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두려움..그리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가장 무거운 주제.
하지만 태어난 이상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과 한발씩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드라마에서도, 책에서도 죽음에 관한 주제는 숱하게 봤다. 시한부 인생, 눈물겨운 투병기. 그 안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두려움은 삶의 소중함으로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책, ’49일의 레시피’는 죽은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쓰다 료헤이는 아내인 마리코를 먼저 보내고 딸 유리코와 살다가 오토미와 재혼을 했다.
그리고 33년 동안 함께 살았지만 병으로 그녀를 잃는다. 그녀를 잃고 마지막 순간에 함꼐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도 쓸쓸했던 것을 기억하며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며칠 뒤 이모토 사치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오토미에게 부탁을 받았다면서 집으로 찾아오고,
유리코 역시 남편 히로유키와 이혼을 결심했다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모토는 오토미가 자신의 영혼이 지상에 머무르는
49일 동안 남은 가족을 부탁했다는 말과 함께 49재에는 법회보다는 즐거운 연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한다.
또 연회를 도와주기 위해 하루미라는 일본계 브라질인까지..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아직은 생생하게 남아있는 오토미의 기억이지만 유리코도 아쓰다도 49일 동안 오토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연습을 한다.
장례식을 3일, 혹은 5일에 걸쳐 하는 이유는 죽은 이를 애도하기 위함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그 기간동안
진심으로 슬퍼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시간동안 슬퍼하고, 남은 시간동안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길 바란 거라고. 너무 오랫동안 슬픔에만 빠져 생활을 내던지지 말라고. 그런 의미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신을 잊지 못해 슬픔에 젖어 있기 보다는..
꿋꿋이 이겨내길 바라는 것. 자신을 생각할 때 우는 모습이 아닌 행복한 모습이길 바라는 것.
유리코도 아쓰다도 오토미는 떠나보냈지만,
그녀가 남겨놓은 것들로 인해 행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남은 시간을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
절대로 슬프게 만드는 책이 아닌데도, 그런 장치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문득 울컥울컥 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