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새로운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두려움이 반, 설레임이 반이다.

이 작가의 책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과 나으 선택이 실패라면 어쩌지..라는 마음도 공존한다.

평소 익숙함에서 안락함을 찾는..절대 모험지상주의자가 아닌 나에게..

새로운 장르 혹은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큰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복잡미묘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고민해서 고른 책..'달과 게'

보통의 책들은 읽다가 접으면 궁금증이 커져서 금새 다시 돌아보는데..이건 그렇지 않았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에서부터 불길하더니..

다 읽고 난 다음에도 고개가 갸우뚱..그게 결정타였다.


추리소설도 아니지만 성장 소설도 아닌 경계가 모호한 것도 탐탁치 않은 부분인데..

어떤 결정적 사건도 없이 밋밋한 것도 별로였다.

하나하나의 소재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들만 보자면 정말 재미가 있어야 했는데..

신이치의 할아버지와 나루미의 어머니와의 관계, 학대받는 아이 하루카, 신이치의 아버지와 나루미 어머니의 연애..

정말 흥미로운 소재들인데..

그걸 주루룩 연결해 놓으니 그닥 매력이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광고에 나오는 그런 흥미진진한..부분이 언젠가는 나오겠지..지금쯤은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하고..

참고참고 읽었지만..결국은 아주 조금..후반에 가서야 겨우 등장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그 아이들의 성장 소설도 아니다.

만약 단편으로 정말 깔끔하게 썼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기대가 너무 커서 그 다음의 잔잔한 재미를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꽤 실망스러운 결과만 남았다.

책 표지에 써 있는 말처럼, ’ 숨쉬는 것도 지긋지긋한 정도’라는 말..보통의 사람들은 하기 어려운 말이 아닐까?

보통 사람들에게 죽음은 삶의 반대이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절대적으로 두려운 존재로 여겨지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어쨋든 태어났기 때문에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거고,,,

마지막 순간이 비참한 모습이 아니기만을 빌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치노세 야마네, 염마는 다르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사무라이가 되고, 

다른 파의 첩자로 들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 여기까지는 뭐 그저그런 시시껄렁한 인생.

하지만 바이코라는 문신사는 그의 목숨을 구하고, 야마네에게 불사의 문신을 새겨 놓는다. 그리고 그는 염마가 된다.

그렇게 시작된 문신사로서의 인생은 1866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다. 

일본의 격변을 몸으로 느끼고, 숱한 사람의 죽음을 본다. 하지만 그는 죽지 못한다. 

축복인지 업보인지 모를 불사의 몸을 가진 염마에게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친구의 딸인 나쓰..

알코올 중독이었던 몸에 문신을 새겨 넣은 인연이 있던 무타 노부나사.

그리고 스승의 제자이자, 자신의 누이를 죽게 만든 야차. 이들은 염마가 겪는 불사의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다.



 "불사"    엄청난 권력과 재물, 재능을 갖춘 사람이라도 저 말 앞에서는 욕심을 드러낸다.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다. 진시황이 대표적이겠지만...

짧은 생을 사는 사람들은 영원이라는 말에 참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속삭일 때도..영원히 사랑할게. 영원히 함께 하자...그렇게 약속들을 많이 하니까..

하지만 염마에겐 영원이라는 말..살아도 살아도 죽을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슬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봐야만 하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도 그는 멈춰있을 뿐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안고 가야하고, 변하지 않는 외모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도 어렵다.

늘 떠돌아 다니고, 안주할 수도 없다..

살아 있지만....흔히 하는 말로 죽지 못해 사는 거다. 그는..

몸에 문신 새기는 걸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그래도 그가 그린 문신들을 보고 싶었다.

어쩐지 슬픔과 위로가 같이 섞여 있을 것만 같은 ... 아름답지만 쓸쓸한 문신이 아닐까...




결론 부분에 가서 결국 좀 흐지부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읽을만 했다.  나카무라 후미라는 작가는 몰라도..

양윤옥 님이 번역하셨으니까 믿음직스럽기도 했고.(1Q84도 번역하셨는데...언제 나오려나...나오기는 하려나..ㅠㅠ)

요즘 죽음과 관련된 조금 무거운 책만 읽고 있는 기분이다. 꽃피는 봄인데.

담번엔 좀 상큼한 책을 읽고 싶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상대방을 우연히 만났지만 서로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느낀다.

같이 음식을 먹고, 걷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그들은 서로 조금씩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렇게 그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다. 쉽고, 무책임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불륜이다.

하지만 치정이 얽키고, 질투심이 폭발하는 그런 불륜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들이 참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도쿄의 야나카에서 ’히메마쓰’라는 앤티크 기모노 점을 하고 있는 시오리는 우연히 들른 기노시타 하루이치로를 만난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비슷해서 놀라고, 그의 차분함에 어쩐지 마음이 끌렸던 거다. 그래서 수선한 기모노를 찾으러 온 그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일부러 근처 역까지 데려다 주려 하고, 그의 따뜻한 손을 잡는다. 그 순간 알았을 거다.

그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걸.

 그들은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천진하게,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도 않고, 그저 친구처럼 지친 일상의 한 부분을

함께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여서 절대 불륜이라는 말은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담담한 ..담백한 모습이 아니라 격정적이었거나 서로를 욕심내는 모습이 있었다면..

나 역시 그들을 비난했을 거다. 정신이 있는 거냐고, 가정을 내버릴 셈이냐고, 어쩜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정말 어른들의 연애라고 생각하기엔 참..순진해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두가지..그들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야나카’라는 곳의 풍경과 곳곳에서 등장하는 일본 음식과 간식들이었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을..

상상만으로 떠올리려다보니 금새 배가 고파지고 그 맛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일본은 가본 적도 없는 데도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어쩐지 ’야나카’라는 곳이..

따뜻하고 소박한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오리와 하루이치로가 손을 잡고 걸었을 그 곳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예전 일본 드라마 <친애하는 아버님께>를 봤을 때 ’카구라자와’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도새록새록 나고 말이다.


다양한 음식들의 맛도 상상해야하고, 많은 기모노를 입은 시오리의 모습도 상상해야 하고,

야나카의 멋도 상상해야하는 정말로 바쁘게 읽은 소설이었다. 일본 전통 문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면 정말..

더 재미있었을텐데..아깝다.



P428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 관계지만, 

그래도 같은 자리만 맴도는 원이 아니라 나선처럼 조금씩 위치를 바꾸며 우리 나름의 행복을 향해 나아갔다. 

세상사는 아주 조금씩밖에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불과 일 년 전에는 내가 하루이치로 씨와 침대에서 거북이 놀이를 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P429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이치로 씨와 보낸 시간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나는 그 한순간 한순간을 잊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불순물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존경의 마음을 

이 몸과 마음과 영혼에 영원히 새겨두고 싶었다. 앞으로 하루이치로 씨와 내가 어떻게 될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