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라의 소설은 정말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읽으면서 빠져들거나 혹은 흥미진진하다는 인상을 받기가 어려운건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어쨋거나 다른 나라의 소설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더구나 프랑스 작가의 소설은..;;

프랑스 영화에 대한 선입견...예술적 측면은 넘쳐난다고들 하지만..

막상 보면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다는 나의 선입견이 그대로 소설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욤 뮈소는 프랑스 작가임에도..

어쩐지 나하고는 잘 맞는 그런 작가였다. 

동양적 사상..윤회..인연...뭐..이런 익숙한 느낌들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아마도.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냉큼 집어든 책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구해줘", "당신 거기있어 줄래요?"에 비하면 매력이 조금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한 가브리엘과 마르탱..그리고 전설적인 명화 도둑 아키볼드의 이야기이다.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상처뿐인 한 연인과...

딸을 멀리서 지켜볼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아키볼드의 번민과 고뇌의 시간들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프랑스를 넘나 들면서 전개된다.


 명화도둑이 된 아키볼드는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생각나긴 했지만.

또 결국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떤 식으로의 해피엔딩일지가 궁금했다.

결국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아주....이상한 방식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추격물도 아니고..심령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애이야기도 아닌..

지나치게 많은 장르가 섞여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절대적 악당이 없기 때문에..해피엔딩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불순한 생각까지 들었다.


어쨋든 재미는 있다..신기하게도...!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많이 알지도 못한다.

길고 긴...명작들도 읽어보지 못한 마당에 단편은..너무나 큰 모험이었다. 어쩌면 평생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손을 댄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라는 책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던 체호프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도 하고,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라는 극찬이 따라다니는 체호프..

그를 그냥 만나만 본 거다..

체호프와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할 정도는 아니고, 

그저 얼굴만 본 정도..;;

모두다 마음에 들었다면 거짓말이고.. 솔직하게 몇개는 마음에 들고..

머릿속이 시원해질만큼..짜릿하기도 한 작품도 있었고,,

러시아 지명과 낯선 등장인물들의 이름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 것도 있었다.

벌써 오래전에 쓰여진 글인데도 공감할 수 있었던 작품이 있었다는 건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나 감정은 사실 그다지 많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감상적이고, 애타적인...어리석으면서도 욕심은 많고..복잡하면서도 단순한..그런 사람들..

 그래도 체호프가 시대를 앞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과..

위선적인 사람들이나,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건..

어렴풋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와 감동을 떠나 아직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작품들이 많다는 것에 무한히 감사했던 책이었다.

 바쁘고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가족들과의 단절이나 대화의 부재는..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소재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음거리가 될만큼 말이다.

가정의 해체 역시 너무나 무덤덤해진 소재다. 

이혼 가정, 재혼가정은 이미 흔하디 흔한 장면이 되었고,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통속에 가깝다.

이렇게 흔한 도구들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수 있을까..?

 읽는 내내 난 이 생각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뻔하지 않나..라는 약간의 비꼼도 있었다.

하지만 수백에 가깝도록 먹은 김치찌개를 아직도 먹을수 있는 것처럼...

통속에 가까운 주제도 역시 다른 형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구나 싶었다.

 별 달라 보일 것 없는 서울의 하늘 아래에 별다른 듯 무심한 한 가정이 있다.

아버지는 무역회사의 사장이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과 아들,,,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선..

딸이 하나 있다. 특별히 다툼이 많은 것도,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거나 경멸하는 것도..아닌..

그저 무덤덤한 가족이다.  

 이들에게 막내딸 유지가 실종이 되면서 삶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거다.

각자가 품고 있는 추악한 모습들 때문에 유지가 실종된 것은 아닐까..불안해하기도 하고..

사업상의 양심, 다른 사람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 한번도 가족 구성원이

되어 보지 못했던 자괴감,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만 있었던 시간..


 함께 있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계와도 같았던 사람들이 마음이라는 걸 갖게 된 것이 극한의 상황이라는 게 ...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그들은 결국..가족이 되길 바랬던 것이 아닐까..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이 너무나도 늦게 시작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은 모두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