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기다리던 HBO의 TRUE BLOOD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수키 스텍하우스>시리즈가 새로 나왔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 동안 세 권이나 더 나왔었다.

물론 드라마와 책은 굉장히 다르게 진행되는 중이지만 전체적인 뼈대는 비슷하기 때문에..

드라마보다 먼저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욕심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번 책에서 수키는 루이지애나 주의 뱀파이어 여왕인 소피-앤의 공판에 함께 참석하기 위해 본템프스를 떠난다.

빌과 에릭의 관계는 청산했다고 믿고 싶지만 에릭은 계속 신경 쓰이고, 빌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주변에서 맴돈다. 하지만 냉혈족들과는 다른 호랑이 인간 퀸을 사랑하게 된 수키는 그들로부터 한발 떨어져 있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수키가 있는 곳이 평온하기만 하다면 그건 말이 안되는 거다. 끊임없는 사건사고가 그녀를 따라다니고..

그녀 주변에 있는 온갖 존재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물어뜯기에 바쁘다.

비록 빌과 에릭과 관계는 정말 어정쩡하기 그지 없지만 수키다움으로 일을 크게 만들기도하고, 일 해결의 실마리를 주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서 뱀파이어랑 인간의 생명을 구해주기도 한다.

수키는 무모하긴 하지만 겁쟁이는 절대 아니니까...

 

정말 휴가때에만 읽는 수키 시리즈...하도 오랫만에 찾아 읽다보니..중간에 한편은 건너뛰어 버렸다.

퀸의 등장을 제대로 보지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어차피 책 중간중간 지나칠 정도로 설명해주는 책이라서 읽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어쨋거나 수키에게 아직도 일어날 일이 많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번역자 송경아님..

이름으로 보아 여성임에 틀림이 없을텐데..중간중간에 쓸데없는 욕설이 글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원본에 욕설로 되어있더라도..의지도 강하고 용기도 지나치게 많은 수키가 자신에게 'ㅆ ㅏ ㅇ ㄴ ㅕ ㄴ'..이라고 욕하는게 글의 흐름에 맞는건지..'개자식'과 'ㄱ ㅐ ㅅ ㅐ ㄲ ㅣ'는 분명 어감이 많이 다른데..

욕을 욕으로 번역한다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할 능력은 안되지만..욕 자체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흐름에 맞게 조금 순화해서 보여줬어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중간중간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도 있고..

아무튼 읽는데 걸리적거리는 번역이었다. 그것만 아니었음 별 네개 줬을텐데..........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의외로 역사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역사책을 만나기가 어렵다. 

사극이 인기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것이 폭풍처럼 쏟아지지만 막상 펼쳐보면 비슷한 이야기뿐이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애매해 지식으로 쌓이지 않고..

소재가 마음에 들어도 작가의 글솜씨가 기대에 못미치기도 하고 말이다. 

좋아하는 만큼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아마도 흥미위주의 책과 아주 어려운 책의 경계 정도의 책을 찾고 있어서인지도..


하지만 머리에 기름칠도 좀 할겸..오랫만에 공부하면서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내서 읽었다. 

더구나 우리나라 작가가 쓴 것도 아니고, 일본인 작가가 쓴 역사책을 용감무쌍하게..!


동아시아의 근대화는 국사 시간에도 세계사 시간에도 모두 배우는 내용이다.

하지만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분량이고, 특히나 중국에 비해 일본은 지나치게 짧고 간략하다.

미국과의 수교 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근대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정도?

그나마도 조선의 강화도 조약이나 갑신정변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일본의 근대사를 알려준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배경, 그리고 동아시아를 아우르고 있었던 전체적 분위기와 관계.

거기에다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과 당시의 국제정세까지..상세하게 적고 있다.

물론 일본인을 독자로 정하고 쓴 책이라는 역자의 말처럼..

더구나 일본 근대사에 대한 절대적으로 짧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숨 가쁘게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뭐랄까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랄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청나라도, 조선도, 일본도 모두 숱한 선택을 해야했고, 

개화인가 쇄국인가의 선택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했고, 문화 전통성도 지켜가며 국력을 키워야 하는 당시로서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한 논쟁이 존재했었다는 것.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역사는 거의가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본 것들이었다. 내가 배운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던가..

그들이 모두 옳다라던가의 문제가 아니라..이런 시선도 있구나..라는 약간의 발상의 전환이 되는 책이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급진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강화도 조약이 우리나라 최초의 불평등 조약이라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나에게..

당시의 상황에 맞춰보면 그다지 불평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

친일파는 나라를 판 것이 아니라 독립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나라를 지키려는 행동이었다는 등등...

나름의 근거를 늘어놔도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당시 일본의 분위기와 동아시아 전체의 분위기를 훑어보고자 할 때...이 책..꽤 도움이 될 거 같다!



제일 거슬린 구절!

(P369) 식민지의 입장에서 보면 제국의 침략성은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식민지가 된 지역이 식민지라는 처지에서 벗어날 때, 결과적으로는 근대적인 주권국가, 

혹은 국민국가로서 독립하는 방법을 채용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19세기 이후 주권국가 시스템의 전 세계적 확대는, 그것을 수용한 측의 저항논리에도 이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화, 쑤퉁과 비견되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눈을 사로잡았다.

쑤퉁의 책은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명성만큼은 익히 들어왔기에..

그리고 위화의 글은 '허삼관 매혈기'부터 '형제'까지 아주 마음에 들었던 작가라..

그들과 비교 될 수 있다면..정말 재미있는 글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위화 작가보다는.....조금 덜.......이게 솔직한 마음이다.

개인과 조직, 세상을 바라보고 풀어내는 것이..

비참하고 답답한 현실이지만..그렇게 구질구질하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조금은 해학적이고,,사실적이지만 어쩐지 과장된 듯한...

그런 느낌의 글이었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기 위해 다른 이의 허물을 들춰내거나..

다른 사람의 승진에 배아파하고 헐뜯으면서도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비굴해지거나..

아무리 발버둥치고 몸부림치며 줄을 서도 꼭 썩은 동아줄만 잡는다거나..


주변에도 있지 않나..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가장으로써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고 IT혁명 시대가 되어도..그런 감정들의 큰 틀은 깨지지 않고 있는게 아닌가......


또 책의 말미에 '1942년을 돌아보다.'라는 글이 있는데..

1942년 허난성에 닥친 대기근 상황을 적은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무지한 나에게..

3백만이라는 인구가 굶어죽었다는 사건..자체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단순한 기근만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는데도 세금은 계속해서 내야하는 불합리한 사회.

지도층조차 무관심하고, 상황을 가볍게 여기고, 구호물자와 돈은 관리층이 착복하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그 때도 있었고..

비록 재난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어쩌면 지금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그런 현실이 있었다는 것...

아직도 그다지 많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

그런걸 모른척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 불만이 있었다면 책 구성이 좀 산만했다는 거..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라서..-_-;;

그리고....이건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지만...종이질이 별로였다는 거..

거칠거칠한 이 종이로 만들었다면 책 값은 조금더 싸도 되는게 아닐까..하는 소소한 불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