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배우면서 가장 좋아했던 시대가 바로 르네상스 이후였었다. 

중세의 답답함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분위기. 거기에다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상들과 연구 업적들, 새로운 시도.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시대 같아서 흥미진진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구나 계몽사상은 인간의 이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기존의 군주정을 무너뜨리는 핵심적 사상이다. 

신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중세의 모습을 훌훌 벗어던져버렸던 17, 18세기.

그 시대에 대한 호기심은 배운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다.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수많은 과학 법칙들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

고작 3세기 전이라니. 그 짧은 기간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밝혀졌구나 생각하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저 과학이라는 한가지 이름으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등이 연구되고, 그 분과조차 나누어지지 않았던 시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론을 그 때까지도 신봉하고 있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니..

많은 것이 증명되고, 그것들을 손쉽게 배운 현재의 나에게는 

정말로 비논리적이고, 조금은 우습기도하고, 애처롭기까지 한

상황이었지만, 지배적 인식이라던가, 맹목적 믿음이라던가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는지..

 그래도 지금은 종교와 과학이 분리가 되고,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해서, 인간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신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주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그 때의 과학은 여전히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이 세상이 신의 은총으로 얼마나 완전하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히기 위한 노력의 수단이었다니 조금은 놀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렇게 적당히 써놓으면 정말 흥미진진한 느낌이지만..

사실은 조금 버거운 책이었다.

이렇게까지 버거웠던 이유는 "계몽주의"라는 단어에 집중하느라 "과학"이라는 말을 간과해버렸다는 거다.

고등학교 내내 물리나 화학은 수업을 받은 기억도 시험을 본 기억도 점수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자신을 너무..과대평가했다는 거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름이 그것도 익숙하지도 않은 프랑스 이름들이 쏟아져 나와서 어지러웠고,

과학시간에 배운 여러가지 법칙들이 나왔을 때는..이걸 공부하고 다시 읽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그나마 실험법을 표현한 삽화가 들어가서 잃어가던 흥미가 조금씩 생기기는 했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힘들게 읽은 후에 교훈이라면...다음 번엔 계몽주의...만! 들어있는 책을 골라야 겠다는 것..

과학, 수학은 정말 나하고 안 맞아.. 

엄마..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기만 해도..마음이 울컥해진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지어 엄마에게 혼나고 있을 때도..

엄마를 먼저 불렀다. 그만큼 엄마는 대단하고, 언제나 존재감이 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건 내 이야기와 비슷하겠다 싶었다. 나 역시도 엄마한테 늘 잘 하고 싶은데..언제나 마음과는 달리..

못되게 굴고, 말도 잘 듣지 않고, 엄마의 괴로움이나 외로움은 모르는 척 한다. 과거에는 더욱 심했지만..그래도 여전히..

그러나. 막상 책을 읽다보니..나보다 더 못된 딸이었다. 엄마도 보통의 엄마와는 달랐다. 피를 물려줬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공통점도 없어보이는 이 모녀는 정말 모녀같지 않았다.

한 때는 멋진 모델이었던 엄마는 죽어 가고 있다. 병원에서 이렇다 할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엄마를 지켜보고 있는 루이즈..엄마는 죽어가고 있는데..임신을 했다.  새 생명을 품고 있다.

루이즈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죽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엄마의 과거 모습들을 떠올리면..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되어 줄 수 있는지 고민스럽다. 사랑받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사랑을 줄 수 있을 지 고민스럽다.

엄마는 죽어가고 있는데, 새 생명이 태어날 거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바라본다.엄마를..

한 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그렇게 엄마를 보낸다.

엄마는 세상에 없고, 배는 하루하루 불러와 맞는 옷도 없어지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지만 뱃속에 자라는..

생명때문에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그렇지만 불안함은 점점 커져간다.

그런 루이즈에게 딸이 태어나고, 딸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을 찾아낸다.

엄마는 세상에 없지만,,같이 살아가고 있는 거다. 딸의 모습과 함께..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딸과 어머니인데..작가의 실화라고 해서 더욱 놀랐다. 

그런 모녀도 있구나..서로를 떼어놓지도 못하면서, 이해하기도 버거울만큼 다르다.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했을 거다.

엄마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잃은 슬픔..뒤죽박죽인 마음이 얽켜나와서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리기도 했다.

아직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P32. 

 하늘은 죽을 수 없었다. 달도 엄마도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죽는다면 그건 배가 하늘을 날고,

고양이가 새처럼 지저귀고, 집이 목청 높여 노래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깨닫는 거지만 체질적으로 랄까.의식적으로 랄까..단편은 나하고는 정말 맞지 않는 느낌이다.

애초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끝나는 건 어쩐지 말도 못하게 서운하고..

읽다보면..엥? 벌써 끝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손해보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럼에도 간간히 읽어보려고는 하고 있고, 언젠가는 나도 단편을 좋아하겠지 하는 희망을 놓치는 않고 있다.

그래서 읽은 이..<대성당>...

다른 사람의 추천도 있었고, 얼마전 읽은 박완서 작가님의 책에도 등장했던 책이라서 호기심으로 읽어봤다.

몇몇은 조금 평범한 듯한 느낌이었지만..역시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여기 있는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마음에 끌리는 이야기였다.

아들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엄마..케이크까지 준비하고 축하해 줄 파티를 준비하던 엄마와 아빠에게..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걱정하지 말라던 의사의 말을 믿고 기다린다. 그것밖에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들은 생일파티를 해보지도 못하고 죽고, 부모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별을 맞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끊임없이 전화하던 의문의 남자. 그는 바로 엄마가 주문한 케이크를 만든 빵집 주인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부모는 빵집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주인은 말없이 의자와 빵을 그들에게 내민다.

그렇게 아들을 잃은 부모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갓 구운 빵을 먹으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런것이 아닐까...슬픔의 무게는 누군가가 대신 짊어져 줄 수는 없지만. 위로는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비록 아들은 잃었지만, 계속 삶을 이어나가야 할 부모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 아닌..

작은 것..빵 한 조각이라던가, 말을 들어준다던가, 편히 쉴 수 있는 의자를 내어준다던가..하는 것이라는 ....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다.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일이 지긋지긋해져서 놓아버리고 싶어하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가끔은 그 모습이 나 자신이기도 한..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 오히려 읽고 난 다음의 여운이 그다지 오래가지 못한게 아닐까..라는 어이없는 감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