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를 읽었다.  표지와 내용을 보고,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다가 일본에서 영화화한다고 하고,

ARASHI의 사쿠라이 쇼가 주연이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의 불이 지펴져서 결국은 사버렸고, 읽었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지만,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쩐지 수필집을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뭐..작가가 의사 출신의 소설가라고 하니까..자신의 경험이 녹아내려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구리하라 이치토는 대학병원의 의국에서가 아니라 혼조병원에서 5년간 근무를 하고 있다.

24시간 365일 응급실을 운영하고, 내과 의사라고는 3명밖에 없고, 40명의 입원환자의 회진을 돌아야하고,

가끔은 내과가 아니라 외과 진료에다가 깁스까지 도맡아서 해야할 입장이다. 숨가쁜 일상 속에서도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도 소홀하지 않고, 

대학병원에서 좋은 기회가 와도 냉큼 달려가지 않은 자신의 일에대한 소신도 있는 사람이다.



뭐라고 할까..그동안 내가 봐왔던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의사와는 꽤 다른 주인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의학 소설의 주인공들은 실력은 엄청나게 뛰어나고 신의 손이라 불리고, 출세지향적이거나 괴짜이거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얀거탑이나, 바리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주인공들이 그랬다.

하지만 구리하라 이치토는 평범하다면 지나치게 평범하다. 그가 하는 괴짜짓이라고는 나쓰메 소세키의 풀배게를 참..좋아하는 것?

하지만 구리하라 이치토의 참 좋은 평범함은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씨다. 

사실 전체 내용은 평범하다.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사가 주인공인데..수술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잔잔함이나 소소한 재미들도 있고, 마지막에는 감동도 있다.(그건 예상했던 일이다.)


아주 재미있다.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감히 말은 못하겠다. 그냥 재미있고, 읽을만 했다...정도?

인생관이 달라진다거나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내가 메말라서?..ㅜㅜ)

그래도 읽을만 했다.

습관적으로 신간이 나오면 사게 만드는 작가..기욤뮈소..

이번에도 사두었다. 그러나..읽지 않았다. 

처음의 신선함이 많이 사그러진 상태이고, 전작이 그닥 만족스럽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망설여졌다. 실망하게 될까봐..

그런데 이번에는 괜찮았다. 그것도 꽤!!..

오랫만에 쭉쭉 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을 불운하게 보낸 톰 보이드는 천사3부작 중 2권으로 유명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유명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의 실연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친구들..밀로와 캐롤.

그들도 톰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톰 보이드 앞에 그가 쓴 책 속의 인물 '빌리'가 나타난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그녀와의 일상이 시작된다. 

그가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빌리와 톰은 어떻게 될까. 톰의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불운한 기억은 대체 뭘까..

이런 궁금증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분명 사랑이야기인데..어쩐지 서스펜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오랫만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하도 여기저기 공간이동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의 것들은 상상으로 가능했었는데..

도무지 가보지 못한 장소를 상상한다는 것이..조금 산만해졌다고 할까..;;


또,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랬지만..

기욤 뮈소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줘서..내심..읽으면서 뿌듯했다. 

세계 각지에 출판된 책에 한국 이름이 나오고, 서울이 나오고, 이화여자대학교가 나온다는 사실이..

정말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괜히 뿌듯했다. 

예전에 '뇌'를 읽었을 때..'떡'이라는 단어가 나와서..기뻤던 것처럼..

아무튼..

'구해줘' 이후에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 기뻤던 독서였다.



덧붙임..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참..고마웠던..책 속의 이야기..

P315

"근본적으로 책이란 게 뭘까? 종이 위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글자를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해. 글을 쓰고 나서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내 책상 서럽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미완성 원고들이 몇 개나 

들어있어. 난 그 원고들이 살아 있는거라고 생가 안해. 아직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으니까.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릿속에 이미지들을 그리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그래서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거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역사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도 워낙에 많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자성어라든가 고사성어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져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조금더 관심이 가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는 하룻밤에 다 읽어버릴만큼 간단하지도 않고, 또 전체적인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할 만큼 방대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전, 나는 춘추전국시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주나라가 동쪽으로 옮겨간 후 각 제후들이 난립하던 시대. 춘추5패와 전국7웅이 서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던 시기.

철제 농기구가 사용되었고, 우경이 시작되었고, 제자백가와 같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시대.

이 혼란기를 진나라의 시황제가 통일하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조금더 알고 싶은 호기심과 오랫동안 인문서적을 읽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일단은 시작하였다.


그러나 역시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두권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사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했다. 그 혼란기를 어떻게 두권으로 끝내냐..ㅡㅡ)

앞으로 수많은 책이 남아있다는 것에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예상과는 다른 내용의 전개로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굴뚝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었다는데 나만 재미없다고 느낀 것이..

이상해서 그래도 꿋꿋이 읽어보기는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나에게 어려웠던 이유는 기대했던 내용이 '삼국지'같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삼국지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아니었다. 절대 아니었다.

두번째 이유는 중국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고 해놓고, 관중 이야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관중의 이야기는 170페이지 정도까지 읽어야 겨우 만날 수 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나라도, 주나라도 그 배경을 알면 더 쉬워지기는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할애한 것도 사실이다. 관중을 만나러가다가 지칠 판이다.


세번째 이유는 친절해야 할  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지도를 붙여준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책을 읽다가 다시 지도를 폈다가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중간중간 지도를 넣어주는 편이 더 좋았을 거다.

그리고 관중에 대해 무엇하나 알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시점에서 이야기를 끝내버리고는...

자신의 여행기가 들어간다. 대체 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된것도 아니고..이제 한권이 끝났을 뿐인데..

어째서..? 그 여행의 사진은 곳곳에 ..마구마구 ...보여주고....중간에 지도는 그리 인색하게 삽입했다니..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직 한권이 더 남았다.

그러나 그 한권 역시 이와 비슷하다면 정말 그 다음엔 기약할 수 없다.


역사서라 하기엔 의견이 너무나 많고, 

관중에 관한 부분은 마치 평전처럼 진행이 되지만 들여다보면, 예전 내용들의 단편단편들의 나열 같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흡사하지만 흡입력은 부족하고..

다른 이들이 재미있게 읽었다던 인문서적이 나에게만 어렵게 느껴지면 

짧디짧은 내 지식 때문인가 싶어서 자책하기도 하지만...

혹여나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니...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