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순간의 오해, 주변의 반대 등의 갖가지 이유로 헤어진다.
그렇게 헤어져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잊혀지는 사랑이 있고,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과거의 풍경을 돌아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을 쌓은 사람도 있고,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파지는 사랑도 있다.
나에게 있어 더글라스 케네디의 세번째 작품..바로 <모멘트>
그동안의 소설과는 다르게 표지도 뭔가 다르다. <빅 픽처>와 <위험한 관계>의 표지는 암울한 듯 임팩트 있었는데..
이번 표지는 우울하긴 하지만 평범하다고 할까...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고르지 않았을 표지였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니 벽을 사이에 둔 두 남녀의 모습이 절절해지는 표지였지만..
열네권의 책을 쓴 작가인 토마스...그는 젊은 시절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를 보는 순간 첫 눈에 사랑에 빠졌고..
그녀 역시 토마스를 사랑했다. 다만 그 시절은 아직 냉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였고...
그가 사랑한 페트라는 동독에서 망명한 여인이었다. 동독에서의 숱한 고통과 우울함을 겪었던 페트라이지만..
토마스에게만은 마음을 열고 사랑한다고..처음으로 행운을 믿게 되었다고..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은 불행한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보고 자랐던 토마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원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들의 인생에 이별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도..
이별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온다. 잠깐의 순간이 높은 장벽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별....
숱한 후회를 마음에 품고 토마스는 그럭저럭 산다.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잔'과 결혼하지만 사랑할 수는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캔디스를 낳아 사랑으로 키웠다. 그런 그에게 베를린에서 소포가 배달된다.
그의 감정을 뒤흔든 소포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한 관계>가 좀더 좋았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동독과 서독으로 갈린 시점에서 이미 비극이지 않을까 생각했고..저 둘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더구나 냉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체제의 위협을 느낀 동독의 약간은 비정상적인 행동이 들어있을 거라는 예상도 들어맞았다. 그런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으니까 이야기가 질질 끌리는 기분도 들고 늘어지는 분위기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토마스와 페트라 커플보다 알스테어라는 화가가 더욱 끌리는 캐릭터였다. 그가 중반이후에 훅~사라져서 얼만나 안타까웠던지.알스테어와 토마스의 대화가 이 책의 재미를 끌어간다고 생각한다. 토마스와 페트라의 사랑보다 그 둘의 대화가 더 인상적이었다.
정말 나쁘진 않았다. 다만 정말로 <위험한 관계>처럼 깔끔하게 읽힐 책을 원할 뿐이다.