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많이 놀랍지도 않은..

그런 느낌의 추리소설이라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라는 것이 내 생각.

더구나 내 아킬레스 건 단편이거나 연작소설의 형태라면 당연히 실망하게 될 거라는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읽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도전인 셈이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을 연기할 지도 모른다는..

소소한 기사 한 줄 때문에 큰 용기를 내서 읽었다. 조금은 불순한 건지도 모르지.

그런데 정말 무겁지도 무섭지도 않고,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은 그런 책이었다.

다만 연재되었던 것이 표시가 날 만큼..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

그래서 한 번에 다 읽어버리면 조금 질려버리는 구성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집중하기엔 괜찮았고..

캐릭터들의 성격이 단조롭지만 확실한 것은 맘에 들었다.


은색 재규어를 몰고 다니며 과시하기 좋아하는 경부 가자마쓰리.

그는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기를 즐기고, 사건의 큰 줄기는 잘 잡아내지만 정작 범인을 지목하는 데는 서투른 사람


대기업의 외동딸이면서 형사 호쇼 레이코.

누구보다 부유하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고, 집사에게 무시당하지만 그를 해고할 수도 없는 사람.


레이코의 젊은 집사 가게야마.

주인집 딸 레이코를 쉽게 화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자 사건의 이야기만 듣고도 범인을 찾아내는 능력자.

이런 사람들이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라서 박진감이 넘치거나 스릴이 있는 전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오고가는 말장난과 인물들의 개성 강한 모습에서 오는 소소한 재미는 분명히 있었다.


한 호흡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편 한 편 시간을 두고 읽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요즘 정말 살벌하고 우울한 책하고만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고 싶었다.

'극락컴퍼니' 어쩐지 제목만으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책이 간절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제는 물러나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으며 지내는 남자가 있다.

이름은 스고우치 겐조..아내는 해외여행을 갔고, 아들 신페이는 독립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스고우치에게 기리미네라는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은퇴후에 겪는 상실감이 비슷했던 그들은 기가막힌 생각을 한다.

바로 주식회사를 만드는 것...

그렇게 그들은 은퇴자들의 기운을 복돋워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난관에 봉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뚫고 나간다.

돈과 물건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것이 회사와 같다. 그들은 그렇게 회사를 키워나가고..

정말 현역과 같은 생활을 한다.


우리나라도  최악의 경제 상황을 성황으로 이끌어낸 주역들이 있다.

정말 맨주먹하나로 제로에서 지금까지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경제위기가 왔을 때..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야 했고, 평균 연령도 엄청나게 늘어난 지금..은퇴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기만 한다.

아직도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평생을 몸담은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 걸까..

일본도 비슷한 모양이다. 엄청난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으며 성장한 경제속에서 주역은 어느 새 퇴물 취급을 받는다.

그들의 노하우는 구식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되기 일쑤이고,,

점점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똑같은가보다.


지금 누리는 풍요로움의 대부분은 그들에게서 나온 것인데도 감사하기 보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그럼에도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고..

최근에 읽었던 책에 비하면 정말 착한 소설이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지만..

다섯명의 여자 아이들이 실종되었다.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녀들의 신체 일부만이 돌아왔다.

바로 왼쪽 팔...그 경악스러운 사건 앞에서 모두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내려 한다.

제목과 소개의 글을 읽었을 때는 참으로 자극적인 소재다 싶었다. 그냥 그런 장르소설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실화였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 

소설이나 드라마가 실화보다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현실이, 실화가 더욱 잔혹하다. 

인간이..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잔인함의 끝이 대체 어디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그저 잔인한 마음을 품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또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무기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풀이하는 살인자도 있다.

그저 즐겁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의 살인자는..살인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그저 뒤에서, 옆에서 가만히 속삭이기만 한다. 

사람들이 품고 있는 추악하고 숨기고 싶은 그림자를 끄집어내어 가만히 응시한다.

그리고 바라는 순간이 오면 가만히 속삭인다. 죽여, 죽여, 죽여...

지극히 논리적이고,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는 그 사람은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이라 불린다.

조정 당하던 살인자가 잡혀도 속삭이던 그의 실체는 잡히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눈에 띄지 않고, 정말 평범한 얼굴로  일상을 살아가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일 듯한 그런 이미지일 거다. 


이제는 참..상큼한 책 좀 읽자고 마음 먹었었는데..하필이면 고른 책이..

연쇄살인에다 실화인 소설이었다.

원래 CSI나 Mentalist와 같은 수사물을 정말 좋아한다.

부검장면이 나와도 그저 평범하게 본다. 그 이유는 ...그게 거짓이기 때문이다.

짜여진 장면이고,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볼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실화..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그렇지 않다. 실화라는 말을 들으면 절대 재미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

순식간에 두 권의 책을 다 읽어버렸지만, 흥미진진하다든가, 재미있다든가의 말은 할 수 없다.

정말 생생하고 심각하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