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괴짜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가 돌아왔다.

전편에서 하얀거탑의 명예와 안정된 자리를 포기했던 구리하라는 여전히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혼죠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오랫만에 휴가를 얻어 온타케산에 오른다. 그의 아내 하루나와 함께..

그 겨울산에서 구리하라는 여태껏 미처 보지 못했던 주변 풍광에 눈을 돌린다.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리고 여전히 바쁘고 정신없고 피곤에 지친 생활을 거듭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온타케소엔 삼수 끝에 대학생이 된 스즈카케군이 입주하고,

병원엔 대학시절 동기인 다쓰야가 새로이 영입이 된다.

그러나 한때 의학부의 양심이라 불렸던 다쓰야는 많이도 변했다.  도쿄의 의학부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한 때 구리하라의 짝사랑 상대이자 다쓰야의 부인 츠나쓰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없다.

무언가 달라진 친구의 모습이 낯설다.

 

여전히 담담하고 잔잔하고 과격하지 않은 신의 카르테.

전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온 두번째 이야기다.

여전히 어리숙할 정도로 일에 열심인 구리하라가 주변에 눈을 돌린다.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눈을 돌리고 그들이 하는 말에 조금더 귀를 기울인다.

늙은 여우 선생님도, 왕너구리 선생님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구리하라는 알게 되고.

다쓰야가 왜 많은 걸 버리고 혼조 병원으로 돌아왔는지도 알게된다.

 

================아주 오랫동안 자극적이고, 딱딱하고..부담스러운 책을 계속해서 읽다보니..

그 잔잔함이 예전엔 심심하다고 느껴졌던 부분들이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졌다.

따뜻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사가 있는 병원이라면 찾아가기가 그리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생각도.

팍팍하고 복잡하고 삭막한 현실 속에서 한 호흡 쉴 수 있게 해 주는 그냥 잔잔한 이야기.

1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서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그 시기에  

정육점의 외아들이자 유대인 마커스 메스너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가족들 중 누구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누구보다 성실했고,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한 아들인 마커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닭의 털을 뽑고, 내장을 빼내야했던 마커스는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사촌들이 전쟁에 징집되어 목숨을 잃는 걸 너무 많이 본 아버지는 마커스가 세상으로 나갈 때가 되자 불안해한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어린 나이에 얼마나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지 알고 있고, 보아온

아버지는 마커스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고..불안이 깊어지고 구속하기 시작한다.

그런 아버지를 견딜 수 없어 마커스는 오하이오주의 와인스버그 대학으로 편입하고..

언제나 열심히 공부공부해서 성적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만..그의 룸메이트들과는 잘 지내지 못했다.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올리비아와 환상적인(?) 관계까지 진전된다.

하지만 그녀는 처녀가 아니었고,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이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는 아가씨이다.

멀리하고 싶지만 생각과는 달리 마음에서 보내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늘 무언가 어긋나버리고, 그가 의도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꼬여가기만 한다.

떠나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고, 그대로 떠나버리면 한국으로 전쟁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두려움도 크다.

 

이렇게 고뇌하는 청춘 마커스는 대학생이지만 고작 19살이다. 19...얼마나 어린 나이일까..

그 때에 얼마나 불안정한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세상에 대해 안다고 얼마나 큰 자만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타협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사소한 관심에도 얼마나 큰 열망을 품게 되는지...

비록 살고 있는 시대도 다르고, 둘러 싸고 있는 상황도 전혀 다르지만..

어쩐지 절절하게 이해가 되었다.

편협하고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숱한 실수를 저질렀던 그 때가..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은 그 모든 걸 극복했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엔 시대를 뛰어넘는 공통점이 있나보다.

 

===========현대 문학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떡하니 붙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참으로 오래 망설인 끝에 읽게되었다. 일단은 분량도 적고 하니 모험을 걸만 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처음 시작부터 1950년 6월이라는 시기가 나와서 일단은 깜짝 놀라고, 주인공 마커스가 고뇌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한국전쟁의 약 3년 정도와 거의 일치하다는 것에 ....놀랐다. 외국 작품에서 우리나라와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된 내용을 보기는 오랫만이고, 단순히 소재가 아니라 길고 길게 언급된 것에 애착이 갔다.

 

이 한 편을 읽고 필립 로스라는 작가가 위대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절대 무리..

다만...

제발 영어권 문학을 번역할 때 지나친 욕설은 좀 삼가합시다...!!!!!!!

어째 연달아 읽은 책들이 모두 욕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적어놓는지...ㅜㅜ

 

핏빛 가득한 동네 본텀프스..그 곳의 평범한 웨이트리스 수키. 그의 평범한 룸메이트 아멜리아..

그녀의 착한 오빠 제이슨..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들....이라면? 수키 인생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아멜리아는 마법사 수행 중이고, 함께 즐기던 남자를 고양이로 변신시킨 여인네이다.

제이슨은 표범인간에게 물려 반은 표범으로 변신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표범여인과 결혼도 했다.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고 신중하지 못한 그야말로 말썽만 일으키는 변변치 못한 오빠인 셈...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 중 두 남자는 뱀파이어이고, 수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두근거림을 주기도 하고..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이기적이기도 하다. 한 남자는 호랑이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자인 반면 가족사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하긴 수키 본인이 이미 평범하지 않으니까.. 텔레파시 능력자이면서 요정의 피도 물려받은 평범한 인간의 기준에선 한참이나 물러나 있는 여인이다.

 

여왕의 공판이후 오랫만에 평온함을 맛보던 수키에게 증조할아버지가 나타난다. 그동안 빌을 비롯해서 많은 뱀파이어들이 궁금해하던 수키의 혈통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 거다. 요정의 왕자인 수키의 증조할아버지 나이올이  나타나면서부터...

수키네 가계도엔 적혀있지 않았던 출생의 비밀이. 그 혈통이 어째서 제이슨에게는 이어지지 않고 수키에게만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새로운 일들도 벌어진다. 알시드는 늑대인간들의 왕이 되었고, 수키의 남자 친구였던 퀸은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다. 루이지애나엔 새로운 뱀파이어 세력이 나타나 에릭과 빌을 위협하고, 수키의 상사인 샘은 여전히 그녀의 훌륭한 친구가 되어준다. 제이슨은 크리스탈과의 결혼 생활이 그닥 행복하지 않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흠...제이슨이니까..

 

책의 권수가 늘어나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지나치게 복잡하고, 새롭게 등장한 인물마다 수키를 맘에 들어한다는 것도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매력이 있는 인물들이 많아 그대로 놓기엔 아까운 책이다. 책보다 드라마가 훨씬 자극적이고 일목요연해서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드라마에서 에릭이 정말 멋있어서 정신 못차리고 보고 있고..

 

머리 식히기에 아주 괜찮은 이야기..아마 내년 여름 휴가 때도 수키 스텍하우스의 시리즈를 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