는 사람. 자신만을 바라보던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 매일의 식사를 챙기면서 조금은 성장했는지도..한 끼 식사의 고마움을 알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이별의 상처를 잊는 건 정말 그런 건가보다. 그 사람이 아니면..그 사람이 내 생활 속에서 사라지면 죽을 것만 같고, 살 수 없을 것만 같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할 기운을 얻는 건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람으로 갈 발판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은 성장한 아스와가 꼭 아름다운 사랑을..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눈물 속에서 실연의 상처를 털고 일어난 아스와에게 나도 그 용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