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읽은 아르토 파실린나의 책..

야생토끼와 만나면서 뒤바뀐 바타넨의 일상을

따라가며 문득 그것이 그의 최후 한조각의 용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에 그럴 듯한 가정과 직장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친 그는 하루하루 강해졌고,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과 접하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발견했다.

토끼 한마리로 인해서 말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라는 충동적인 의식의 결과가

아니라 정말 자신에게 익숙했던 모든 생활들과의

작별을 고한 그가 부럽기도 하고, 무모해 보이기도..

일탈에 대한 꿈을 늘 꾸지만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른 사람이 이루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이나 하며 지나치거나 아니면..

질투어린 시선과 말로 대충 얼버무리기 쉽다.

내가 바타넨에게 그랬던 것 처럼..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고, 수많은 상을 탔으며...

기타등등..너무나 많은 수식어가 붙어 이젠 오히려 여러가지 표현을 붙이는 것이..

군더더기가 되어버린 책.

그저 제목만 보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은 이 책은..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은근히 질투를 불러 일으켰다.

체로키 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인디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은 둘째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과...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으로 자라게 만들어 줄...

수많은 이야기들...그리고 작은 나무라 불리며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던 시간들..

매일매일 세상과 싸우고,,가끔 내 자신을 미워하고...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지낸

시간들속에서 작은 나무가 정말 부러웠다.

인종차별에 대한 가슴시린 이야기도 있고, 독사에 물린 할아버지를 간호하는 할머니의

애정어린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긴장감이 넘쳤던 이야기는 ...

밀주단속반을 따돌리던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의 합동 작전이었다.

산 속을 훤히 들어다보고 사는 사람들만이 가능한 게릴라 작전이 우습기도하고,,,

스릴 넘치기도 하고..어느 새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거창한 것을 얻으려하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며 흐뭇하게 읽을 수 있는..

정말 따뜻한 책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토끼와 함께한 그해’라는 책에 딸려온 이 책은..제목으로만 보았을 땐 엽기 소설이지 않을까 지레 짐작했다.

사실 초반부터 흡입력 있었다면 그것 거짓말이다..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공범자들이 감옥에서 정해진 형량을 치르는 동안 편안히 호의호식하면서..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오이바,,

출세욕도 있고, 자신에 대해 지나친 과대평가를 하며,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지만,

알고보면 술에 찌든 알코올 중독자일 뿐인 레메스 소령...

또 양로원에 가기 싫어 탈출을 감행한 아흔의 나스카 할머니..

그들이 핀란드의 황량하고 추운 겨울을 어쩌다 보니 같이 지나게 된다는 이야기...

사실..주인공이 썩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거기에다가 게으르고, 더구나 범죄자이다.

하지만 결국 책을 읽는 도중에 그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 이해라기 보다는 용서...

그들이 거칠고 세상을 등진 것은 어쩌면 소박하고 행복한 마음을 전달할 기회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나스카 할머니는 어쩌면 구원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제목에 대한 의문을 풀었을 때...웃음이 나온건 나뿐이었을까...

인간의 본성...세상에 대한 비판..뭐..이런건 잘 모르겠지만..

읽을수록 미간이 좁혀지면서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